봄바람
“아니 어딜 그리 다녀, 아줌씨들이. 날씨도 변덕스런 삼월에 ”
200킬로도 넘는다는 섬진강을 거슬러 임실에 갔다, 김용택시인의 생가 앞의 풍광이 아름다울 거란 생각에 마당에 들어섰다. 창 안에서 동그란 안경을 쓴 시인과 눈이 마주쳤다, 목례를 하고 돌아서는데 나오신다.
자전거로 여행 중이던 남자 두 분도 마당으로 들어왔다.
“아, 동네 사람들하고 만든 시집 좀 줄게”
시인의 말에 자전거에서 내린 두 남자는 받은 시집의 책장을 펴 사인을 해달라고 하면서 엉뚱한 이름을 대면서 시인이냐고 묻는다
“아니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사인을 해달라니”
뾰루퉁한 시인이 눈을 흘긴다
그제야 우리들 쪽으로 돌아 앉아서 사인을 해주겠다고 한다.
“시인님이 쓰신 책도 아닌데 싸인은 됐고요, 사진이나 한 장 같이 찍어 주셔요 ”
“응 그럴까? ”
“저 사람 빼놓고 찍자”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시인의 농담
“어머님 바느질 작품들이 걸려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서운해요 ”
“응, 그거 하도 사람들이 집어가서 꽁꽁 묻어놨어 ”
사진을 찍고 인사를 하고 집 앞의 섬진강가에 내려와 예쁘다를 서로 외치며 사진을 찍고 차에 올랐다. 아, 저만치 시인이 우리에게 손을 흔든다
우리도 차창을 내려 손을 흔들어 다시 인사를 했다
저렇게 다정하고 귀여운 시인이라니, 우리는 금세 김용택시인에게 반해버렸다.
출발해서 살살 가는데 뒤에서 하얀 차가 빵빵하고 클락션을 울린다, 시인이다.
“어디 가는데? ”
“저희 섬진강 풍광 보면서 옥정호까지 가려고요”
“아, 그래 그럼..... 응 쭈욱 가, 그냥 계속 가다가 로타리 나오면..... ”
다시 손을 흔들고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시인의 말대로 쭈욱, 계속 쭈욱 갔다.
삼진강이 이렇게나 멀리서부터 흘러온 줄 몰랐다, 소박하고 사람손이 안 탄 강가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돌아와 시인과 찍은 사진을 보았다
표정을 보니 시인도 분명히 우리에게 반한 것이 틀림없다
#강진터미널에서
둘이 있다가 가버리니 죽겄네
따라가지 왜 안 갔어
우리 영감은 좋은 데 묘 써서 좋은 데로 갔다야
혼자 텅 빈 방에 있으려니 몸도 아프고
이야기할 사람도 없어 날마다 버스 타고 시장에 앉아 있네
노령 연금 나오니 그걸로 버스값 하고 돌아다니네
방에 누워 있으면 이생각저생각 하다가 병들어 죽겄어
그러니 남편 생각하지 말고 막 쏘다녀야 혀
우리 영감은 젊어서 일만 하다가
남의 일 힘든 일 궂은일
고생스러운 일만 하다가
겨울 동안 구시렁구시렁하더니
병원 일곱 번 가고 가버렸네
뜨신 것도 맛없고
찬 것도 맛없고
결국에 찬 것만 찾다가 가버렸당게
큰아들 작은 애들 보고 싶다고 하더니
다 보고 가버렸어
더 살면 뭐 하나
내 세상 다 살았으니 자식 세상 살라고 가야 혀
어서 가야 혀
화장장 관 넣으면 이 세상 몸은 끝이라
모임 시집 <내일은 내 소식도 전해 줄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