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는 또 뭘 하지라고 고민하던 찰나 허니가 주말에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달콤이가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 수영장을 다녀오고 자신은 친구가 추천해 준 키즈카페를 다녀와야겠다고 말합니다. 다녀오고 싶다가 아니라 다녀와야 한다고 하는 것을 보니 많이 가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렇게 주말을 만끽하고 나면 월요일 어린이집 등원은 또 시작부터 울음바다가 되고 맙니다. 희한하게도 달콤이보다 3년째 어린이집을 다니는 허니가 늘 월요일마다 울기 시작합니다. 타고난 기질 때문에도 있겠지만 월요일은 아이들한테 많이 힘든가 봅니다. 하긴 우리 어른들도 월요일이 힘든 것과 마찬가지 일 테죠.
그래도 어린이집에서 매일 선생님과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잠시동안 엄마아빠의 모습은 잊은 채 잘 지냅니다. 날씨가 더워진 탓에 허니의 사진을 볼 때마다 긴 팔을 과감히 포기해야 할지 아니면 간절기용 긴 팔을 계속 고수해야 할지 고민이네요. 땀투성이가 되어 머리가 산발이 되어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래도 맑은 날씨 속에서 아름답게 핀 꽃들을 감상하러 산책도 나가고, 매주 진행되는 창의 레고 수업과 음률 공부도 척척해냅니다. 최근에는 한글 자, 모음과 영어 알파벳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게 인상적입니다. 그래서 집에 와서도 자기가 직접 고른 워크북을 끼적이면서 스스로 나머지 공부까지 하려는 모습도 보이곤 한답니다.
지난 목요일은 허니가 그렇게 고대하던 '인형극 관람'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스쿨버스를 타고 어린이집 인근 소극장에서 '빨간 모자' 인형극을 보러 갔다고 하더군요. 저도 3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유치원에서 보러 갔던 '그림 없는 그림책' 인형극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고 등장인물들이 나를 보며 대화하고 손을 흔들어주었던 잔상만큼은 또렷하게 기억이 납니다. 어찌 되었건 인형극 관람은 저에게 있어 좋은 추억이었기에 허니에게도 이 경험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늑대가 나타난 시점부터 허니를 비롯한 아이들이 늑대가 너무 무서워서 울음보를 터뜨렸고 그때부터 도미노효과처럼 많은 아이들이 대성통곡을 했다네요. 늑대를 좀 더 귀엽게 만들어야 하나라는 숙제를 오히려 인형극 팀에게 드린 꼴이 되었나 봅니다. 하하.
허니가 이렇게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달콤이는 월요병을 극복하기 위해 어린이집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아침 체조 시간에 자기가 나오는 음악이 나오면 두 발을 쿵쿵 밟으며 즐겁게 춤을 추고,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가져다 선생님께 적극적으로 읽어달라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달콤이는 요즘 부쩍 표현 활동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리본 춤 추기, 신체 표현 활동하기 등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인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소파에서 점프하기, 그네 서서 타기, 킥보드 한 발 들고 타기 등 위험하고 스릴 있는 활동을 자주 선보이고 있으니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매주 화요일마다 진행되는 '스토리 오감'에서는 동물가면을 쓰고 동물의 생김새와 움직임을 묘사하는 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또한 버섯을 직접 뜯어보고 잘라보는 활동을 하면서 버섯 이야기도 듣는 시간을 가졌고요. 팽이버섯과 새송이 버섯을 자기 나름대로 탐색한 뒤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도마 위에 놓고 다듬어 보면서 즐거워했답니다. 지난주에 담임선생님이 친구들을 주먹으로 때린다는 소견을 들어 이번주도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이번주는 별 일 없이 지나갔네요. 그렇게 하나둘씩 성장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주는 아빠인 제가 많이 바빴습니다. 개교 10주년을 맞이하여 대운동회를 기획해야 했고 행사팀을 섭외하여 운영 계획을 협의하느라고 신경을 많이 썼더랬죠. 또한 각종 게임 구성과 기념품, 안전교육 및 특수교육대상자 학생들, 학부모 초청 등 세밀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으려다 보니 머리가 많이 복잡했습니다. 날씨가 좋아질수록 가정이나 교육 현장에서의 행사가 많아짐에 따라 집안일과 직장일 사이의 밸런스를 잘 조정해야 하는 시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