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리째 바뀐 인생이지만 육아를 해보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이야기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결혼했고 결혼 1주년과 맞물려 첫 애와 마주했다. 결혼을 했으니 언젠가 아빠가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생각보다 이렇게 빨리 아빠가 될 줄은 몰랐다. 어린 시절 우리 아빠의 모습, 간간히 마주한 이미 아빠가 된 친구들의 삶, TV나 영화 등의 매스컴을 통해 비춰진 부자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돌이켜 보며 나는 충분히 내가 추구하던 이상적인 아빠의 모습으로 살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아빠가 되기 전에 미처 생각지도 못한 아빠의 삶이 있었으니 영유아 시기의 아빠의 모습이었다.
'애는 그저 알아서 저절로 크는 줄 알았지 뭐'
유년 시절 아빠들은 밖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 우리 아빠도 별 보고 일어나 별 보고 집에 들어온 경우가 허다하셨고 그 당시 아빠들은 나라 경제 발전의 역군으로서, 사회 질서 안정에 이바지하며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해 나가는 존재였다. 그러다보니 가정에서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고 치열했던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신 아빠를 대신해 육아는 오롯이 엄마만의 성역 같이 여겨지는 시대였다. 집안일이야 당연히 엄마의 몫이었고 기저귀 갈기, 분유 타기 등의 단순한 아기 돌보기 행위는 말할 것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아들로서 갓난아기때부터 영유아의 시기를 거쳐 소년이 될 때까지도 '남자'가 갖춰야 할 애티튜드에 대해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아온지라 육아에 대한 세심함과 수고로움에 대한 생각은 별로 해 본적 없이 살아왔다.
그런 변변한 육아에 대한 고민 없이 아이를 만나 키워보니 이건 세상 별 천지가 따로 없다. 역사 시간에 숱하게 들어온 혁명도 육아 하나에 비견할 것이 못된다. 내 걱정만 하고 내 생각만 하며 살던 세상에서 말 못하고 누워 울기만 하는 존재를 케어해나가는 것이 이리도 고단하고 힘든일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낮에 일하고 밤에 잠자는 일상적인 신체 리듬이 송두리째 바뀌는 것은 물론이며 오직 나 하나만 바라보고 눈빛과 울음으로 교감을 시도하는 아가의 마음을 읽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토록 나를 기만하고 못살게 군 직장 상사나 군대 선임과 함께 하는 순간이 이것보단 숨통이 트일줄이야.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슬기롭고 현명한 아빠가 되어보기로. 내가 뭐라고 나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어주고
내가 뭐라고 내 품에서 맘마 먹고 곤히 잠들 줄 알고 내가 뭐라고 아빠라는 타이틀을 선사하는 너를 위해 말이다. 어느덧 5살, 3살이 되어 보육에서 교육으로의 길을 무던히 걸어가는 아들, 딸의 모습에선 지난 몇 년간의 폭풍 같은 육아에 대한 자세한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 그저 그 시절이 아련한 잔상으로 흩어져 지나갈 뿐이며,머릿 속에 어렴풋이 육아의 쓴 맛, 짠 맛, 매운 맛이 스윽 스쳐지나가는 정도일뿐.
다행히도 틈틈이 아가들을 키우며 월령기까진 아니지만 그 때 그 시절에 남겨둔 기록들이 있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나 조차도 해낼 수 있던 것이 육아라는 것을. 미래의 아빠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고 훨씬 더 잘해내리라는 것을. 아빠가 육아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 인생살이에 있어 큰 선물이라는 것을. 이 글이 예비 엄마 아빠에겐 희망을, 오늘을 열심히 육아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힐링이 되기를 살포시 바라 본다.
육아는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Reverse된 삶의로의 Rebirth(재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