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아빠도 육아휴직 중』을 쓴 작가 '김호종'님은 개인적으로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은 사람이다. 첫 번째로 공무원이라는 점, 두 번째는 아빠로서 육아휴직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작가도 여느 부부들과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다. 3년간의 신혼 생활을 알콩달콩하게 보낸 후 아이를 갖기 위한 여러 가지 고생 끝에 사랑하는 딸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게 웬걸. 딸은 900만 분의 1 확률로 갖게 되는 구순염이라는 병을 갖고 세상에 태어나게 된다. 신생아를 길러내는 과정도 힘들 텐데 병원까지 왕래해야 하는 상황까지 마주했던 작가의 마음고생은 얼마나 심했을까. 그것만큼이나 작가에게 더 충격적인 아내의 제안이 있었으니.
여보, 나랑 같이 동반휴직 해줄 수 있어?
작가와 같은 우리 세대의 아빠들은 알 것이다.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라온 아들로서의 삶을 말이다. 부지런히 일을 하기 위해 아들과의 추억을 잠시 뒤로 미뤄야 했던 아버지를 겪어온 세대와 지금 시대의 아빠들의 삶은 천양지차다. 작가는 경제 상황을 고려해 볼때 아버지처럼 고전적인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선택하는게 이치에 맞다 생각했다. 그러나 가정에 충실한 육아대디의 삶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다달이 들어오는 월급은 훗날에도 꾸준하게 받을 수 있지만 사랑하는 딸의 오늘은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없기에. 와이프와 돌아가면서 육아휴직을 써 왔던 나는 안다. 부부 동반 휴직이 먹고사는 데 있어 엄청난 리스크라는 것을. 현재뿐만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그리는 데에도 상당한 걸림돌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동반 휴직'을 선택한 작가는 돈보다 더 값진 '육아'라는 선물을 얻었다.
글을 읽으면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나 역시도 최근에 아빠 육아 에세이를 세상에 내놓았고 비슷한 에피소드가 많아 비교해 가며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육아는 아이템 빨'이라는 말은 작가와 나 모두 순도 100% 공감하는 단어였다. 또한 새벽이고 한밤중이고 간에 아기가 울면 수유하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트림시키고 다시 재우는 일련의 과정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작가와 달리 16개월 차 연년생 남매를 길러낸지라 남들은 길어봐야 1년일 새벽 수유를 3년이나 해 냈기 때문이다. 그것도 출퇴근을 병행하면서 말이다.
그 과정 속에서 분명하게 얻게 되는 선물은 다름 아닌 '교감'이다. 말 못 하는 아기가 나를 믿고 의지함을 느낀다는 것. 그건 결코 쉽사리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더욱이 작가의 딸이 우리 둘째 딸과 동갑인 2022년 생이라 책에서 등장하는 성장과정이 우리 딸의 그것과 많이 겹쳤다. 두 돌 전까지 아이들은 왜 그리도 자주 아픈 것인지, 돌잔치 때 본인이 행사의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울어 되는지 등 말이다. 어린이집 등원도 마찬가지다. 육아를 하기 이전에는 아이들이 적령기가 되면 당연히 어린이집을 가고 그것으로 그만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한 번도 생각지도 못했던 '적응' 기간이라는 것이 있었고 그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엄마나 아빠 한 명이 육아 휴직을 해서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과 등, 하원까지 도맡아 줘야 비로소 아이가 안정을 찾게 된다.
그러니 부모 육아가 어렵고 육아 휴직이라는 제도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이 꾸준히 요구되는 것이다
공무원인 작가는 본인이 직접 겪어온 육아 휴직 과정을 통해 월급명세서, 적금, '아빠의 달' 등 실질적으로 육아를 해 내야만 알게되는 깨알 같은 꿀팁을 상세하게 전달했다. 육아휴직 중 받을 수 있는 기본급, 지원금, 각종 양육 수당 등에 대한 정보를 통해 굳이 계산기 두드리며 정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일목요연하게 말이다. 그리고 아빠 육아를 통해 예비 아빠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소양 등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육아라는 오롯이 거룩하고 고달픈 길을 먼저 걸어온 선배의 따뜻함을 보태서.
『엄마도 아빠도 육아휴직 중』은 에세이면서도 한편으로 저출생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의 현실 고증 칼럼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육아에 대한 관심과 실효적인 지원과 대안이 필요하고 사회적인 시선도 변화가 필요하다. 아이는 절대 저절로 알아서 크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도 묵묵히 나를 덜어 자녀의 오늘을 빛내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을 부모님들은 이 책을 읽고 공감과 힐링이란 선물을 받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