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윤표 Dec 03. 2024

3번째 참여하는 어린이집 운동회

홍팀은 뜨겁게 불타올랐고, 청팀은 시릴 만큼 냉정했다.

지난 12월 1일 일요일, 만 3세 반 허니와 만 1세 반 달콤이의 어린이집 체육대회를 다녀왔습니다. 인근 종합운동장 내에 마련된 실내체육시설에서 진행되었는데요. 3번째 참여하는 데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각에서 이루어지는 체육대회라 익숙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반 구성원이 예년과 달리 크게 바뀌었고 특히나 만 1세 반은 올해 처음 맞이하는 체육대회라 그런지 느낌이 처음처럼 새로웠습니다.

체육대회는 아이들 개개인의 운동 능력을 측정하기보다는 가족 단위로 즐겁게 참여하며 협동심과 팀플레이의 덕목을 함양할 수 있는 단체 게임 위주로 진행되었습니다. 게임의 경쟁 요소를 더하기 위해 청팀과 홍팀으로 무리를 나누어 팀 단위 게임을 하였는데요. 참여하면 할수록 각 팀의 콘셉트가 놀랄 정도로 뚜렷하고 그 차이가 분명함이 느껴져 재미는 배가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홍팀은 뜨겁게 불타올랐고,
청팀은 시릴 만큼 냉정했죠

홍팀은 응원전에서부터 청팀을 강하게 압도했습니다. 청팀이 아무리 고래고래 소리치며 응원을 해도 홍팀의 기세에 눌려 좀처럼 응원 점수를 따지 못했습니다. 경기에 참여하는 열정 또한 남달랐습니다. 소극적인 사람조차도 게임에 푹 빠지게 만들 정도였고 그러한 역동성은 사진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났죠. 홍팀의 진가는 장기 자랑에 빛을 발했습니다. 이른바 '랜덤 플레이 댄스'라 불리는 유명한 댄스 타임이 바로 그것이었는데요. 노래가 나오자마자 춤 실력과 상관없이 4-5명이 기세 좋게 뛰쳐나와 몸을 격렬히 흔드는 팀이 바로 홍팀이었습니다. 청팀은 이미 패배를 예견하였지만 완패만은 막아보자는 심정으로 댄스에 참여했고 결과는 불 보듯 뻔했죠.

그런 논리라면 게임 결과는 압도적으로 홍팀이 우세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논리일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승리의 여신은 홍팀이 아닌 청팀에게 손짓을 건네는 일이 많았습니다. 홍팀의 뜨거운 열정에 놀랄 만큼 차분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청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와신상담하고 있다가 시작 휘슬이 울리면 냉정한 승부사로 변신하여 눈깜작할 새에 승리를 거머쥐는 모습이란. 또청팀은 막상 경기에 이겨도 '와아~'소리 한마디만 거들뿐 곧바로 자기 자리로 퇴장했습니다. 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듯이 말이죠.

그리하여 경기 결과는 청팀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사회자가 각 팀의 MVP를 선정하는 데 홍팀보다 청팀을 선정하는 게 더 쉬워 보였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열정이 넘쳤던 홍팀보다 그의 반만 해도 청팀에서 낭중지추 할 수 있던 선수가 있었으니 그랬을 겁니다. 그렇게 3번째 맞이한 아이들의 체육대회가 끝이 났습니다. 가족들은 다음날 아침 맞이할 후유증도 잊은 채 함박웃음을 띄우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죠.  

돌아오는 길에 허니와 달콤이는 할아버지가 주신 용돈으로 각자 사고 싶은 선물을 샀습니다. 비록 행운권 추첨에서 떨어져 경품은 받지 못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좋은 추억과 덤으로 선물까지 받는 소중한 순간을 보냈습니다. 아.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그 끝을 알리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연말연시 다들 가정에서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p.s. 원래 3시간 행사였는데 2시간만 참여하길 잘한 듯. 제일 실속 있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