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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표 Dec 15. 2024

'나와의 대화'를 되짚어보다

참 쓸데없는 생각 많이 하며 산다 누가 극 N 아니랄까 봐

나의 MBTI는 ENFJ이다. 4개의 항목 중 3개는 그 편차의 정도가 극명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럭저럭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3-40%의 여지는 남겨두는 편인데 유독 N의 항목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N의 수치가 높을수록 현실을 직시하기보다는 공상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빈도가 높은데 나는 그 정도가 많이 심한 편이란다. 그런 의미에서 카카오톡 '나와의 대화'를 살펴보았다.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도 그렇고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실현되었는지도 가늠해 보기 위해서.

먼저 아직 글로 세상에 내놓지 못했던 다양한 궁금중들의 향연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올여름에 생각했던 '왜?'라는 물음과 관련된 질문 중에 해답을 글로 표현한 것은 아직 하나도 없다. 틈틈이 시간을 내서 관련 자료를 찾아본 후 정제된 형식과 읽기 쉬운 방법을 버무려 글로 풀어낼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취사선택을 다시 해서 버릴 것은 버리고 새로 추가할 내용은 더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또한 서평에 대한 초고도 보인다. 서평을 쓸 때는 좀 더 글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감히 저자에 대한 생각을 나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일이기에 그렇다. 단순한 의식의 흐름대로 쓰기보다 형식을 달리 해본다던지, 좀 더 정확한 단어는 없는지, 글의 흐름은 매끄러운지 꼼꼼하게 살펴본다. 이러한 생각의 담금질이 고스란히 '나와의 대화'에 담겨있음을 확인하니 느낌이 묘하다. 그때는 이랬구나 지금은 또 아닌데.

내가 쓴 책 관련된 콘텐츠를 브레인스토밍한 흔적도 엿볼 수 있다. 당시 아빠 육아 에세이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읽는 이에게 최대한 도움이 될 내용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아빠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역할과 아빠 육아만의 장점을 떠올리기도 했고 연년생터울 남매를 길러내기 위해 가져야 할 아빠의 마인드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 보았다. 교육철학, 육아템, 일상생활 등 나름 다양한 주제를 토대로 친절하고 알기 쉽게 전달하려고 했고 그런 내용을 저서에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끝으로, 내가 최근 생각했던 것들이 대화창에 등장했다.

1. 사교육 체험을 하고 있는 첫째가 학원 수업에 어떻게 참여하는가?

2. 늘봄 수업과 연관 지어 유, 초 이음교육으로써의 놀이체육은 어떤 식으로 고안하면 좋을까?

3. 라곰, 휘게 등의 트렌드를 슬기롭게 학급경영에 적용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4. 아이들의 연 긍정만이 최선인가? 현실은 마냥  긍정적일 수 없는데 말이다. 불안, 괴로움 등을 슬기롭게 마주하고 다스리는 것에 대한 교육방법은 어떤가?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채팅창을 수놓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무수한 생각을 쏟아낼 수 있는 자유에 감사하다는 것. 이런 광활한 사유의 세계를 다른 이를 불편하게 하지 않고 마음껏 유영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이 글도 불현듯 찾아온 아이들의 낮잠 시간 덕분에 쓸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너희는 컨디션을 회복하고 나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으니 말이다.


벌써부터 다가올 2025년이 기다려진다.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마음껏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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