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투모로우'는 기상 이변으로 인해 삽시간에 지구가 초급속도로 얼어버리는 상황을 가정하여 만든 재난영화입니다. 20년 전에 개봉된 영화로 영화 말미에 기상학자의 말을 시종일관 무시하던 부통령이 TV 인터뷰 장면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인류는 그동안 착각했습니다. 자연을 마치 인간이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이며 그렇기에 마음껏 써도 되는 권리가 있다고.'라고 말이죠. 자연환경을 지키고 아름다운 지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지만 이 영화가 상영될 때보다 무려 5배나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지구가 권리를 가지는 날에는』은 이런 세태에 경종을 울리고자 모인 과학교사 9명이 모여 만든 저서입니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훼손되고 있는 산, 강, 바다, 열대 우림 등의 사례를 바탕으로 인간들의 욕망이 빚어낸 자연환경의 파괴는 고스란히 인간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에게도 수천 년간 싸우고 지켜낸 '인권'이 있듯이 자연에게도 그들 스스로를 보호하고 존중받을 만한 '권리'가 부여되어야 함을 주장합니다. 또한 사람들 사이에도 관계 형성 및 순환의 흐름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수천, 수만 년 전에 지구에 뿌리내린 생태계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며 말이죠.
얼마 전에 저도 '세계 꿀벌의 날'을 과학시간에 학생들에게 지도한 적이 있습니다. 꿀벌 한 마리가 매일 해내는 수분(꽃가루받이)이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꿀벌의 개체 수를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책에서는 코스타리가 쿠리디바트의 꿀벌 호텔을 사례로 제시하여 세계 각지에서 꿀벌을 지키려는 노력의 하나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결국 생태계를 교란하고 멸종위기의 식물, 동물을 발생시키는 주범은 다름 아닌 인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됩니다.
물론 모든 지구상의 생물들이 피해자이고 인간만이 가해자인 경우는 없습니다. 수십 년 전에 안마도에서 개체수가 끊임없이 증가하던 사슴들은 많은 마을 사람들에게 인적, 물적 피해와 손실을 가져다주었고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등의 동물들도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를 입힌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류와 생물을 향한 중립적인 시선과 균형 잡힌 시각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일화들입니다. 인류가 생태계에 파괴를 가져다준 사례가 고쳐야 할 부분이라면 이와 마찬가지로 동식물이 인류에게 피해를 준 것도 더 이상 지속되게 해서는 안되니까요.
'환경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밸런스구나.'
뉴질랜드의 '황거누이강'의 사례는 세계 최초로 '강'에게 인간이나 회사가 가지는 법적 지위를 부여한 최초의 사건입니다. 인권이 침해받은 경우 법의 심판을 통해 구제를 하듯이 생태계에게도 똑같이 법적인 보호장치를 부여한 셈이지요. 특히 이 문장이 신비하게 와닿습니다.
'이 법은 황거누이강과 마오리족의
깊은 영적 유대를 반영한 것으로,
강의 미래를 위한 단단한 토대를 만들었다.'
가장 객관적이고 이성적일 것만 같은 법에 '영적 유대'라는 토테미즘적 단어가 들어있으니 실로 오묘합니다. 이처럼 자연은 그 존재자체만으로도 인류에게 강력한 에너지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뉴질랜드 황거누이강의 사례가 시사하는 것은 바로 태도의 문제입니다. 마오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지구상의 여느 인류들과는 분명히 다른 관점을 선사하였고 이는 고스란히 '권리'로 명시되어 법의 보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앞으로 지구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인류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안을 꾸준히 행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자연과 인간의 관계, 지구와 인간의 관계를 '낯설게 보기'. 조금 어색할 수 있지만 우리가 지구로부터 많은 것을 얻었듯이 우리도 이 낯선 경험을 기꺼이 받아들여 조금씩 지구에게 유의미한 것들을 선사하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