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게 정말이야?”
예빈이의 말을 듣고 모두는 놀라 한 목소리로 외쳤다.
“반반 젤리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 모지수랑 이유주도 해당이 돼. 너희들 수요일 1교시 끝나고 분리수거 하는 거 알고 있지?”
“응, 우리 학교는 정해진 시간이 그날 뿐이라... 그 날 이외에 함부로 쓰레기를 버려서도 안되고...”
은우가 예빈이의 말에 맞장구쳤다
“그 시각에는 모든 학생들이 분리수거 하러 가기 때문에 유난히 복도가 시끄럽지.”
“그럼... 그 틈을 노려서...”
“맞아. 지수랑 유주는 그 날만 되면 늘 윤표샘의 교실에 방문했어. 그러고는 젤리를 하나씩 받아쥐곤 거래를 했지. 그리고...”
예빈이는 말하다말고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SNS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그게 이 결과물이고.”
예빈이가 보여준 휴대폰 화면은 지수와 유주의 SNS 계정이었다. 둘의 SNS 계정은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좋아요 수나 구독자수가 만 단위가 넘어갈 정도였으며 댓글 반응도 칭찬 일색이었다.
“그러니까... 지수랑 유주가 윤표샘 밑에서 부하 노릇을 하면서 꾸준히 젤리를 받아서 거래를 했고 걔네들이 빌었던 소원은...”
“그렇지. SNS 스타가 되기를 빌었겠지. 어딘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꾸준히 자신들의 신체 능력을 윤표샘에게 주고 말이야.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둘의 소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거래 조건을 아주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는 거지. 양피지에 소원 적기, 12시간 동안 누구와도 말하지 않기, 젤리는 꼭 반씩만 먹기...”
“그만큼 걔네들도 젤리의 맛에 중독된 거야.
한 번 맛보면 쉽게 끊을 수 없는 욕심의 맛을”
예빈이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예서가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난 모지수랑 이유주가 이렇게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스타가 되어가는 것을 용서할 수 없어...”
예서가 부들부들 몸을 떨면서 간신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난 학교가 끝나면 매일 2시간씩 춤과 노래를 연습했어. 그리고 주말만 되면 항상 사무실을 찾아가 소속사 언니들 심부름을 하면서 데뷔조가 되는 꿈을 키웠어. 서울, 부산, 수원 어디가 되었든지 간에 6학년 언니들이 공연하는 곳을 쫓아가서 뒷바라지 했고 갈 때마다 무대, 조명, 의상팀 여기저기를 뛰어다녔어. 그렇게 녹초가 되어서 밤늦게 집에 돌아와서도 밀린 학교랑 학원 숙제를 해치우느라 12시간 넘어서 잠든 적도 허다하다고.”
“예서야.... 너 얼마전에 데뷔조 들어갔다고 펑펑 울었던 이유가 그래서...”
옆에서 듣고 있던 하윤이가 예서의 모습에 어쩔줄을 몰라하며 말했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매일매일 간신히 해내면서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젤리 하나로 이렇게 승승장구 하는 모습은 절대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그게 윤표샘이 바라는 거야. 질투는 나를 더 강하게 만들지”
“뭐?”
“지수랑 유주도 너 못지 않게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거야. 그저 매일을 조용히 살아가는 모습은 걔네들도 원치 않겠지. 예서 네가 요즘 부쩍 SNS에 등장하는 영상이 많아졌지? 그걸 보면서 걔네들도 생각이 많아졌겠지. 윤표샘은 그 점을 이용해 지수랑 유주를 완전히 자기 편으로 끌어들인거야.”
“안 되겠어. 지수랑 유주를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아. 예빈이 너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지수랑 유주도 우리의 친구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걔네들이 옳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우리랑 같은 편이 될 거라고 생각해.”
듣고 있던 하윤이가 입을 열었다.
“...”
예빈이는 그저 잠자코 친구들의 다음 행보에 주목했다.
“그래 맞아. 지수랑 유주가 당장은 달콤한 인기의 맛을 보겠지만 결국은 무언가 자신들의 신체 능력을 거래하고 얻는 거니까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몸과 마음에 큰 무리가 오게 될거야. 우리가 미리 이야기를 해서 지수랑 유주에게 더 큰 나쁜 일이 생기기전에 막아야 해.”
하윤이의 말을 듣고 민슬이도 맞장구쳤다.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야. 진정한 친구라면 친구가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도와야 해”
민슬이 옆에 있던 유민이도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 진정한 친구라...”
예빈이가 친구들의 말을 조용히 듣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예빈이 너는 어떻게 할 거야? 함께 지수와 유주를 설득해서 우리 편으로 만들 거야?”
예빈이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 동안 살면서 ‘진정한 친구’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란 것은 그저 같은 교실에서 잠깐 몇 시간 지내고 마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처럼 친구의 옳지 못한 행동에 스스로 나서서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모습에 예빈이의 마음 깊은 한 곳이 강하게 떨렸다.
“... 흑흑... 흑...”
“뭐야. 정예빈. 너 혹시 우는 거야 지금...?”
채희가 살짝 놀랬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나도 같이 가자. 함께 도울게. 진정한 친구라면 친구가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게 우선이지.”
예빈이의 말에 옆에 있던 친구들이 모두 예빈이 곁으로 달려왔다.
“예빈아 고마워. 이번 일을 계기로 예빈이가 얼마나 속이 깊고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지수와 유주를 설득해서 구해 내고 반드시 윤표샘의 악마 같은 행동으로부터 더 많은 친구들이 현혹되지 않게 막아야 해”
예빈이가 친구들의 말을 듣고 슬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친구들의 진심에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어른거렸다. 그러다 대뜸 눈빛에 매서운 독기가 불현 듯 차올랐고 예빈이는 흠칫 뒤를 돌아 예서를 돌아보았다.
“예서. 너 혹시 데뷔한 거 학교 사람들이 알아?”
“친한 친구 몇 명만 알고 아직은 정식 데뷔는 하지 않았어.”
“잘됐네. 저기 포스터 보이지?”
예빈이가 가리키는 쪽을 살펴보니 무지개색으로 알록달록 꾸며져 있는 포스터가 있었다.
“이거 그거네. ‘등굣길 행복 예술제’. 이거 신청하면 주차장 앞 야외 무대에서 공연하잖아.”
“예서야...”
예빈이가 채희의 말을 듣자마자 예서를 불렀고 미처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예서가 대답했다.
“응. 알겠어 신청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