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선배이자 인생 선배로서의 뼈가 있는 조언. 잘 새기겠습니다.
초등교사 14년 차인 나에게 정유미 작가는 어찌 보면 교직 대선배님이시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이미 교직에 몸담고 계셨으니 따지고 보면 나에게 은사님과도 같다 할 수 있다. 작가님은 SNS에 종종 교사로서 갖춰야 할 소양, 교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법, 학부모와의 유기적인 관계 형성 등에 대한 조언을 많이 업로드해주셨다. 그리고 그것을 나의 교육 현장에 고스란히 담아내거나 나만의 방식을 버무려 효과적인 학급경영을 하는 데에 활용했다. 『오늘도 가르치기 위해 교단에 섭니다』책은 정유미 작가가 반평생을 교직에 몸담으며 마주한 이야기들을 담아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많은 선생님들을 향한 잔잔하지만 단단한 응원이다.
나 역시도 교사이면서 아이를 키우는 아빠이다. 요즘에는 와이프를 대신해 아이들의 등, 하원을 도맡고 있고 저녁에는 아이들의 밥상을 책임진다. 그리고 나름 아이들의 일상을 매주 에세이로 적어 아이들의 육아일기도 수년째 써가고 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아빠 노릇을 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요즘에 아이들 육아에 많은 실수를 범하고 있다. 늦었는데 딴청을 피우는 아이들에게 쫓아다니면서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밥상을 차려 놓는 것을 먹지 않을 때는 고함을 치면서 저리 가라고 한다. 얼마 전, 층간 소음 문제로 아랫집에서 민원을 제기했을 때는 이성을 잃고 크게 소리를 쳐서 둘째 딸이 경기를 일으키며 토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정유미 작가님이 저서에서 '어른들도 가끔 이런 상황을 겪는다'라고 한 에피소드가 나에게는 요즘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정유미 작가의 저서를 찬찬히 읽어보니 교실에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을 '가정'에 대입해 보면 나의 잘못된 육아방법을 개선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내 아이를 옆집 아이처럼 대하기', '잔소리 줄이기' 파트를 읽어 내려가는 데 뼈를 때리는 말씀에 저절로 얼굴이 벌게지고 고개가 숙여졌다. 내가 요 몇 주 동안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던 잘못된 양육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설명해 주면 아이들도 충분히 알아듣고 행동을 고칠 수 있다.', '쫓아다니면서 잔소리를 하기보다는 느리게 변화하는 아이의 모습이 '성장'임을 이해하고 믿어주는 것' 모두 나에게 구구절절이 필요한 방식이었으며 오늘도 가슴 깊이 저 문장을 새기기로 했다.
아직은 학부모가 아니지만 아이들이 불과 몇 년 뒤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사실을 마주하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부부교사이다 보니 매일 퇴근하고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나누는 편인데 별의별 이야기가 다 있다. 그러다 불현듯 '이러한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우리 아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쉽사리 해답을 내놓기 어렵다. 정유미 작가가 제시한 해답은 결국 '칭찬'과 '소통'이었다. 아이들이 잘하는 것에 집중하여 분명하고 정확하게 칭찬한다면 문제 상황을 일삼던 아이도 결국에는 그 문제를 극복하고 다음 단계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가정과의 꾸준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학교에서 가장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를 이끌어 내기를 권한다.
저서의 말미에 29년 간 교직에 몸담으면서 정유미 작가가 느꼈던 소회를 짧게 네 가지로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공평하고 공감하며 잘 가르치고 안정감을 주는 교사'. 초등학교 선생님이면서 연년생 터울의 자녀를 기르는 육아대디인 나에게 적용해 보니 나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필수 덕목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공평하게 대하는 아빠, 아이들의 희로애락을 잘 들어주며 마음으로 늘 공감해 주고 사랑을 주는 아빠,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짚어주며 잘 가르치는 아빠, 끝으로 집에 오면 아빠의 존재가 불편하지 않고 마음껏 뽀뽀와 포옹을 해줄 수 있는 아빠가 바로 그것이다.
선생님 노릇, 아빠 노릇하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어렵다. 그렇지만 그 부침 속에는 분명한 철학이 있고 그러한 과업은 '업무'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다루기 때문에 어렵다는 생각을 해 본다. 수학 공식이나 정형화된 데이터로 분석 또는 해결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일. 그것을 슬기롭게 근 30년째 해오고 있는 정유미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변화하는 사회에 맞추어 아빠로서, 선생님으로서 갖추어야 할 태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오늘을 계기로 나도 좀 더 좋은 아빠, 좋은 선생님으로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교단에 선다. 어제보다 좀 더 웃는 얼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