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씨앗티즌 Dec 29. 2021

씨앗티즌을 시작하며

사회를 마주하는 N개의 문화예술교육


차 시스템이 바뀌게 되어 자동차등록증과 주민등록등본과 같은 서류를 들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방문했다.
등본에는 언뜻 보아도 1인가구로 되어 있었고, 그것을 확인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은 처음부터 계속 나를 향해 ‘사모님’이라고 불렀다. 물론 이러한 부름은 ‘혐오’에서 온 것은 아니지만, 사회통념이 중년의 여성은 누군가의 아내여야 한다는 것을 밑바탕에 깔고 있음을 반영한다. 


물론 사모님은 높임말로 쓰이지만, 그 단어의 뜻은 누구의 아내를 지칭하는 말이다. 

직원의 입장이나 마음, 의도는 이해한다고 해도 계속 그렇게 불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 말을 대체하는 말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사실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입주자? 주민님? 이 아파트의 주민으로서 나를 어떻게 부르면 적당할까? 


이런 일이 관리사무소에서만은 아니다. 

정수기관리사도 고객님이라는 표현을 두고, 굳이 사모님이라 고 부른다. 집 앞 편의점에서도 경험했다. 

난 비혼의 사모님이 되었다. 


우리는 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매일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평범한 말이지만 그 이면에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차별과 편견, 위계의 시선이 숨겨져 있음을 이야기했다. 악의는 없어 보이지만, 그리고 지금까지 문제없이 써 왔지만 나에게는 불편한 말들. 이런 말들은 상대를 향하고 있고, 듣는 사람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점검해야함에 주목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혐오를 찾기 시작했다. 


이렇게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나는 굉장히 들떠있었다. 

주제가 가진 무게감보다는 그것을 풀어가는 우리들 합이 좋았다. 

적당한 긴장감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흥분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출발이 순조로웠다. 특히 프로젝트의 이름을 짓는 순간은 정말 최고였다. 

"씨앗티즌" 처음 들으면 무슨 말인가 싶긴 하지만 곱씹을수록 좋다. 


예술가들은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대중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특히 시각매체를 많이 사용하는 우리들에게는 본다(SEE)라는 것과 예술(ART)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키워드였다. 


그리고 이 사업의 제목인 "사회를 바라보는 N개의 문화예술교육"에서 그리고 예술에서 우리 사회 속의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뜻에서 사회에 살아가는 사람들(CITIZEN)을 합성했다. 

그리고 그 어감에서 씨앗 (SEED)이라는 결과물을 도출했다. 우리가 행하는 예술은 비록 사회를 바꾸는 혁명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씨앗이 되어줄 수 있을것 같고, 우리는 그 씨앗을 심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기획서를 쓰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팀원 중에는 여러 번 같은 프로젝트를 한 사람도 최근에 함 께하기 시작한 사람도 있었지만, 서로 존중하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글 쓰는 방식이 서로 달라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난해한 단어들의 나열에, 글을 쉽게 쓰는 나에게는 정말 무슨 말인지 잘 알 수도 없 었다. 줌으로 연결된 상태에서 서로의 글을 읽으며 수정해 나갔다. 조금 더 직관적인 단어로 바꾸기도 하고, 너무 평이한 단어는 더 잘 어울리는 심오한(?) 단어로 바꾸기도 하면서 기획서를 완성시켜 나갔다. 


기획자는 전략을 생각했고, 예술가는 예술가적 감각으로 사유했다. 아키비스트는 그것을 기록하며 하나로 묶어주었다. 


이런 과정을 경험하면서 그냥 함께 일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이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고 이런 형태라면, 앞 으로 씨앗티즌 활동의 첫 번째 주제인 혐오로 시작하여, 또 다른 씨앗으로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협동조합 미래는 2015년 “꿈을 이야기하는 카메라”라는 슬로건으로 성남시 사회적경제 지원센터의 창업지 원 공모를 통해 설립되어 탄탄한 교육적 구조를 구축하고 그 시기의 이슈에 맞는 새롭고 실험적인 프로젝트 를 진행하고자 노력했다.


이제는 “씨앗티즌”을 통해서 그 2막을 시작하려고 한다.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자신은 스스로에게 솔직 하게, 소통과 공감으로 함께함으로써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실천할 수 있는 시민성 향상에 주력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말의 씨앗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