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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앗티즌 Dec 29. 2021

혐며드는 사회




사전적 의미로 혐오는 매우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뜻이다.
한국어에서 혐오는 ‘혐오시설’, ‘혐오식품’처럼 시설이나 음식을 수식하는 말로 주로 쓰여왔다. 혐오표현은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를 번역한 말인데, 영어에서 ‘헤이트’도 극도의 싫음, 역겨움, 적대감을 뜻한다. 헤이트나 혐오 모두 상당히 강한 뉘앙스를 가 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혐오표현에서의 혐오는 이러한 일상적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여기서 혐오는 그냥 감정적으로 싫은 것 을 넘어서 어떤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차별하고 배제하려는 태도를 뜻한다. 


홍성수, 《말이 칼이 될 때》, 어크로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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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일상적인의미는싫어하고미워하는것을뜻한다.대개는거부감이들거나가까이하고싶지않다는생각이드는어떤것을말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늘날 사회현상으로서의 ‘혐오’의 내용은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중략) 


혐오표현개념에는다음의세가지요소가있다.
 ⓵어떤속성을가진특정집단을대상으로함
 ⓶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대상집단이나 그 구성원모욕·비하·멸시·위협하거나 그에대한 차별·폭력을 선전·선동함 

 ⓷대상집단에대한물리적공격이아닌언어등을사용한언동 


이승현 외, 《혐오표현 리포트》, 국가인권위원회,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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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혐오(嫌惡)’란 ‘싫어하고 미워함’의 뜻이며, ‘증오(憎惡)’는 ‘아주 사무치게 미워함 또는 그런 마음’의 뜻 이다. ‘비하’, ‘멸시’, ‘모욕’이 낮잡아 보고 깔보는 마음의 태도에 가깝다면 ‘혐오’나 ‘증오’는 몹시 싫어하고 미워하는 태도를 겉으로 드 러내는 행위에 가깝다고 하겠다. (중략)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 보고서인 홍성수 외 6인(2016:21)에서는 혐오표현의 개념을 좀 더 명시적으로 ‘어떤 개인·집단에 대하여 그들 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혐오하거나 차별·적의·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이라고 정의 했다. 그러나 차별 표현 또는 혐오 표현의 대상을 소수자 집단에 한정한 것은 언어 사실에 맞지 않음을 지적한다. 소수자든 다수자든, 약자든 강자 든누구나비하,모욕,혐오,증오의대상이될수있기때문이다. 


이정복, 《한국어와 한국 사회의 혐오, 차별 표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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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차별과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본래 혐오는 감정이지 사태가 아니다. 혐오는 그 자체가 어떤 행위의 근거나 이유가 되는 감 정을 동반한다는 차원에서 차별과 개념적으로 다른 영역에 속한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혐오‘는 싫어하고 미워함이다. 또한 혐오 (嫌惡)는 한자로 실어할 혐嫌과 미워[나쁨]할 오惡가 함께 있는 단어다. 더욱이 집단지성으로 구성되는 위키피디아 사전(https:// ko.wikipedia.org/wiki/%ED%98%90%EC%98%A4)에서 혐오는 ”어떠한 것에 대한 공포, 불결함 따위 때문에 기피하는 감정으 로,그기피하는정도가단순히가까이하기싫어하는정도를넘은감정을의미한다.“라고정의되어있다. 


그래서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혐오‘라는 말은 단순히 무엇을 싫어한다는 개인의 기호적 성향을 넘어 더 강한 싫음을 나타내는 표 현이거나 ’여성혐오주의‘나 ’남성 혐오자‘와 같이 싫음에 대한 자신의 견해나 행위자를 지칭하는 것이다. 


최현철, 《혐오, 그 분석과 철학적 소고》,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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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씨앗티즌이 정의하는 혐오란 무엇인가? 


씨앗티즌은 혐오가 생겨난 근본적인 이유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혐오의 양상를 통해 혐오 에 다가가고자 했다. 


혐오는 진화심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삶의 전략으로 다름을 배척하고, 사회학적 측면에서 보면 자기 정체성 확인을 위해 차이를 혐오로 극복하고자 시도되고 있다.

시도의 대상은 개인, 집단, 그리고 자기이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히 구분될 때도 있고, 오늘의 가해자가 내일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혐오를 방관하는 사람 역시 어느 날에는 가해자가 되고, 어느 날에는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시도의 양상은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폭력적으로, 때로는 유머를 빌려 나타난다. 


이렇듯 혐오의 대상과 양상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하며,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내가 혐오의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한쪽 눈을 감고 있 거나, 동조자가 되면서 사회에 만연한 혐오에 무감해지고 있다. 


씨앗티즌이 혐오에서 찾은 것은 무감해지는 혐오에 대한 인지, 혐오 감수성을 깨우치는 것 의 필요이다. 내가 행함에 혐오가 바탕하고 있음을, 그리고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혐 오를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씨앗티즌은 이 알아차림이 ‘다름에 대한 지지와 다름과의 연대’를 가능하게 하고, 혐오에 대한 실질적 대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사회 전반에 스며든 혐오의 양상을 다각도에서 살펴보고자 카테고리화 하고, 실천적으로 대항하고자 한다. 



첫번째, 내가혐오를만났을때 


개인의 경험으로부터 혐오의 사례를 수집한다. 씨앗티즌 멤버부터 개인이 겪었던 혐오 의 사례를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며 동시대에 일어나는 혐오의 성격과 특성을 파악 해나간다. 


두번째, 혐오가유머를만났을때 


평소 우스갯소리로 나누는 혐오 섞인 유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혐오 증폭의 원리와 이로부터 파생되는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매체(미디어)와 결합하여 일어나는 사회현상 에주목한다. 


세번째, 사회가혐오를만났을때 


대상(학교 밖 청소년) 혹은 주제(혐오)와 관련된 분야에서 활동하는 관계자집단 면담, 인터뷰 등을 실행하여 사회의 혐오 표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고 해석한다. 


네번째, 예술이혐오를만났을때 


혐오에 관한 다양한 예술작업 사례를 수집하고 예술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 고 있으며 사회에 참여하고 있는가를 살펴본다. 혐오의 주제는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페미니즘, 인종차별, 배리어프리 등 다양한 주제가 된다. 


혹자는 ‘혐오’라는 워딩 자체가 불편하고 쓰기 꺼려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혐오는 그만큼 우리에게 치명적이고 물리적 폭력보다 더 큰 상흔을 남기기 때문에 혐오라는 표현을 순화하지 않고, 피하지 않고 사용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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