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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앗티즌 Feb 10. 2022

씨앗티즌이 만난 예술

페미니즘 작업


정다슬 <공공하는 몸1.>


<공공하는 몸1.>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언어가 갖는 상징과 폭력을 과일과 도구, 그리고 행위를 통해 은유한 작업이다. 무대 중앙에 설치된 5m가량 되는 기다란 테이블 위에는 하얀 테이블보를 씌우고 온갖 과일들과 도구들이 놓인다. 도구는 드릴, 식칼, 곡괭이, 작두, 등 과일을 깍는데 사용하는 도구라고 하기엔 용도를 한참 벗어난 너무나 커다랗고 섬뜩한 느낌마저 드는 오브제들이다. 그리고 등장하는 퍼포머. 퍼포머는 놓여진 도구를 활용하여 과일을 자르고 뭉개고 씹고 과장된 행위들을 이어간다.



이 때, 두 명의 퍼포머는 관객에게 이야기를 건네기도 하고 서로 대화를 주고받기도 하는데, 이 지점에서 행위의 언어가 개입한다. 

먹음직스럽군요. 

먹어볼까요. 

흔들어볼까요. 

털어볼까요. 

벗겨볼까요. 

만져보고 싶네요... 

여성과 포르노그라피가 연동되는 듯한 행위 언어들이 과일에 빗대어 드러나게 된다. 흰 테이블위에 과일들을 과일 향과 뒤섞여 뭉개지고 훼손되어 황폐해진 모습으로 남고, 테이블은 엉망이 된다. 일상적 언어가 여성과 결부되었을 때, 어떠한 변질로 이어지는지 드러내는 시선은 끊임없이 어긋나고 미끄러지며 역설적이게도 신체와 행위를 규정하는 모순의 서사를 드러낸다.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언어가 신체와 결부되고 그것이 여성을 도구화하는 은밀한 무력으로 전락할 때, 언어의 기능과 함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작업이었다.
그러면서 언어를 대항적인 방식으로 가져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오를랑 <성형수술 퍼포먼스> 


1990년부터 1993년까지 


<성형수술 퍼포먼스> 연작이다. 모두 9회 실행된 이 퍼포먼스는 성형외과 의사, 비디오 촬영팀으로 구성된 일종의 멀티미디어 쇼였다. 피부라는 껍질은 얼마나 기만적인가 선서를 읽고 의식을 행한 뒤, 오를랑은 수술대에 오른다. 그리고 성형장면이 지역방송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여성의 이미지를 용해하고 재구성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서 턱을, 다빈치의 ‘모나리자’에서 이마 등을 따와 성형을 했다. 시대적 배경이나 역사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결정하는 미의 기준에 도전장을 낸 용감한 여성의 작업이 다. 



그년 2016년 서울의 성곡미술관에서 <테크노바디>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사진출처 및 전시소개 성곡미술관  http://www.sungkokmuseum.org/main/archive/orlan/




장애예술 작업 


-Julie Cleves 


팔다리를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Julie Cleves는 판넬을 이용하여 휠체어 위로 올라가고 내려간다. 엉덩이를 번갈아가면서 들고 판넬을 좌우로 넣고 빼면서 단차를 높여가거나 내려간다. 이는 로비가 직접적으로 몸을 돕지 않는 방식을 택하고 자립적인 움직임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녀의 가장 실용적인 움직임은 그 자체로 퍼포먼스가 된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풀숲에서 뒹굴거나 앉아있기가 힘든데 줄리와 로비는 풀숲에 앉고 뒹굴고 몸이 엉키며 숲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상을 보면서 어떤 자유로움을 느꼈다. 나는 홀트복지관에서 예술강사로 4~5년 정도 활동을 했다. 휠체어에서 생활하는 이들과 이를 돕는 보조 활동 도우미들은 되도록 민첩하고 신속하게 목적지향적인 행위만을 행한다. 밥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의자에 앉기 위해 움직일 때는 도우미가 몸을 부축해 옮겨 앉는다. 여기서는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행위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풀숲에 앉는다...? 누군가에는 너무나 쉬운 일이 이들에게는 꿈꿀 수 조차 없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도 그런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 자유롭게 뒹굴고 느낄 수 있을 권리... 그리고 그것을 기꺼이 행하는 줄리와 로비를 보면서 감동받았다. 




관람 작업 


-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파동>,<열 두개의 문> - 보안1942 <몸이 선언이 될 때>


 - 수원시립미술관 <바람보다 먼저>

 - 보안1942 하상현 안무 <Poses> 

 - 아르코 예술극장 정금형 안무 <만들기쇼>
 - 시청각 슬기와 민 <보간법>
 - 아르코 전시 <밤의 플랫폼>


 - 여튼952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 꺼졌다 살아나고> 

 - 문화비축기지 마탱 스펭베르크 <휨닝엔> 


작업들을 찾아보면서 마음을 울리게도,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방법론을 상상하게도 했다. 예술이 갖는 힘을 실감했고 구획할 수 없고 명명되지 않는 그 무언가를 천천히 건져 올리는 씨앗티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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