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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정상가족?

한국의 가족주의 가족 이데올로기 모성신화

by 홍재희 Hong Jaehee



봉준호의 <마더>를 보면서 십 대 소녀의 사체를 전시하는 포르노적인 시선의 폭력성보다 더욱더 기괴했던 것은 아들과 엄마의 정도를 벗어난 친밀함(그걸 친밀성이라 부르는 것이 과연 맞는가 싶다)이 보여주는 변태성이었다.


몸은 성인이 되었어도 자라지 못한 아들은 어머니란 이름의 여자를 혐오하거나 증오하는 남자로 크고 아들을 마치 남편과 애인의 대용으로 또는 자신의 분신으로 또 다른 자신으로 자아 동일시하는 어머니란 이름의 여성은 과잉애착이든 방임학대든 자신의 행위를 자식사랑, 희생과 헌신이란 명분으로 미화한다. 그 가공할 모성애, 애착을 넘어선 집착을 위대한 모성이라 찬양할 수 있을 것인가. 아버지라 불리는 남성도 예외는 아니다. 과잉 애착이든 방임 학대든 한국인들은 가족이라서 가족이니까 또는 내 새끼 내 자식이니까라는 이유에 전 인생을 제 삶을 제 미래마저 모조리 베팅한다. 이런 비극이 따로 없다.


솔직히 한국의 유교 가부장제의 인큐베이터인 K -가족주의의 총본산이자 산실인 결혼과 자식을 거부하고 살아가는 나 같은 인간은 평균 한국인들의 자식에 대한 끔찍할 정도의 희생과 헌신에 물음표와 의문부호를 찍을 수밖에 없다.


나는 말끝마다 '엄마가'를 남발하는 성인 한국 남성을 보면 그의 정신연령을 의심한다. 서른이 마흔이 넘고서도 결혼하고서도 엄마 타령하는 남자들이 있다. 엄마가 해준 밥이 그립다거나 제 아내와 제 엄마를 비교하는 남자들을 보면 이들이 과연 몇 살인가를 되씹어본다. 혼자 밥 먹는 제 신세를 한탄하는 이들을 보면 불쌍하다기보다 징그럽다.


한편 부모가 된 남녀는 서른이 넘은 자식이 제 배우자를 선택해 결혼할 때 감 놔라 배 놔라 오지랖 참견질에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이 결혼 인정 못하네 죽어도 안 되네 마네. 부모의 목숨값을 빌미로 자식을 겁박하며 자식의 인생을 통제 지배하려 든다.


스물이 넘어 어머니의 간섭과 잔소리, 아버지의 통제와 폭력을 벗어나기 위해 가출로 독립을 선언하고 결혼 대신 동거로 당당히 내 성적 결정권이 부모의 권리가 아니라 나란 인간의 내 권리임을 증명했을 때 내 부모 역시 입에 게거품을 물고 날 불효막심한 딸년으로 매도했었다. 이상하고 우스웠다. 사회가 인정한 법적 성인이 되었으며 스스로 돈을 벌어 밥 벌어먹고사는데 내가 누구와 섹스를 하고 누구와 살고 누구와 결혼/이혼하는 걸 왜 부모의 허락 따위를 받아야 하는가. 정략적으로 가문과 혈통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결혼으로 거래하는 귀족도 재벌도 아닌 마당에!


성인으로 자립한 이후 나는 인생 선택의 문제에 있어 부모에게 허락을 구한 적이 없다. 허락이 아니라 동의를 구했고 내 선택을 지지하거나 인정해 주기를 바라며 사실을 통보했다. 그러므로 스물 이후 지금까지 내 인생을 철저히 내가 선택하고 책임지고 살았다는 점에서 쟈부심을 느낀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자립한 성인이라면 개인이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개인주의다. 반면 개인의 결혼과 이혼마저 개인이 아니라 가족이 연대책임을 지는 연좌제가 한국의 가족주의다. 그러니 부모 탓하고 서로 배우자 탓하고 형제자매 자식 탓하며 치고받고 물고 뜯으며 남 탓하며 산다. 그러면서 요즘 개인주의가 문제라며 뻘소리를 한다. 개인주의를 핑계삼아 가족끼리 자신의 이기성을 극단으로 밀어붙인다는 성찰은 안중에도 없다.


성인으로 경제 활동을 하며 사회인으로 자립했음에도 부모의 집에 얹혀살며 엄마의 집밥을 먹고살며 투정하는 남녀나 결혼하기 전에는 서른이든 마흔이든 내 새끼 내 자식을 끼고 살아야 한다는 부모나. 각자 독립된 개인으로 정신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미성숙한 인간들끼리 우리는 가족이니까 가족이라서를 남발하며 엉겨 붙어사는 참으로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아래는 퍼온 글이라 공유한다.



신문보도에 박수홍 씨가 가족과 벌이는 소송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나는 한국에서 계급문제보다 가족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고 보는데 가족착취는 노조활동을 할 수도 없고 누구에게 속시원히 이야기를 할 수도 없으며 착취당하는 본인은 워낙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길들여져 왔기 때문에 본인이 겪는 게 애정갈등이 아니라 사실은 착취라는 걸 깨닫는데도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그만한 비극이 없는 거 같다.


나는 "미운 오리 새끼"나 "아빠 어디 가" 같은 가족 착취 프로가 버젓이 티브이에 나오고 있다는 데서 한국의 후진성을 느낀다. 사십이 넘고 오십이 다 되어가는 자식들에게 결혼을 강요하거나 독촉하는 행위를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머리가 허연 엄마들이 모여서 그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는 프로그램은 뭔지

대학로의 여성들이 몰카 반대 시위에 나온 구호가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는데 내가 볼 때 그 프로는 일종의 포르노다. 나는 그 프로그램 폐지하고 엄마들도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 아빠 어디 가"라는 프로는 높은 인기 때문에 중국에 수입되었고 영화도 제작되었으며 판권이 이리저리 각 성으로 팔렸다. 중국은 인구가 많으니 사실 거기서 쌓이는 데이터가 광범하고 빨리 접수되는데 그런 프로가 명백한 아동학대며 그 아이들이 이후 성장하면서 겪어야 하는 트라우마 등이 부작용이 접수되면서 유사프로가 금지되었고 오디션을 포함 티브이 프로에 아동이 동원되는 걸 막는 법이 통과되었다.


아이들 잠도 안 재우는 사교육 실정 포함. 한국처럼 잔인하게 아이들을 학대하는 나라도 드물다. 이방인에게는 우리가 히잡살인이 이루어지는 나라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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