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것은 낙엽뿐이어야 한다.
새로운 잎에게 자리를 내주는 낙엽이 아닌 모든 소멸은 슬픔이다.
살면서 가장 슬픈 일은 작별을 고하는 일이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또 만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지만. 사람의 감정은 물과 같아서 담으려 하면 할수록 흘러가 버리고 흘러 보내려 할 때는 정작 떠나지 못하고 고여 버린다. 살다 보면 늘 겪는 일인데도 익숙해지기가 참 어렵다. 그래서 또 슬프다.
한 줌 빛이 소중한 계절이 돌아왔다. 늦가을 햇살은 절절하고 아련하다. 그러나 그 빛은 사랑하지만 이제 과거형으로 남을 그대, 잡고 싶어도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자꾸만 멀어져 가는 사랑 같은 것이다. 내 뺨에 제 얼굴을 맞대고 살을 비비는 늦가을의 마지막 인사. 황금빛으로 빛나는 수천수만 개 불타오르는 눈동자가 거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