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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Apr 20. 2024

J에게

친구가 수술을 앞두고 있다.

여성암으로 받는 수술이다. 잘되고 말고는 끝나봐야 알 것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껏 한 번도 길게 쉰 적이 없는 사람인데 아파서 쉬게 되었다. 그는 내 사장님이기도 하니 빨리 잘 나아야 나도 좋다.

동시에 25년의 꽤 오랜 친구였다.

난 초중고 통틀어 친구라곤 얘랑 고향친구 딱 둘이다.

지금 다른 친구들은 대학이나 사회 나와서 만난 사람들이다. 초중고 당시에는 그냥 그냥 섞여 지냈는데 학생시절을 지나니 친구는 그렇게만 남았다. 친구랑 노는 게 재미있다는 감정을 사실 나는 잘 몰랐다. 나이가 상당히 들고서 알았지 그냥 혼자 있어도 재미있었다. 그런 파충류 같은 내 옆에서 25년을 한결같은 우정을 보내준 사람이다. 답답해서 빡치는 날도 많았다고 한다. 그랬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참 그 몇 번이냐 빼빠(사포)마냥 어이없이 까칠하고 쓸데없이 예민하고 철없이 어리석었으니.

사실 친구는 나하고 성향이 그렇게 맞지가 않다. 의리와 사랑의 무협을 좋아하고 병맛은 증오하는 친구지만 나는 병맛에 미친 자다. 코드가 다르다니 좋지 않은 관곈데 또 보면 어느 접점 하나 정도는 똑같다. 그 집 딸들이 나한테 왜 이모는 엄마랑 말투가 똑같아요?라고 묻는 걸 보면 딱 하나가 그렇게 맞아서 친구 하는가 보다.

친구가 좋아하는 꽃을 보내고 소고기를 보내주었다.

나는 날 것을 못 먹는데 친구는 생고기와 육회를 몹시 좋아해서 생고깃집에서 빨간 생고기를 짭짭 먹는 걸 하염없이 구경하며 야 너 간 먹는 여우 같다 고 극혐 하던 날이 있었는데 이젠 익혀서 먹는 것도 좋다고 한다. 


전화로 ㅇㅇ야 나 암이 하던 날부터 무기력한 기분이었다. 관세음보살.

빨리 발견한 게 천만다행이긴 하지만 병에 깊고 얕음이 있으랴. 부디 잘하고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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