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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May 04. 2024

그러겠거니

5월 중에 고향 할머니 기일이다.

할머니가 아빠 차에 실려 한밤중에 응급실로 떠날 때 걱정보다는 할머니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환자실 앞에서 평소 얄미운 시누이였던 고모는 노모의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자신들에게 가능성이 있는데 왜 이렇게 일찍 포기하시냐고 불만을 표하는 대학병원 의사한테 '우리 중 가장 젊은 막냇동생이 투병 중이다. 노인이 그걸 알게 하고 싶지도 않고 길게 끌어 자칫 동생을 앞세울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 여든아홉이면 많이 사셨다' 며 딱 잘랐고 한다.

상 치는 5월의 주말 3일 내내 날씨가 참 좋았다. 기일에도 항상 날씨가 좋았다. 우리 집 개도 날씨 좋은 할머니 기일에 죽어서 그 발치에 묻혔는데 지금은 흔적도 없이 흙이 되었을 것이다. 난 딱히 기일에 가지는 않는데 할머니는 아마도 개를 앞세우고 뒷산에서 타달타달 내려와서 생전에도 그랬듯이 제삿밥을 맛있게 먹고 찌꺼기는 주지 말라고 지랄하는 나 몰래 생선 찌꺼기를 개를 좀 던져주고 남은 건 알뜰히 보따리를 싸서 옆에 누운 밉상 영감을 좀 갖다주겠거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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