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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Jun 19. 2024

요새 그림도 게을리 그리는 주제에 붓을 사다 달라는 친구 부탁에 그림방 옆 필방 붓을 보다가 나도 혹해서 한 자루 샀다. 붓할배, 사실 무형유산선생님이라고 해야 하지만 난 그냥 할배가 입에 붙었다. 그림선생님도 만날 할배라 했는데 나도 그렇다. 할배니까ㅎㅎ

붓 이거 주문받은 건데 따로 빼놓은 거라고 촉이 유독 좋다고 한껏 자랑하셔서 거기에 좀 혹해서 산 것도 있다. 암튼 6만 원 입금드리고 휴대폰 확인하는 걸 어려워하시기에 할배 2G 폰을 보니 돈은 제대로 들어갔다. 근데 언뜻 할배 잔고도 6만 원이다. 뵐 때마다 항상 경우 바르고 똑 부러지시는 사모님한테 탈탈 다 털리는 모양이다. 오늘 유독 심심했는지 차도 마시고 가란다. 아잇 선생님 됐다고 그림방으로 들어갔다. 보니까 새삼 붓선생님도 많이 늙었다. 우리 노선생님은 연세 들수록 바짝 마른 솔가지처럼 화라락 불 잘 붙을듯한 인상인데 붓할아버지는 나이가 많이 든 너구리처럼 차츰 둥글둥글 세월을 맞고 있다. 우짜든동 오래오래 붓을 사고 싶다. 에 가는 길에 할배가 '싸비스'라고 붓장식품 하나를 쥐어 주신다. 사실 지난번에도 받았다. 모른척 또 받았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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