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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Jun 20. 2024

바리바리 바라이죄

선생님네 불화반이 있는 절에 가서 그림 자료를 잔뜩 얻어왔다. 절 찻집에서 아아를 각각 한잔씩 때려주고 근황을 짧게 나누며 늘 그렇듯 이런저런 잔소리도 들었다.

선생님은 요즘 본인이 바라이죄에 빠졌단다. 그게 뭐냐니까 게으르다고오. 하며 그림 열심히 하지 않고 있다면서 한탄하길래 그게 뭔지 찾아보니 안 좋은 불교용어다. 파문당할만한 죄를 이름인데 '죄'가 붙은 거 보면 당연하다.

손주들 봐줘 수업도 하셔야 되는데 뭐 바라이죄까지야 했는데 이거 참 써먹기가 좋다. 너는 요새 왜 열심히 안 하니 하셔서 나도 바라이죄에 빠졌다니까 야 그걸 그새 써먹냐고 콧방구를 뀌신다. 이런저런 팁을 얻고 궁금했던걸 여쭈고 나 다니는 불화반 노선생님 근황도 전해드리고 쁘락치 짓도 좀 했다. 이 자료 저 자료 바리바리 싸주셔서 화구통이 어깨에 묵직했다. 산신도 줄까? 성군은 있니? 근데 너 이분들 어떻게 다하겠니 그래도 열심히 해봐 하시기에 나도 지지 않고 에잇 뭐 언젠가는 다하겠죠 하고 주는 대로 다 쓸어 담았다. 이거 다 쓸어안고 안 내주고 깔고 앉아서 묵히는 뭐 그런 죄악인가 요괴 있지 않았나? 새 이렇게 기억력도 떨어진다 바라이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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