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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Jun 22. 2024

백제의 미소

어여쁘고 여유로운 미소가 과함도 넘침도 없다. 편안하고 현대적인 동세가 자못 자유롭고 세련된 백제의 미소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 천오백 년 전 이 관음상을 만든 불모는 아마 내내 정말 고와요 이뻐요 웃으면서 불상을 깎았을 것이다. 웃으면서 지 않았으면 저런 얼굴 상호는 절대 안 나올 것 같다. 격식 있고 단정한 부처님 특유의 상호도 좋지만 난 이런 인간적인 상호를 보면 참 묘하게 마음이 뭉클하다. 장인은 얼마나 클라이언트한테 시달렸을 것인가. 관음께서는 유행하는 중원의 방식을 취하되 너무 중원식이면 안되고 백제방식을 답습하지만 그러면서 차별되게, 상호는 환하게 웃되 눈은 그윽해야 되고 그렇다고 너무 웃는 상이면 속인처럼 보여서 곤란하니까 웃는 입술 끝이 자비로우면서도 천상의 선녀처럼 아름다워야 한다고 클라이언트가 무심히 읊어도 하나 빠지지 않고 기억했다가 조각에 반영했을 것이다. 이만한 역량의 불모 장인은 말할 것도 없이 극락 프리패스겠지. 이 불상은 일제강점기에 농부가 땅 파다 발견한 솥에서 다른 불상 한 분과 함께 발견되었다. 백제가 망하고 절이 불타오를 때 어느 스님이 숨겨놓고 떠났을 텐데 다신 돌아오지 못했다. 그 또한 뭉클하다. 옛날에서 지금으로 건너온 아름다운 것을 보면 그런 이야기들이 안쓰럽고 귀하다. 아름다운 관음은 더 이상 향을 잡숫지도 존귀하신 영험을 다하지 못하고 개인 수집가에 의해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호암 미술전에서 해방 이후로는 처음으로 이 땅 나투시다. 타국으로 다시 돌아가셨을 것이다. 호암전에 다녀오신 보살님이 사진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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