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랑 남편은 집에 두고 나는 고향집으로 와서 포도를 도왔다. 넘들은 사위도 돕고 그런다는데 애초에 나도 시가일에 손 안 대고 남편도 처가 일에 노관심으로 지내왔고 서로 섭섭한 것은 없다.
고향집 부모님은 포도로 돈 좀 벌었느냐 하면 전혀 아니다. 게다가 지금껏 부부가 안 맞아서 이맘때쯤에 티각태각 안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싸우는 것도 기력 있으니 그러는 거니까 힘 빠지면 그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때쯤에야 농사꾼의 업장을 내려놓을 수 있을 테지. 그래도 하여간 둘이 먹고 살만큼만 벌어서 누구한테 아쉬운 손 벌릴 일은 일절 없고 부족함 없이 산다. 이대로만 살아도 괜찮은 노년 아닌가 싶은데 그건 또 내 생각이지 뭐.
점심으로 간짜장을 시켜드렸다. 잘 자신다.
옛날 이맘때쯤 외갓집에 감 딸 철이 되면 체력에 자신이 없던 외할머니의 SOS로 유일하게 농사짓는 자식이었던 맏이인 엄마가 아버지를 끌고 가서 매해 도와드렸다. 나 또한 그때의 젊은 엄마처럼 매해 외면하지 못하고 포도일을 돕게 된다. 사람 손 하나가 별거 아니지 싶어도 거들면 꽤 유용하다. 가끔은 집에 들른 바쁜 오빠가 아둥바둥하는 노인네들이 눈물겨워서 일을 거들라치면 속도가 더욱 붙는다는데 전화통화로 그 이야기를 듣던 내가 역시 이공계의 엘리트답구만 했더니 오빠가 피식 웃으며 야 아니지 엄마가 귀한 아들 얼굴만 봐도 힘이 나서 그러지 한다.
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