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불화 작품을 쉬지 않고 쑥쑥 뽑아내는 재능 있는 분이 본인은 종교가 없으며 자기 자신을 믿기에 절에 왜 다녀야 하는지 기도를 왜 하는지 그 필요성에 의아해하는 모습에 어쩐지 마음이 복잡 미묘해졌다. 내가 직접 여쭤본 건 아니고 옆에서 나누는 대화를 그냥 보고 들은 것이다. 그분 성향이 극 T인 걸로 예상되는 부분을 제외해도 종교가 없는 게 이상한 건 아니다. 그렇다고 나 자신 그렇게 피어오르는 듯한 향그러운 불심으로 가득 차있는 것도 아닌 것을. 아니 사실은 그런 분이야 말로 하늘이 준 재능러일 것이다. 오직 자신만을 믿는 티끌 없이 강한 멘털과 순수한 마음으로 그림을 하니까 어려울 것이 없고 그렇듯 거침이 없는가봉가 싶다. 친분은 없지만 거리낌 없는 좋은 사람일 것이다. 어느 날은 이게 걸리고 저런 날은 저게 걸려서 그림이 힘든 나보다야 백번이 뭔가 만 번도 낫다. 배울 점이 무척 많은 봐도 봐도 낯설고 맹금류처럼 열정적인 사람들 틈에 섞여 나야 병아리 발자국같이 미미하게 그림을 한다. 그런 사람들 틈에 있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나 요샌 부쩍 내 선생님이 그립다. 여러 가지로 고단한 사정이 많으시어 근래에는 따로 얼굴 뵙기도 힘든 중이다. 선생님의 누구보다도 확고한 불심과 깊은 신앙에서 나오는 깊은 경외심이 담긴-비록 속도는 빠르지 않을지언정- 따스한 작품과 가끔은 출처불명의 얇은 귀로 물어다 나르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들로 두런두런 환담을 나누던 때가 그립다. 눈에 땀이 다 날 지경이다 삐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