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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Nov 12. 2024

성님

만남을 갖는 대학동기 넷 중 나보다 5살 많은 언니가 있다. 학번은 높지만 계속 휴학을 했던 터라 졸업은 우리 학번과 함께 했다. 하도 잔소리가 많아서 독재자라고 별명을 붙이고 언니 말고 성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성님은 20년째 한결같다. 매우 독특하고 제법 좋은 사람이다. 성님이 개신교인인 줄 이제 알게 된 대학동기 하나가 놀란다. 우리 성님이 다소 불교신자 같은 느낌이긴 하지.

성님 또한 세월의 흐름에 삶의 변화가 많았고 잔소리는 더 많아졌지만 태도는 여전히 같다. 독재자 성님이다.

이 맛에 언니를 만나고 다들 언니를 좋아한다.

언니는 스트레이키즈인가 뭔가를 좋아하는 아이돌 덕후다. 기동력과 재력이 가능하기에 정말 본격적인 덕질을 세게 하는데 그게 꼴 보기가 싫지 않고 재미있어 보인다. 좋아하는 애가 누구냐니까 사진 보여주는데 언니 취향도 정말 소나무다. 뭐야 아직도 이런 타입 좋아하냐니까 어머 야 취향은 안바뀌어. 한다. 고가를 주고 샀다는 5살 된 순종 포메라니안 언니네 집 개는 언니보다 키가 작은 언니네 형부만 했다. 다들 킥킥 웃으며 언니 이거 뭐야 무서워 포메 아닌 거 같아. 스피츠 같아요 한 마디씩 하니 야 얘도 분양사기지. 나 지금 분양사기로 소송하는데 개까지 분양사기라며 껄껄 웃는 게 관우장 같았다.

이사를 했다는 언니네 집들이는 못 가고 소고기세트를 보내드렸다. 일없이 까칠한 나를 만나주는 동기들이 항상 고맙지만 우리 오빠와 학번이 같은 성님에겐 더욱 감사하다. 난 일요일 용산역에서 만나 모든 걸 해치우고 용산역에서 해산하는 길에 다음엔 뷔페로 파티해 보자고 약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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