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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민 Jun 14. 2024

슈룹

너의 우산이 되어줄게!

너의 우산이 되어줄게! 슈룹


설민


   ‘슈룹’이 뭐야? 제목으로 시선을 끄는 드라마였다. 현대물 같은 사극이 종종 있다 보니 처음에는 외래어인가 했다.

   ‘슈룹’이라는 말이 '우산'의 옛말이라니. 몰랐던 단어도 알게 되어 좋았지만 드라마의 의미와 제목이 너무 잘 맞아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력한 권력 다툼의 온상지인 궁궐 안에서 가족을 지키려는 “임화령”이라는 인물이 돋보이는 드라마. 그녀를 중심으로 관계와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우선 ‘임화령’은 강한 여자다. 살면서 더더욱 느끼는 거지만 강해야 자신도 지키고 가족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착하다고(요즘 이 의미는 곧 약하다는 뜻으로 느껴진다), 배려하고 양보하고, 희생한다고 잘 살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몇 차례 폭풍처럼 경험을 해보니 더더욱 드는 생각이다. 

   “나는 어떤 엄마인가? 또 어떤 아내였는가?”

   드라마를 다 보고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슈룹’을 이끌고 나가는 주된 인물인 ‘임화령’은 지금 시대에도 그러하지만 조선 시대라면 더 혁신적인 엄마와 아내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사람의 성격이야 예나 지금이나 각양각색이겠지만 대부분은 조금씩의 고정관념이라는 게 있다. 직업과 신분에 따른 기준이랄까? 그것을 누가 분명하게 선을 그어놓은 것도 아닌데 인지상정으로 느끼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다. 중전, 나라를 다스리는 왕의 아내이면 조신하고 인자하다는 인상이 떠오른다. 하지만 ‘임화령’은 걸음걸이부터 성급하고 저돌적이며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는 인물이다. 한복을 입었는데도 그 걸음이 얼마나 발 빠른지 짐작이 된다. 또 솔직하게 자신의 약한 면을 인정하면서도 얼마나 인간다운지, 지밀상궁인 신상궁 앞에서 힘들다고 우는 장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누구 하나 의지하고 믿을 곳 없는 너른 궁전 안에서 세자빈 때부터 힘들면 숨어 우는 곳에 중전이 되어서도 찾아가 오열하는 장면, 그곳을 찾아내 곁을 내주는 신상궁의 모습에서 그 둘의 진한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밖에도 다섯 명이나 되는 각기 다른 성격의 세자들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무심한 듯 방치하는 것 같지만 아이들에 맞게 안내하고 경험을 하게 한다. 세자인 첫째의 병과 죽음의 음모를 파헤치고, 세손이 아닐 거라는 의심 때문에 사가에서 자라게 되는 성남대군을 다시 궁에 들인다. 일심단편 한 여인을 사랑하는 무안대군, 성 정체성으로 혼란스러워하는 계성대군, 어린 일영대군에게 대하는 태도가 때로는 엄하고 과격하지만 사랑이 담긴 행동들을 보인다. 각기 같은 상황에서 다른 상처들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결국은 그것의 내막을 알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무엇보다 소중했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계성대군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장면이다. 부모라면 자식이 그저 평범하게 제 몫의 행복을 느끼고 살아가는 것을 바랄 것이다. 살면서 더더욱 느끼는 것이지만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 모습을 지켜보는 어미의 심정이 내리는 빗물처럼 가슴속에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그때 우산을 쓰고 나란히 걷는 모습에서  많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둘의 교감이 충만히 이루어졌으리라 생각된다.  

   또 세자 자리를 두고 경합을 하는 자리에서는 자신이 직접 밤새 공부를 해서 요점정리까지 하는 성의를 보인다. 솔선수범하는 엄마의 자세, 바로 그 자체였다. 그런 학구열이 세자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나에게 저런 자식들이 있었다면 과연 어떻게 대처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부모도 자식도 다 처음 겪는 일이지만 문제를 두고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 중전도 솔직하게 말한다. 자신도 처음 겪는 일이라서 서툴고 몰랐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해결해 나가면 결국에는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또 대비의 만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과 국왕으로서 어머니를 벌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호에게 중전은 자신의 소신을 당당하게 전한다. 명령이나 협박이 아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면에서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화령’이라는 인물이 가진 성격과 기지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자신을 알고 상대를 알아야 어떤 문제제기나 제안이 가능하다. 그녀는 그런 면에서 현명하게 대처한다. 자신의 안위와 권력을 생각하기보다는 자식들을 지키려는 어미로서의 본분이 중요하고 지아비가 그릇된 행동을 하지 않게 하려는 의지가 굳건하다. 그것이 가정을 지키는 일이고 더 나아가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이 아닐까 한다.


   드라마를 마지막까지 보고 들었던 생각은 “너의 우산이 되어줄게.”라는 것이었다. 

   강인한 엄마의 모습, 남편을 바로 세우려는 모습이 마치 가정을 가꾸는 일이 나라는 지키는 것과 같은 것임을 보여주는 듯하다.

   아내와 엄마의 자리에서 꿋꿋하게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며 엄마라면 중전처럼,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궁궐 안에서의 권력다툼에서 왕과 세자들을 지켜내려 고군분투하는 중전의 모습이 때로는 안쓰럽기까지 할 지경이었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강한 아내이자 엄마다. 그 면을 드러내려면 무엇보다 더 많이 행동하고 깊이 있게 사고하는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현명한 판단이 아닌 강압적인 태도로는 상대를 이해시킬 수 없으니까.  

   지금의 나 또한 바로 서서 현명하고 강한 엄마가 되어야 함을 다시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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