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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민 May 31. 2024

비밀의 숲, 이제는 느껴 봐!

비밀은 없다

비밀의 숲, 황시묵 이제는 느껴봐!


설 민


진리를 좇아 매진하는 것. 

도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

이는 모두 끝이 없는 과정이다.

멈추는 순간 실패가 된다.


변화를 향해 나아간다는 건

나의 발이 바늘이 되어

보이지 않는 실을 달고 쉼 없이 걷는 것과 같다.


한 줌의 희망이 수백의 절망보다 낫다는 믿음 아래

멈추지 않는 마음으로 다시.


- 비밀의 숲 중에서


   서부지검 차장검사 역을 맡은 이창준이 한 내레이션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에 와닿는 문구를 받아 적어 본 것이 처음 있는 일.

   [비밀의 숲]이라는 드라마는 사건을 다루는 법조인과 경찰들의 내부 이야기를 다룬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밝혀지지 않은 사건과 그 진실을 파헤치는 일을 빚 대어 말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내가 이 문구를 받아 적은 이유는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자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모든 과정에서 멈추는 순간이 실패다. 또 변화하지 않는 것 같지만 돌아보면 달라져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살면서 수도 없이 있지 않은가? 그것을 의도했던 하지 않았든 간에. 수많은 절망 속에서 한 줌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 또한 인간이 할 수 있는 멋진 일이 아닌가 한다.  


   2017년 6월에 방영된 [비밀의 숲 1]은 검찰 조직 내부비리에 대한 이야기가, 2020년 8월 [비밀의 숲 2]는 검경의 수사권 논쟁이 주된 쟁점으로 전개된다.

   이 글은 드라마를 끌고 가는 주된 인물인 황시묵과 한여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인물의 성격과 성향이 어떤 결과를 빚어내는지. 또 만약에 내 주변에 황시묵 같은 인물이 있다면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했을지도 생각해 본다. 


   먼저 황시묵은 감정을 느끼는 뇌의 일부분을 제거하는 수술로 인해 희로애락을 모르는 인물로 나온다. 감정을 글이나 상황으로 학습하고 받아들이는 인물이다. 그런 면에서 범죄 사건을 파헤치는 일이 그의 성격에 맞았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일 수 있으니까. 또 뛰어난 관찰력과 암기력은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황시묵을 더 돋보이게 한다. 어쩌면 인간적인 면이 떨어지는 황시묵 옆에, 사건 현장이 마무리될 때까지 피해자의 어머니를 자신의 집에 머무르게 하는 따뜻한 마음과 털털하고 위트가 넘치는 한여진을 둔 것은 극에서 윤활유 역할을 한다. 그 둘의 공조가 인간적이고 더 완벽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다. 만화책을 좋아하고 본인이 스케치한 그림들을 동료들이나 황시묵에게 선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비열한 사건을 다루는 상황에 한 줌의 희망을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또 그것은 황시묵에게는 색다른 감정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비리에 휘말리는 또 다른 검경의 모습을 보지 않아서 더 신선했던 부분이었다. 성격은 다르지만 그 둘의 공통점은 치밀하게 파고드는 근성과 행동력이다. 궁금하면 바로 찾아보고 파헤치는 성격 때문에 사건 현장에서 그 둘은 종종 마주친다. 공조가 안 될 수 없는 부분이다.

   한여진의 배려 넘치는 성격은 검경 합동 수사로 뭉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사건 해결을 위해 방송 출연을 하는 황시묵, 이미 대내외적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한여진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 자신의 옥탑 방에서 회식을 하자고 제안한다. 비록 그곳이 화합의 장이자 후에 영은수 검사의 사건이 빌미가 되는 단서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황시묵이 객관성을 가지고 사건을 파고들어 해결하는 검사가 아니고 다른 직업이었다면 어땠을까? 만약에 회사원이었다면 일을 잘한다는 말은 들었겠지만 상당히 ‘재수 없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주변에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도 없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만으로도 피곤하다. 나라면 아마도 몇 번의 만남으로 피로감이 몰려온다면 그 사람을 다시는 만나지 않으려고 했을 것이다. 다행히 황시묵은 본인 위주로만 생각하는 인물은 아니다. 다만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뿐이다. 그런 면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타인에게 오해의 소지는 분명히 있다.

   소리에 민감한 그가 어릴 적부터 학교생활이 힘들었고, 급기야 폭력성까지 띄게 되자 수술을 하게 된다. 본인은 물론 아픈 사람으로 인해 가족 또한 힘들었을 거라 예상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었을 수도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잘 이겨낸 사람으로 보인다. 가정사가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엄마가 재혼하고 서로 왕래를 안 한 것으로 설정된 것을 보면 감정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아이를 더 품어주는 환경이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황시묵이 자신을 인정하고 잘 아는 메타인지가 놓은 사람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은 없지만 담백한 그의 행동, 꾸미지 않고 그대로 행동하는 면이 상황에 따라서는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만 밉지 않은 인물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변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이니 반박할 수도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그의 태도가 한 편으로는 안쓰럽게도 느껴진다.


   드라마에서 더 극적인 긴장감을 돋보이려고 한 면도 있겠지만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보여주는 검찰 내 비리나 검경 수사권의 치열한 수사권 논쟁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황시묵과 한여진의 공조는 ‘그럼에도 정의는 살아있다’는 위안이 되었다. 어쩌면 모든 사회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보다 한 사람의 한 사람의 구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보는 내내 어쩌면 현실은 이보다 더 한 인간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 성격과 환경에 따라 극의 전개는 달라진다. [비밀의 숲]은 인물들의 갈등과 사건의 전개가 치밀하게 짜여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황시묵’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한 인물과 그를 뒷받침하는 ‘한여진’의 역할이 크지 않았나 한다. 


   비밀의 숲에는 무엇이 있나? 누구나 비밀은 있다. 내 안에 있는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밖으로 발설하는 순간 그 ‘비밀’은 거침없이 퍼져나간다. 비밀이 없다는 것만이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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