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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로 Mar 20. 2022

녀석이 오지 않았다

영하의 강추위다.

오늘따라 목덜미가 아리듯 몹시 춥다.

근데 그 녀석이 보이질 않는다.

아침에 따뜻하게 떠놓은 물도 투명하게 얼었다.

깜박거리는 오래된 백열등처럼 들락날락하는 햇빛에 몸을 내밀어 보지만 황태덕장의 태처럼 몸은 꽁꽁 언다.

너무 춥다.

이런 날씨에 그 녀석은 어디에 있을까?

먹다 남겨 둔 세알의 사료가 밥그릇에 얼어붙듯 남아있는 것이 녀석의 빈자리를 더욱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분침과 시침이 대여섯 번 겹쳐 또다시 만나기를 여러 번 했는데도 그 녀석의 그림자도 보이질 않는다.

속이 탄다.

내 맘은 가뭄에 논바닥처럼 갈라지고 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샤인 볼도 매장을 비추던 전등도 꺼지고 샵의 닫았다.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갈팡질팡 망설이며 조금만 조금만 하고 기다려 본다.

애석하게도 세상은 너무 조용하다.

어둠이 내리자 거리는 텅 비었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자취를 감췄다.

이제 나는 돌아섰다.

어둠처럼 까만 무거운 내 마음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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