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연재하지 않은 시간만큼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녀석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진가 하는 허무함과 두려움.
그리고 칼로 베인 것 같은 이별의 아픔이 내 가슴을 쓰리게 한다.
애린 겨울의 대기처럼 그간 우리의 기억이 마음의 짐이 되어 고달팠다.
또한 브런치의 알림은 빚쟁이처럼 날 더 괴롭혔다.
시간은 흘러 계절이 두 번 바뀌었다.
이 긴 시간 동안 녀석이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동내 골목길에서, 길 건너편 가게 앞에서 기웃거리거나, 주택가 담장 위를 한 두 발자국 걸어서 사라지는 순간을 우연찮게 보는 경우를 제외하면 딱히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가끔씩 자기 밥그릇에 잠시 코를 박았다 사리지기도 했지만 나와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눈도 마주치고, 말 한마디 건네어 보고 사료도 주면서 우리 사이를 돈독히 하고 싶은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
삐진 걸까?
뭔가 맘에 안 드는 것일까?
낯선 경쟁자의 영역 표시로 냄새가 달라져서일까?
........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나의 인내심은 시간이 갈수록 지쳐갔다.
그리고 짜증 섞인 미움도 싹텄다.
무뢰한 녀석!
그런 녀석이 어제서부터 불쑥 나타나서 염치없이 밥을 달라고 한다.
녀석이 문 앞에 앉아서 내가 나오길 기다린다.
나는 심술이 났다.
보고 싶은 만큼 미워졌다.
녀석을 애태우고 싶었다.
그래서 모른 척 그냥 난 일만 한다.
"어디 한번 골탕 먹어봐라."
점점 시간은 흘러간다.
이상하게 내 맘은 불편하고 불안하다.
이러다 영영 돌아설까 봐 조마조마하다.
웬걸 그 녀석은 한참이 지나도 미동도 없다.
아예 그 자리에 배를 깔고 엎드린다.
"이런"
나의 얄팍한 계획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녀석은 내 머리 위에 있었다.
기가 막힌다.
콩 알만한 녀석이 나를 들었다 놨다 한다.
얄밉다.
미치겠다.
이렇게 왔다 언제 또 발길을 끊고 살지 모르는 일이다.
이제는 녀석에 대한 집착을 조금씩 내려놔야 할 것 같다.
그냥 녀석의 삶을 인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