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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스텔라 Mar 20. 2024

나 혼자 산다

TV를 잘 보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보는 프로그램이 '나 혼자 산다'다. 실제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연예인들처럼 다양한 활동을 하거나, 화려하게 살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단 한 번도 혼자 살아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판타지 같은 프로그램이라 대리만족을 하며 본다.


서울에서 태어나 초, 중, 고, 대학교를 모두 서울에서 나왔기 때문에 기숙사에 살거나 자취를 할 수가 없었다. 유학이나 교환학생으로 잠시 해외로의 탈출도 꿈꾸었으나 물주님(이라 쓰고 아빠라고 읽는다)의 허락을 받을 수 없었기에 실패했다. 본가가 멀어서 어쩔 수 없이 자취를 하던 친구들은 집안일도 자기가 다 해야 하고, 밥도 해 먹어야 하고, 다달이 나가는 월세도 비싸서 부모님과 사는 게 훨씬 좋은 거라고 했지만 '나만의 공간'을 꿈꾸던 나는 그저 그들이 부럽기만 했다. 

처음 다녔던 직장도 거의 서울이나 진배없는 지역이었기 때문에 집에서 통근을 했었다. 야근과 출장이 잦았던 탓에 그 핑계로 회사 근처에서 자취를 해보려고 했으나, 천당 아래 있다는 그분의 몸값은 별명만큼이나 높았다. 애초에 회사 바로 옆에 있는 복층 오피스텔은 감히 쳐다도 보지 못했건만. 빛도 잘 들지 않고 겨우 내 방보다 조금 더 큰 원룸조차 전세 값이 몇 천만 원을 호가하는 덕분에 가난한 사회초년생은 세상의 쓴 맛과 돈의 소중함을 느끼고 독립의 꿈을 곱게 접을 수밖에 없었다. 


'나의 신 포도'에서 잠깐 언급하긴 했지만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것저것 열심히 시도했던 나는 '워킹 홀리데이'에 도전하기도 했었다. 사고 치지 않고 출퇴근만 성실히 하면 년차에 맞는 승진과 정년이 보장된 직장을 버리고 여태까지 모았던 돈을 털어서 유학을 가기엔 내가 딱히 하고 싶었던 공부가 있던 것도 아니었던지라 그냥 ‘돈을 벌면서 영어를 실생활에서 배운다!’가 목표였던 것 같다. 수십 장의 서류를 준비하고 선착순 접수에 성공하여 합격의 기쁨을 만끽한 것도 잠시, 갑자기 할머니가 쓰러지시는 바람에 차마 캐나다로 떠날 수가 없었다. 다행히 할머니는 가족들의 극진한 간호 덕분에 건강을 다소 회복하셨지만 그때는 이미 워킹 홀리데이를 할 수 있는 기간이 끝나버린 후였다.  

그래서 나의 독립은 결혼한 이후에나 가능해졌지만 그것도 결국 남편과 함께 사는 것이었으니 완벽히 '혼자인 삶'은 아니었다. 


내가 왜 이렇게 ‘나 혼자 사는 삶’을 꿈꾸게 된 걸까? 사실 혼자라고 해서 딱히 뭐가 더 좋을 것 같지도 않고 혼자서만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혼자가 되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 혼자인 삶에 미련이 남고 꿈꾸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혹시라도 나중에 내가 돈방석에 앉은 유명 작가가 된다거나,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나만의 작업실’이라도 얻어 보고 싶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봐야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해봐야 아는 것도 있지 않은가. 마치 결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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