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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스텔라 Jun 12. 2024

연극 고등어 리뷰

직장인의 가성비 문화생활 2편

연극 ‘고등어’는 보기 드문 청소년극이다. 사실 초대권이 아니었다면 굳이 봤을까 싶은 장르이긴 하다. 내가 청소년을 공감하기에는 그 감정이 너무 오래전이고, 내 아이들은 아직 ‘어린이’ 단계라서 수준에 맞지 않았다. 비단 우리 집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터라 아무래도 수요가 없으니 그 수가 드물 수밖에 없는 게 ‘청소년극’의 한계랄까. 

‘고등어’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준 작품이었다. 보러 온 관객층도 초등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다양했으며, 열다섯 살 소녀들의 이야기는 시, 공간을 뛰어넘어 마흔 살 아줌마도 공감하게 했다. 


주인공인 지호와 경주는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어쩌면 꼭 있었던 것 같은 캐릭터들이다. 경주는 교실 뒷문 근처에서 엎드려 자고 있을 것만 같고, 지호는 운동장 쪽 창문 옆 가운데 즈음에서 있는 듯 없는 듯 낙서를 끼적이고 있을 것만 같은. 그렇지만 내 주위에서 이렇게 순수하고 용감한 캐릭터는 또 없었다. 


지호는 자신이 ‘그냥 있는’ 존재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하고 싶은 말도 잘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다. 자신의 감정은 빨강, 노랑, 파랑의 일기장에 쓰면서도 과감하게 밖으로 표출하지는 못한다. 경주는 스스로를 남들과 분리시킨 자발적 아웃사이더다. 경주를 둘러싼 소문들과 심상치 않은 흉터들은 경주를 더욱더 혼자이게 한다. 이렇게 성향이 다른데도 둘은 친구가 된다. 


‘고등어’는 제목인 만큼, 극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노량진 수산 시장의 큰 수조 안에 갇혀 있는 반수면 상태의 고등어도, 통영 앞바다에서 팔딱팔딱 뛰며 살아있는 고등어도. 

고등어를 통해 ‘진짜 살아있다는 것’은 뭘까? 의문을 가진 두 소녀는 그 답을 찾기 위해 통영으로 떠난다. 


어쩌면 수조에 갇힌 고등어는 교실에, 어른들이 만든 틀에, 사람들의 고정관념에 갇힌 청소년들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파란 바다에서 뜨거운 태양빛 아래 팔딱팔딱 살아있는 것이 더 어울릴 텐데. 그렇기에 지호와 경주의 통영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그들을 막고 있던 수조와 같은 벽을 깬 일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젊음, 그런 아이들을 보듬어주고 이끌어주는 어른들을 통해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끼는 계기가 된다.


‘존재’ 역할의 배우들도 인상 깊었다. 왜 하필이면 ‘존재’일까? 이마저도 이 연극에서 주는 주제의식과 맞닿아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어’를 쓴 배소현 작가는 “존재는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성장하니 성장하기 위해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때론 헤매고 자주 막막해질지라도 결국 우리의 삶이 우리를 자라게 할 테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살아있는 존재’라는 것만으로도 사랑받을 자격은 넘쳐흐른다.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고등어’의 프로그램 북을 보면 마지막에 배우들이 열다섯 살 때 사진과 함께 그때의 자신에게 쓴 글이 나온다. 그래서 나도 지금의 스텔라가 열다섯 살의 스텔라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적어보려 한다.


안녕! 열다섯 살의 스텔라야. 내가 너보다 조금 많이 산 경험을 바탕으로 너의 중학교 생활에 꼭 중요한 세 가지를 알려줄게. 꼰대가 “라떼는~” 하면서 하는 소리일까 봐 가볍게 넘기면 후회할걸?


첫째, 응원단장 하지 마. 아니, 하더라도 제발 오버하지 마. 아니면 앞으로 노래방에서 래퍼 아니면 탬버린만 흔들게 된단다. 체육대회는 하루고 목소리는 평~~~생 간다. 진짜! 꼭! 명심해! 내가 진짜 얼마나 힘들었는지 넌 절대 모르겠지. 흑흑.


둘째, 너의 선택을 후회하지 마. 가해자보단 피해자가 낫더라. 따돌림당하는 기간 그렇게 길지 않아.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이유였잖아. 그리고 친구들도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여학생이란 걸 기억하자. 자기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은근히 죄책감 느낄 거야. 원망할 필요도 없고 당당하게 네 할 일 하면서 지내면 금방 잠잠해지더라. 그렇다고 김*희를 용서하라는 것은 아냐. 그 망할 계집애랑은 애초에 안 엮이면 더 좋긴 하겠다.  


셋째, 고등학교 중요해. 근데 그거보다 더 중요한 건 도전해 보겠다는 의지야. 엄마가 말려도, 친구들이 서운해해도 네가 가고 싶은 학교에 한번 지원해 봐! 지원하면 무조건 붙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너. 그래도 도전해 본 경험이랑 해보고 싶은 거 해봤다는 후련함은 남을 거야. 만약에 그 학교 합격하면 네 첫사랑이랑 동기다. 설마 이런 게 천기누설은 아니겠지? 내가 뭐 로또 번호를 알려준 것도 아니고 대박 날 부동산이나 주식을 알려준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어쨌든 막 도전해 볼 의욕이 들지? 


지금처럼 하루하루를 씩씩하게 신나게 살다 보면 더 재밌고 행복한 일이 가득할 거야.

너의 앞날에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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