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편과 이어집니다. 무서운 이야기를 싫어하시는 분은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7층은 우리 방만 있었나 봐. 방 뺄만했네. 한 방만 있어도 여기 복도 전등이랑 에어컨 다 켜놔야 했을 텐데 전기세도 무시 못 하겠지.” 같은 얘기를 하면서 어두운 복도 끝의 마지막 방으로 걸어갔다.
비어있는 방의 불을 켜고 내가 쓰려던 책상에 가서 서랍을 열자, 노란 우산이 얌전히 놓여있었다.
- 우산 찾았어?
“응, 역시 여기 있었네.”
- 너 원래 그런 거 엄청 잘 챙기잖아. 얼마나 서둘렀길래 그걸 놓고 왔어?
“그러게 말이야. 오늘 이래저래 귀찮은 일이 많네.”
통화를 하면서 또 놓고 온 것이 없나 다시 한번 둘러보는데, 방 입구 오른쪽에 있던 샤워실 문 유리에 단발머리의 실루엣이 얼핏 보였다.
‘아이쿠, 누가 샤워하고 있었나 보네. 빨리 나가야겠다.’
화장실은 각 층에 있는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지만, 샤워실은 두 명이 한 번에 샤워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각 방마다 있었다. 나는 누군가가 빨리 씻고 싶은데 자기 방 샤워실이 다 차서 여기로 왔나 보다 생각하며 방 밖으로 나와서 통화를 마무리하곤 다시 2층으로 내려왔다.
재배정된 방을 싫어했던 것도 무색하게, 나는 새로운 룸메이트들과 금방 친해졌다. 우리는 밤새 수다를 떨고, 화투도 치고, 영화도 보면서 즐겁게 캠프 생활을 했다.
어느 비 오던 날 밤, 우리는 무서운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서로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낄낄대던 중, 언니도 이 캠프에 참여했다던 친구가 말했다.
“너희 그거 알아? 사실 이 캠프에서 자살한 애 있었대.”
“뭐래. 너 괜히 할 말 없으니까 지어낸 거지?”
“아냐, 진짜야! 남자친구랑 사이 안 좋은 상태에서 캠프 들어왔는데, 여기 들어와서 연락도 잘 못하고 잘 만나지도 못하니까 결국 헤어져서 우울해하다가 샤워실에서 목을 맸다던데.”
“그랬으면 이 캠프를 계속했겠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정말이라니까! 7층 맨 마지막 방이라던데! 그래서 그 방은 항상 배정에서 빼는데도 꼭 제비뽑기함에 들어가 있대. 그래서 모르고 거기 배정받은 애들은 다시 재배정한다던데?”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그 샤워실이 생각났다. 입소 첫날, 사람이 있는 줄 알고 무심결에 지나쳤던 7층 마지막 방의 샤워실.
“나 처음에 7층 마지막 방이었는데.”
“그럼 너 늦게 와서가 아니라 그 방에 배정받았다가 여기로 온 거였어?”
“그게... 내가 이층 침대 쓰기 싫어서 스태프한테 아무도 안 뽑은 방 없냐고 그랬거든. 마침 딱 하나 남았다고 그래서 처음에 거기로 배정받았다가 갑자기 여기로 내려가래서 온 거였는데...”
“야! 제비뽑기 하는 종이는 다 안 보이게 두 번씩 접혀 있는데 배정 안 된 게 어떤 건 줄 알고 그걸 골라서 줘? 우리 스태프 중에도 귀신 있는 거 아냐? 꺄아아악!”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다. 유독 서늘했던 그 방의 공기와 물건을 허투루 챙기지 않는 내가 눈에 잘 띄는 노란색 우산을 책상 서랍 구석에 놓고 왔던 것도. 우산을 가지러 갔을 때 불이 꺼져있었던 복도와 방. 그리고 소문 속의 샤워실에 있던 실루엣도.
난 왜 어두운 샤워실 안에 있던 것이 당연히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을까?
만약, 내가 그 문을 열었다면 난 무엇을 마주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