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더라도 괜찮다. 시놉시스만 보고,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연극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시놉시스]
보초를 서던 '버나르도'가 우연히 유령과 햄릿의 대화를 듣게 된다. 막사로 돌아온 '버나르도'는 '프란시스코'에게 이 이야기를 하게 되고 두 사람은 선왕의 죽음을 추리하게 된다. 그리고 진범이 클로디어스 왕인 것을 알게 된다. '프란시스코'는 이 이야기를 이용해 한몫 챙기려는 계획을 세운다. 두 병사는 연극 시연을 통해 '버나르도'가 본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플로니어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큰돈을 챙기려고 하지만 '햄릿'이 '플로니어스'를 죽여버린다. 그로 인해 '플로니어스'의 아들인 '레어티즈'는 폭동을 일으킨다.
두 병사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버나르도'는 포기하자고 한다. 그러나 '프란시스코'는 지긋지긋한 병사 생활을 벗어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폭동의 장소 가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말리는 '버나르도'와 '프란시스코'는 격렬하게 다투게 되고 삶에 관한 두 병사의 입장을 알게 된다. 그러나 결국 '클로디어스'와 '레어티즈', '햄릿', 왕비는 죽음을 맞게 되면서 햄릿 사건은 역사 속으로 묻히게 되는데... (출처 : 프로덕션케이 https://musicalk.co.kr/%EC%97%B0%EA%B7%B9_play/view/4767297)
이 연극의 주인공은 뒤구르기 하고 봐도 안성맞춤인 '햄릿왕자'가 아니다. 원작 초반부에 선왕의 유령을 언급할 때 잠깐 나오는 두 병사, '버나르도'와 '프란시스코'다.
아버지가 숙부에게 독살당하고, 어머니는 그 사실도 모른 채 숙부와 재혼하고, 정당하게 이어받아야 할 후계자 자리도 위협받고 있는 햄릿왕자의 비극적인 사연 뒤에 숨겨진 이야기는 이 두 병사에게는 그저 '우연히 알게 된 돈이 되는 사건'에 불과하다. 누구에게 어떻게 이 비밀을 알려주면 더 많은 돈을 받아낼 수 있을지를 궁리하던 그들은 사건에서 서너 발자국쯤 물러난 자리에서 이야기를 관찰한다.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그 사이사이에서 터지는 폭소를 유발하는 행동과 두 병사들의 우정은 어쩌면 햄릿의 비극보다 더 와닿는다. 높으신 분들의 왕관 사정이야 저 밑에 있는 말단 병사에겐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다. 누가 왕이 되든 그저 하루하루 배고프지 않고, 춥지 않고, 따박따박 월급 나오는 삶이 더 중요한 법이다. 거기에 내 편이다 싶은 친구가 한 명쯤 있으면 더할 나위 없고.
배우는 2명이지만 등장인물은 8명쯤 된다. 하지만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누가 봐도 알 수 있게' 인물 간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생전에는 위대한 덴마크의 국왕이었던 선왕은 죽음도 비극이었지만 죽어서도 계속 짧은 혀로 고통받고 있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두 배우 모두 선왕의 유령을 연기하는데 누가 더 우월한지를 가릴 수 없이 연기를 잘한다.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
다른 연극과는 차별화된 점은 본 공연이 끝난 후, 주요 장면들의 스페셜커튼콜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관람한 회차에는 '햄릿과 오필리아' 장면이었는데 두 번 봐도 똑같이 웃음이 터졌다.
여담으로 연극을 보기 전 정보를 검색하려는데 정작 나부터도 연극 이름이 다 생각나지 않아 '연극 버나르도'로 입력했고, 꽤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들로 (버나도르, 프란체스코 등등..) 후기를 남겼더라. 원작보다 제목이 진입장벽이었던 듯!
햄릿왕자만큼이나 매력 넘치는 두 남자의 색다른 '햄릿'이야기. 비극이 아닌 희극으로 즐겨보고 싶다면 이 연극을 강력 추천한다.
* 광고성 리뷰인지에 대한 오해를 살까 봐 앞선 작품들은 극이 끝난 이후에 리뷰를 올렸는데, 어쩌다 보니 이 글은 아직 공연이 진행 중이다(사실 이미 끝난 줄 알았음). 대가성 리뷰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공연 정보는 여기에 올리지 않습니다. 궁금하시면 초록창 이용을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