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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톤 Nov 07. 2023

머리서기 = 인생의 균형감각

#1 머리서기 나는 못해.

다른 사람들이 완성한 동작을 보고 머리서기는 아직 넘볼 세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저걸 어떻게 해?' 그때 난 욕심도 내지 못했다. '난 초보인데 저건 아니지.' 나는 돌핀 자세만 열심히 따라 했다.




#2 얼떨결에 시작해서 실패까지.

돌핀 자세만 따라 하던 어느 날, 요가 선생님이 내 방향으로 오신다. 나는 직감한다. '헛 나 아직 머리서기 할 준비가 안되었는데..' 나는 얼떨결에 돌핀에서 머리서기 동작으로 자세를 바꾼다. 나름대로 '읏차' 힘을 내서 동작을 만들고 싶지만 실패! 하나도 아깝지 않은 실패! 어쨌든 선생님 덕에 시도는 해봤다.  




#3 시작이 반이라더니.

선생님이 동작을 봐주시지 않았다면 아직도 돌핀만 연습하고 있었을 나다. 머리서기는 아직 때가 아니라며 최대한 미루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과 머리서기를 한 날을 기점으로 나도 머리서기를 연습하고 있었다. 잘 안 되는 건 알고 있지만 그냥 시도는 해보는 거다. '아 이렇게 수련이 시작되는구나...'




#4 하고 싶으니까 방법이 궁금해지네.

머리서기를 연습하니 잘하고 싶어졌다. 잘하고 싶어 지니까 방법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유튜브로 왕초보 머리서기 잘하는 법을 검색했다. 몇 개의 영상을 보고 나니, 자세가 잘못되었단 걸 알았다. 다리를 최대한 몸 쪽으로 끌고 와야 하는데 나는 몸과 한참 떨어진 위치에서 다리를 들려고 했으니, 될 턱이 있나. 제대로 된 방법을 가지고 왔지만 될 리가 없었다. 아직 연습량 부족 인정!




#5 처음 뒤로 넘어졌다.

유튜브 영상에서 설명한 대로 다리를 최대한 안쪽으로 가져오는 것까지는 성공. 연습하니까 또 여기까지는 잘 되는 것 같다. 그런데 한쪽 다리를 접어 올린 후에 나머지 한 발도 같이 들어 올리는 게 정말 안 된다. '왜 안 되는 거지? 나머지 한쪽 다리를 툭 위로 올렸는데? 올렸는데? 어? 어?' 뒤로 툭 넘어졌다. 나도 놀라고 보고 있는 남편도 놀라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남편은 자세를 봐준다며 내 동작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뒤로 넘어갈 줄 몰랐던 내 표정이 찍혔는데 너무 웃겼다. 머리서기 하면서 처음 뒤로 넘어진 날이었다.  




#6 넘어지기만 하네.

뒤로 넘어가는 걸 알았으니 아프면 안 되니까 거실에서 이불을 펴고 연습했다. 한 번 뒤로 넘어가니 어떻게든 코어 힘을 붙잡고 넘어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했다. 한 발 한 발 위로 올리면서 최대한 버티자 했는데 속절없이 그냥 뒤로 퉁 넘어진다. '뭐지, 뭐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배에 힘이 부족한 걸까. 아직 코어에 버틸 힘이 부족한 건가. 이건 뭐 그냥 두 발이 위로 올라가는 순간 뒤로 넘어지기만 한다.




#7 이젠 넘어지는 게 무서워.

가끔씩 잘 못 떨어질 때 너무 아팠다. 한 번 아프게 뒤로 넘어가니 없던 두려움이 생겼다. 와 두려움이 가장 큰 적이라더니, 두 발을 올리지 못하겠다. 한 발을 먼저 올리고 나머지 발을 올릴 때 넘어질까 봐 발끝으로 매트를 계속 지탱하고 있다. 뒤로 떨어지지 않게 몸을 만드니 발이 위로 올라갈 리 없다. 앞으로만 몸이 흐른다. 아 겁쟁이가 되어버렸다. 배에 힘이 없다고 탓한다. 괜히 코어 운동을 하고 있다.




#8 진짜 할 수 있을까.

요가 수업이 끝나기 5분 전 머리서기 연습을 한다. 나는 이 동작을 하는 시간이 오면 '아 때가 왔구나.' 생각한다. 나 혼자 비장하다. 마음과는 달리 겁부터 난다. 넘어지면서 배워야 하는데 몸을 사리고 있다. 그때 옆에서 툭 뒤로 넘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넘어지는 게 두려운 나는 그 모습도 내심 부럽다. 이 구역 최고 겁쟁이는 나다. '나 진짜 할 수 있을까.'




#9 원장 선생님이 봐주시는 날.

원장 선생님이 수업에 들어오시는 날이 있다. 선생님은 머리서기 동작을 할 때, 적극적으로 봐주신다. 일단 내가 한 발까지만 올릴 수 있어서 동작 자체가 안되는데, 선생님께서 처음부터 두발을 올린 상태를 만들어주신다. 만들어진 동작을 유지하게 하는 방식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자세만 유지하면 몸이 기억해서 내가 혼자 할 때도 그 동작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인 것 같다. 결과는? 손을 떼자마자 내 몸도 와르르 무너진다.




#10 이토록 느리게 가자.

계속 유지하는 상태를 수련했다. 원장선생님이 만들어주신 동작을 나는 유지만 하면 된다. 잘 안 되는 게 아니라 전혀 안된다. 중심이 잡히지 않는다. 몇 초간은 선생님이 몸을 잡아주시는데 내가 버틴 게 아니니 몸이 기억하지 못하고 손을 떼면 무너졌다. 변화는 아주 미세하게 있었다. 0.1초에서 0.3초로 0.5초로 0.7초로 지금은 1초대까지는 유지하는 것 같다. 허허. 부끄럽지 않다. 얼마나 열심히 버틴 건데... 나의 목표는 3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머리서기 완성했으면 좋겠지만, 지금 당장의 목표는 3초에 집중하는 것이다. 3초만 돼도 진짜 행복할 것 같다.  




#11 꺾이지 않는 마음!

오기가 생긴다. 안되니까  해보고 싶다. 단순히 머리서기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은  아니라,   돼도 노력했더니 결국 성공한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 너무 뿌듯할  같다. 그래서일까,  안되니까  하고 싶은 마음없다. 넘어질까  두렵긴 해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어떻게든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안에 안되면  달을 들이리라.   안에 안되면  개월을 하면 되지.  개월 동안 안되면 1년이면 되지 않을까. 포기만  하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해야지. 그러다 갑자기 성공하게 되는 날이 오겠지. 중요한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다.




#12 머리서기 하면서 깨닫는 인생.

요가는 삶을 닮았다. 일상은 큰 변화 없이 단조롭다. 그러다 가끔씩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나는데, 그때 가장 필요한 것은 무게 중심을 잡는 일이다. 그 균형감각은 일상을 잘 보냈을 때 생기는 힘이었다. 일상을 어떻게 어떤 생각으로 보내느냐에 따라서 중요한 순간에 좋은 생각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


요가도 비슷하다. 매번 같은 동작을 수련하는 일이다. 수업 끝에는 머리서기 동작을 하는데, 중심 감각이 필요하다. 그 균형감각은 앞서하는 모든 동작을 하나하나 잘 수행했을 때 길러지는 것이다.


일상을 요가 동작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뻗는 손처럼 보낸다면, 인생에 큰 힘듦이 찾아와도 머리서기를 할 수 있는 무게중심의 힘이 생겨 다시 일상의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오늘도 머리서기로 인생의 균형감각을 배운다. 뒤로 넘어지고 앞으로 쏟아져도 결국 중심을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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