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인톤 Nov 24. 2023

일상 속 알고리즘 잘 챙기는 법  

유튜브에만 알고리즘이 있는 게 아니다. 일상 속에서도 알고리즘이 돌아가고 있다. 그 알고리즘이 적용되는 기본 원리는 '지금'하는 생각과 행동이다. 지금 어떤 것을 보고 먹고 듣고 말하느냐에 따라 내일의 하루에도 비슷한 것들이 담기게 된다. 그중에서도 알고리즘의 주요 원리는 '지금 하는 생각'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방식으로 오늘과 내일의 생각이 90%가 닮아있다. 생각해 보면 그랬다. 오늘 하는 생각은 어제 했던 생각과 결이 같았다.




단순히 어제와 같은 루틴을 하는 방식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일상 속 알고리즘을 통해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그 루틴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게 맞다. 그렇다 해도, 비슷한 일상은 꽤 지루하기 때문에 작은 이벤트가 필요하다.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이벤트는 일상으로 돌아와 회복탄력성을 높여준다. 따라서 일상 속 알고리즘을 조금 더 멀리 보낼 필요가 있다. 아주 동떨어진 곳에 떨어져도 괜찮다. 나의 세계관은 그렇게 확장된다.




내 일상의 알고리즘을 점검했다. 무엇을 새롭게 비틀고 있는지, 얼마나 멀리 보낼 수 있는지,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새로운 세계로는 최근 파주에 다녀온 일이 생각났다. 남편과 함께 <콩치노 콘크리트>에 다녀왔다. 원래 있던 일정이 어긋나서 근처에 있는 파주로 목적지를 변경해서 즉흥적으로 다녀온 곳이다. 언젠가 가보고 싶어서 저장해 둔 LP 바. 낯선 목적지를 향한 차 안에서 기대감이 잔뜩 올라왔다. 어떤 공간일까, 어떤 느낌일까, 어떤 음악일까, 재밌을까?!




처음 홀에 들어섰을 때부터 어제와는 다른 생각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내가 보인다. 나의 머릿속 알고리즘이 비틀어지고 있다.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고 대형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웅장하게 울리는 음악의 공기가 새로웠다. 주위를 둘러보는 반경의 시선을 조금씩 넓혀나갔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2층 큰 창가에 비치는 풍경들은 나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어제는 보지 못한 새로운 풍경이었다. 어제와는 다른 결의 평온함이 느껴졌다. 많이 보고 자주 생각했던 알고리즘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곳에서는 새로운 생각이 자연스럽다.




새로운 세계의 여운은 일주일 뒤까지 이어졌다. 남편은 회사에서 LP 바 생각이 났다면서 다시 한번 가고 싶다고 했다. 나에게도 그 공간은 좋아하는 문학 책을 가지고 다시 한번 들리고 싶은 공간으로 남았다. 색다른 경험은 기존의 알고리즘이 적용되는 일상에서도 툭 하고 다른 세계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클래식 음악에도 입문하고 싶어졌다. 이렇게 새로운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좋아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섬 하나를 더 탐색하는 일이다. 일상에 새로운 변화를 주는 일은 어제와 다른 하루를 만든다. 어제와 다른 생각을 만든다.




일상 속 알고리즘을 일탈해야 한다.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어릴 때 호기심은 놀면서 채워졌다. 아이들은 호기심 천국이다. 그에 반해 어른이 되면 흥미가 잘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 해도 분명 끌리는 무언가는 있다. 끌리는 것 중에 새롭고 반갑고 낯선 것이면 된다. 새로운 여행지, 오랜만에 보는 친구, 처음 가보는 재즈바, 1년 만에 돌아오는 생일, 결혼기념일, 집 근처에 있지만 처음 가보는 카페, 잘 모르는 분야의 책 등이 그렇다. 더 알아가고 싶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알고리즘을 비틀 수 있는 사람은 즐거워할 준비를 이미 장착했다.




알아보고 싶은 세계는 많지만, 해야 할 일도 많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지 않아도 인생에 별 문제가 없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일상 속 알고리즘을 가끔씩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일요일 오후 4시에도, 수요일 저녁 8시에도 틈틈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노력을 할 것이다. 잠이 안 오면 머리맡에 놓아둔 책을 볼 것이고 친구를 기다리는 약속 장소에서도 찾아 읽을 것이다. 호기심을 돌보면서 나의 지평을 차츰차츰 넓혀가고 싶다. 재즈와 클래식, 건축, 지리, 다도, 물리학까지.  




흥미로운 세계가 확장되고 있다. 각각의 새로운 섬에서 더 끌리는 것들은 교집합 안으로 쏙쏙 들어오고 있다. 더 알아보고 싶은 것들이 한 곳으로 모이고 있다. 덕분에 갑자기 시간이 생기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는 잘 없다. 그래서 할 일을 끝내고 시간이 나면 좋다. 그 안으로 접속하면 되니까.




그렇다 해도 나는 온몸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탐험가 스타일이 아니다. 다양한 세계로 입문하는 내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은 독서이다. 새로운 세계에 들어섰는데 나의 취향이 아니라면 과감히 나오면 된다. 그러다 책 속에서 아주 내 것처럼 만들고 싶은 물건을, 공간을, 음악을, 문장을 만나면 반갑겠다. 읽다 보면 정말 여긴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 있다. 물리적으로 너무 먼 곳에 있으면 저장해 둔다. 나중에 그곳에 갈 기회가 생기면, 이때다 싶어 들린다.  


 


일상  알고리즘 안테나를 조금  멀리 보내려고 한다. 일상을  지켜가는 가운데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일은 내가 보는 시선의 풍경을  다채롭게 보는 것이다. 익숙한 것에서 잠깐 옆에 서있다가 관습에 갇힌 생각의 틀을 녹이고 싶다. 튼튼하게 뿌리내린 일상의 알고리즘 위에 새로운 것을 틈틈이 경험하고 싶다. 나의 일상  알고리즘은 대부분은 수렴형으로, 가끔씩은 발산형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겠다. 새로운 곳으로 기꺼이 입문할 마음의 스프링을 짱짱하게 달고 싶다. 이곳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넘어갈  있는 탄성력을 갖고 싶다. 비정형의 알고리즘을 통해서.

작가의 이전글 엄마 방을 청소하는 딸의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