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런칭 전
일요일 오후 넷플릭스 보다 재밌는 건 미래의 나의 브랜드를 위해 생각을 움직이는 일이다.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을 구매해서 단숨에 읽었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가장 재밌게 본 콘텐츠가 <더글로리>였다. 1화를 보는 순간 빠져들어 몰입해서 끝까지 봤다. 정말 재밌어서 다음화를 참지 못하고 단숨에 봤는데, 오늘 읽은 책이 그랬다. 관심이 있는 분야인데 그 일을 실제로 하면서 풀어낸 이야기라 호기심이 강하게 일어나 정말 재밌게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 나에게 적용할 것을 노트에 따로 적어두었다. 읽으면서 영감이 떠오르는 것들은 바로바로 적어두어야 잊지 않는다. 이전에도 나중에 브랜드를 위해 하고 싶은 것들이나 공부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두긴 했는데, 기록하는 장소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니 나중에 다시 취합하는 게 어려우니 안 보게 되었다. 영감의 기록은 다시 봤을 때 그 기록의 가치가 발휘되는 것인데, 적기만 하고 다시 보지 않는 수백 번의 경험을 통해 한 곳에 적자고 결정을 내렸다.
나는 그 한 곳을 무지의 종이노트로 정했다. 스마트폰 메모장, 좋은 어플 등 많은 기록 플랫폼이 있지만 종이노트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미래의 브랜드를 위해서 내가 상상하고 영감을 받고 해야 하는 일을 적을 때는 천천히 느리게 사고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나의 생각을 풀어낼 수 있는 환경은 천천히 느리게 사유하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갑자기 팍 떠오르는 생각들도 있지만 느리게 생각했을 때만이 나올 수 있는 것들도 있다. 그래서 나에게는 꼭 천천히 사유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전자기기로 기록할 때는 빠르게 기록할 때는 간편하고 좋았지만, 시간을 들여 기록하는 것과는 결이 맞지 않았다. 뭔가 빨리 적어야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박감이 들었고 충분히 여유 있는 마음으로 내 생각을 정리하기에는 나와 맞지 않았다.
종이노트는 달랐다. 오래 생각해도 나를 압박하지도 않고 기다려주는 느낌이라서 종이 위에 하나의 단어를 쓰고 계속 보고 있어도 마음의 안정이 유지되었다. 사유하는 시간은 종이 노트와 결이 맞다는 것을 깨닫고는 조금 시간이 걸려 궁리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종이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이곳에만 집중적으로 적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나의 생각이 흩어지지 않고 한 곳에 있으니 내가 요즘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감이 잘 잡혔다. 전체적인 시야가 한눈에 들어온다는 점이 또 하나의 종이노트의 큰 강점이었다.
나는 이 노트에 <브랜드 일지>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이 노트에 글씨를 휘갈겨 적는다. 망나니 같은 글씨라도 알아볼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 아, 종이노트의 장점 하나 더 있다. 한 곳에 모아두니 거기서부터 생각이 확장되고 또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물론 외출했을 때는 아이폰 메모장에 적어둔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 종이노트에 옮겨 적는다. 귀찮지만 브랜드를 위한 영감들은 한 곳에 모여있을 때 발휘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습관으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종이노트 덕분에 브랜드 책을 읽으면서 지금 내가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할 수 있었다. 종이노트는 나를 생각하게 만든다. 천천히 생각했을 때만이 나올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은 종이노트에 적어두고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면 중요하지 않은 건 지우고 꼭 해야 하는 알맹이만 남는다. 가치 있는 것들은 그렇게 종이노트에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