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땅을 치니 성모 마리아의 묘소 문이 열리다
이스라엘의 투어일정의 마지막일이다. 무리하지 않도록 예루살렘의 몇 군데만 더 돌아보려 한다. 내일 아침 일찍 쿠르즈에 탑승하기 위하여 하이파항으로 갈 준비를 할 예정이다. 하이파 까지는 150km 정도 떨어져 있고 약 2시간 정도 소요될 것 같다.
어제에 이어 남은 스파게티면을 모두 소진하기 위하여 있는 재료 모두를 다듬어 넣고 파스타를 만들었다.
이틀 동안 이스라엘 게스트 한 명에게 같이 먹자며 드렸더니 계란 부침을 만들어 주었다. 오늘은 체리와 후무스, 삶은 호박을 내놓더니 가방에서 주섬주섬 말린 무화과와 호두를 또 꺼내며 먹어란다.
기브 앤 테이크다.
첫 행선지로 유대인들의 학살을 추모하기 위한 야드바샘이라는 곳으로 갔다.
야드바샘 내부 주차장은 유료, 외부 약간 아래쪽에는 무료 주차장이 있단다.
사람들은 어딜 선택할까?
우린 당연 무료 주차장이다.
조금 걸으면 될걸...
운동도 하고 주차비도 절약하고 좋은 게 많다는 벼리.
무엇보다 느긋하게 관람을 한다는 게 더 이점이란다.
이스라엘은 물가도 주차비도 비싸다.
유료로 몇 번 세웠는데 몇 시간 돌다 보면 3만 원이 훌쩍 넘어버린다.
2분 정도 걸어서 야드바샘으로 입장했다.
내부는 사진전시 수준으로 웅장하게 만들어는 놓았는데 실제 유대인 수용소인 폴란드의 아우츠비츠를 갔다 온 우리로서는 약간 느낌이 떨어졌다.
그때의 느낌이 너무 강해서 머리에 콕 각인되었다. 두 딸이 어렸음에도 그때를 잊지 못한단다.
두 사위도 같이 볼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아 폴란드 여행을 기획해 볼까?
둘은 여행이라면 온갖 상상으로 왔다가 갔다가 하며 싱긋 웃는다.
600만 명이나 죽었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지금도 추모자 명단을 수집하고 기록하고 있다.
대단한 열정과 작업이라고 생각이 든다.
수용소에 살아남은 빅터플랭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읽으며 살아남기 위해 자기 관리와 희망을 잃지 않는 작가의 대단함이 떠올랐다.
인생은 아름다워와 쉰들러리스트를 몇 번 보면서 흘렸던 눈물들...
여기에 서 있는 우리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세월이 흘러도 유대인들의 아픔이 가슴으로 전해오는데 그 가족은 어떠할까?
야드바샘을 뒤로하고 올리브산에 있는 예수승천교회니 주기도문교회를 찾다가 못 찾아서 그냥 성경에 나오는 겟세마니정원과 교회로 갔다. 이곳은 건너편 시온산에서 최후의 만찬을 마친 예수가 올리브산기슭에 있는 겟세마니로 왔다가 유다의 배신으로 잡혀 갔다고 한다.
예수가 거닐고 기도했던 장소에 우리가 와 있다는 것이 실로 믿어지지 않는다.
올리브유를 유난히 좋아하는 벼리에게 딱 맞는 정원이다. 너무 좋아하며 사진 찍기에 바쁘다.
한아름 아름드리 올리브나무들이 가득하다.
겟세마니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성모 마리아의 묘소가 있다. 묘소문이 잠겨져 있어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가려고 열심히 찍는데 벼리의 휴대폰이 약 5미터의 돌바닥으로 추락하여 휴대폰의 화면이 부서져 버렸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당황하고 있는데 묘소를 관리하는 신부님들이 열쇠를 가지고 묘소 입구의 문을 열어 주시는 게 아닌가?
벼리가 휴대폰으로 땅을 치니 성모 마리아의 묘소 문이 열렸다.
이것 또한 기적 아닌가!!! (편집자 주)
묘소의 입구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어둡고 긴 터널인데 불을 밝혀주셔서 땅 밑 깊게 있는 마리아의 묘지를 볼 수가 있었다.
기도도 했다.
마리아를 좋아하던 벼리의 얼굴이 밝지 않다.
우째야겠니.
어쩔 수 없는 건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며 돌아섰다
모처럼 일찍 집으로 간다.
마트 앞에 큰 카터가 몇 대 줄 서 있어 저긴 볼만한 게 많겠다는 생각으로 지나쳤던 곳이 숙소에 가는 길에 있어 가 보자고 합의했다.
웃기지도 않는 장면이다.
사람이 지나기도 좁은 길에 카터까지 끼어든다고?..
좁기도 하고 좁아서 실망한 채 '우리나라 좋은 나라'를 소리 내며 자동차에 기름을 보충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내일 아침 출발 준비를 했다.
마리아 묘소 입구
마리아 묘
묘소입구 내려가는 모습
휴대폰으로 땅을 치기 2초 전
묘소땅을 친 휴대폰
예수가 거닐어던 겟세마니 정원
겟세마니교회 내부
겟세마니교회 외부 전경
홀로코스트 희생자 명단 책자
야드바셈 모습 일부와 주변 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