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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수 Sep 28. 2024

그리스 산토리니에 어린 눈물/23년6월19일(월)

그리스 산토리니에서 당나귀의 눈물을 보았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 그리스의 유명한 섬 산토리니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니 들뜬다. 

벼리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니 말하면 뭣하리.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좋단다.

9시부터 하선이 가능하다고 하여 아침을 단단히 챙겨 먹고 산토리니의 추억여행을 떠나 보려 한다,

산토리니는 약 7년 전에 우리가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비행기로 들어와서 며칠을 지낸 적이 있는 곳이다. 

섬에서 보낸 아름다운 추억으로 꼭 다시 가봐야지 라는 생각이 많았었는데 다시 오게 될 줄이야. 

기쁨이 크다. 

첫 경험의 재현은 쉽지 않다. 

오늘은 추억을 따라가는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산토리니는 크게 이와 마을과 피라마을로 나뉜다.

인상 깊은 추억 중 하나는 섬의 북쪽 끝에 있는 이와마 을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는 산토리니 섬의 중간쯤에 있는 피라마을의 아이스크림 가게다.

벼리는 내게 무엇이든지 사달라는 일이 없다.

무조건 사라고 해도 안 사고 아이쇼핑만 한다. 

사 주는 것도 부담스러워한다.

다른 여자와 아주 다른 점이다.

그러나 꼭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제일 좋은 것을 선택한다. 이번 세계일주도 일맥상통이다.

유일하게 사달라고 했던 것이 있으니 그게 뭘까요? 궁금하죠.

바로바로 산토리니에만 있는 아이스크림이다.

평소 잘 먹지도 않는 그것...

그때 산토리니에서 지냈던 우리의 느낌을 말하라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차갑고 달달한 아이스크림의 감촉?"

아이스크림을 먹어서만이 아니고 섬 전체의 분위기가 그랬었다.

어찌 그곳을 다시 가보지 않겠는가? 

그 맛과 추억을 느껴보리라.

또 다른 하나는 피라마을에 있는 여름밤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즐겼던 벤치를 잊을 수 없다.

그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셈이겠지.

배는 섬으로부터 약간 떨어져 바다 한가운데 정박하였고 셔틀 배가 우리를 섬까지 운송하였다. 

지난 여행 때는 섬에서 렌터카로 이동하였기에 지금의 우리 동선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크루즈선은 피라마을 앞바다 쪽에 정박하고 그리스 육지에서 오는 일반 페리선은 섬의 다른 옆 마을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섬에서 꼭대기에 오르는 방법은 당나귀 또는 케이블카를 타거나 걸어 올라가야 한다.

당나귀를 타고 올라가자고 하니 불쌍해서 못 탄다고 했다. 

우리는 섬의 꼭대기 능선 부분에 자리 잡은 피라마을을 향하여 계단 길을 올라갔다. 

이 길은 당나귀들과 같이 사용하는 길인데 당나귀들은 관광객들을 산 위에 있는 마을까지 데려다주는 유료 운송수단이다. 

꼬불꼬불한 계단길에 당나귀 똥이 많기도 하네. 

잘 보고 걸어야 했다.

밟기라도 하면 이 낭패를...

당나귀들의 오물로 냄새가 났으며 떼를 지어 몰려오는 당나귀들의 위협적인 행동은 우리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벼리는 “엄마야 “ 소리치며 당나귀를 피해 이쪽에서 저쪽으로 도망 다니고 어떤 외국인 여자는 비명까지 지르기도 했다. 

"흑흑, 휴우" 벽에 붙어 당나귀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관광객을 태운 당나귀 무리를 뒤에서 몰고 가는 주인이 구령을 하면 질서를 지키며 잘 따랐는데 뒤쳐지면 채찍질이 기다린다.

힘든 당나귀는 “휘웅, 쿠르룽 푸” 소리 내며 거품을 내뿜는다.

벼리는 걷는 내내 당나귀들이 불쌍하다고 말한다.

20여분을 땀 흘려 올라가니 피라마을의 가게들이 줄지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산토리니는 가는 곳마다 그림 같아 사진을 찍으면 작품이 된다. 

추억이 어린 예쁜 집과 골목이 새록새록 생각나며 그 길을 걷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드디어 추억의 벤치를 찾았다. 

시원한 바람이 솔솔 피부에 와닿는 상쾌함이 여전했다. 

바람과 함께 한껏 부푼 마음과 기분이 푸른 바다 위를 두둥실 날아다닌다.

'아, 이 맛을 찾아오고 싶었지.'

바라보는 우리의 눈길은 공감 백배다.

벤치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외국인 여자에게 사진을 부탁했더니 

“왜 바다를 배경으로 하지 않고 그 반대로 벤치에 앉은 모습을 찍느냐?”라고 물어본다. 

‘그 벤치에 얽힌 우리만의 느낌을 아무도 알 수 없지.’

별것도 아닌 것을 대단한 양 말하니 알았다는 듯이 싱긋이 웃으며 우리들의 기념사진을 남겨주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그리스의 맑은 하늘과 바람이 푸른 바다 위를 넘실거리며 시원스럽게 지나가고 있었다. 

벤치에 오랫동안 느긋이 앉아서 간식을 먹으며 추억에 잠겨 좋은 시간을 가졌다.

바다와 새벽에 올랐던 먼 바위와 건너 마을을 보니 한편으론 마음이 찡했다.

‘산토리니에 또 오는 일이 있을까?’

사실 다시 찾은 산토리니가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

세월의 흐름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번성했던 도시와 나라가 사라지고 흔적만 남은 옛 유적들을 보아왔다.

현재 살아가는 지구촌 곳곳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리라.

아무 탈없이 이 자리에서 예전의 모습을 간직한 채 우리와 만났다는 것이 기적 같았다.

지금 이 순간 존재함은 더없이 소중한 일이니 기적이지 않겠는가?

정성을 다해 삶을 살아보자.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는 두 번째 미션실행.

여기저기 상점구경도 하고 섬과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관광객 틈에 끼여 밀려다닌다. 한국 패키지 관광객들도 귀로 눈으로 들어오며 함께 걷는다.

큰 길들은 기억이 나는데 작은 골목에 있었던 아이스크림 가게는 분명 이 근처 어딘가에 있었던 것 같은데 보이지 않았다. 

이리저리 여러 번을 헤매고 다닌 끝에 아이스크림 가게를 발견했다. 

1864년에 문을 연 곳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는 몰랐었다. 

아이스크림을 사서 추억의 맛에 빠져볼까?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쪽쪽, 후룹"

월넛 아이스크림콘 한 개를 들고 마주 서서 영화를 찍고 있네. 잘 논다∼

"어느 영화사에서 왔어요"라는 말이 귀에 들어온다. 

얼마나 재밌고 꿀맛 같은 달콤한 시간인지...

‘이 맛은 다시 볼 수 없겠지?‘

아이스크림이  발걸음을 붙잡아 오래 머물렀다. 

내려가야 할 시간이네.

계단의 아랫부분에 당나귀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줄지어 있었다. 

왠지 벼리가 내려오질 않아 쳐다보니 올라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다. 

이상하여 다시 가니 벼리가 당나귀를 보면서 울고 있다. 

벼리의 말에 의하면 

"힘든 당나귀들을 위로하려고 눈을 맞추는데 아래로 떨구고만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한 마리씩 더 자세히 보면서 내려오는데 한 당나귀의 상처 난 눈에서 피눈물이 얼굴을 타고 길게 내려와 있는 걸 보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파리가 얼굴에 붙으면 머리를 흔들고 몸에 붙으면 긴 꼬리를 흔들어서 좇는 모습이 애처롭다.

말 못 하고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당나귀들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눈물이 뚝뚝, 주르륵 흐른다.

벼리는 강아지를 끔찍이 좋아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정성을 쏟는다.

당나귀를 보는 마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벼리의 여린 마음과 따뜻함을 다시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반들반들 닳은 돌길을 많이 걸었다. 

힘들다. 피곤하다. 아프다는 말을 잘하지 않는 벼리다. 

괜히 신경 쓰이게 하고 걱정거리를 상대방에게 안겨 주는 것이라며 참는 성격이다.

오늘 다른 신을 신고 걸었더니 발이 꼭 끼여서 발바닥이 아리고 쓰리면서 아파오는 게 물집이 잡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방에 와서 말한다.

물집이 두 개 생겨있다.

내려오는 길이 항상 어렵다는 벼리였기에 조심조심 걷는 줄 알았는데 발이 아파서 그랬다는 걸 뒤늦게 알았으니 너무 무심했던 건 아닌지? 

해리 반성.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어야겠다.

당나귀의 피눈물이 벼리의 눈물로 이어지는 아련한 추억을 남긴 섬 산토리니.

아픔을 가득 실은 셔틀 배를 타고 다른 내일을 향해 물살을 가르며 통통통 산토리니와 멀어지고 있다.

아름다운 산토리니 안녕?


              바다에서 본 산토리니 섬

               마을을 향해 올라가는 계단 길


                두 번째로 방문한 추억의 벤치

















               우리가 타고 온 쿠르즈 선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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