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수도 아테네에 도착하는 날이다.
아테네는 처음 방문했을 때 매우 느낌이 좋았던 도시이다.
나의 옛 고향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그리스는 나에게 무척 다정한 곳으로 기억되고 있다.
배가 피레우스라는 항구 마을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땅을 밟으면 그리스의 공기를 마시고 싶다.
9시 조금 지나자 하선해도 좋다는 방송이 나왔다.
별 검문도 없이 빠져나가니 바로 터미널이다.
무료 와이파가 눈에 띄어 켜 보았다.
오랜만에 와이파이가 잡혀 기쁜 순간이다.
"야호"
역시 그리스는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한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먼저 안부와 간단히 우리의 소식을 전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정보도 찾았다.
터미널 입구에는 알록다록 예쁜 시티투어버스가 턱 버티고서 어서 타라고 기다린다.
하루에 1인당 20유로라고 하였다.
표를 끊어서 탑승하니 버스는 시원하게 파르테논 신전을 향하여 달렸다.
파르테논 신전은 3번째 방문이어서 나에게는 익숙한 장소처럼 느껴졌다.
옛날에 비하여 공사가 많이 진전되어 보였다.
파르테논은 아테네의 수호 여신인 아테나에게 바친 신전으로 기원전 448년부터 432년까지 16년에 걸쳐 완성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2,500년 동안 서구 건축의 모델이자 원형이라나.
더욱이 세계문화유산 1호라고 하니 파르테논신전의 위엄을 알 수가 있다.
신전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은 곳은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틈틈이 끼어들어 재빠르게 찍고 나오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좋은 장면을 찍으려고 했다.
사진을 보면서 “우와, 작품이다. 멋진데...”
누가 뭐라든 자기 멋에 취한 건 못 말린다.
다음으로 그리스의 민주주의 상징인 의회로 갔다.
우리나라의 국회 의사당쯤 되는가???
아테네의 신타그마 광장이 내려 보이는 이곳은 시민들을 대표하는 최고의 민주주의 기관이라고 한다.
'이곳도 우리처럼 지지고 볶을까? 국민을 위한 답 시고....'
우리나라도 빨리 성숙된 민주주의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까?
오랜 시간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을까도 싶다.
의회 바로 옆에는 자피온이라는 공원이 있는데 수목이 우거지고 평온한 휴식의 자리로 안성맞춤이다.
공원 안에는 자피온 형제가 돈을 내고 브란제와 한센 등이 1874년 부타 1978년에 걸쳐 지은 의회 건물이 있었다.
형제의 동상이 양 옆에 서 있는 입구로 벼리가 당당히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오지 말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미쳐 보지 못하고 입장한 것 같았다.
곧 정중한 퇴실 안내를 받고 알았다는 사인을 보내며 다시 걸어 나온다.
"아, 멋진 장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건물 안 저 멀리 정장차림의 남성들이 수두룩 모여서 웅성거리고 분주한 발걸음으로 오고 가는 게 뭘 하는지 모르겠단다.
의회를 나와서 조금 걷다 보면 웅장한 제우스신전이 나오는데 BC 468년~457년에 건축가 라보가 세웠다고 한다.
제우스 신전 입구에는 131년 또는 132년에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아테네 방문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웠다는 설이 있다.
옛날에 벼리와 함께 들어서서 기를 많이 받았던 곳이다.
'머리가 쭈삣 쮸삣, 몸이 찌릿찌릿...'
온몸으로 기운을 받은 나와 달리 벼리는 아무 반응이 없다고 했던 신전 앞.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고 여전히 보수 중이다.
파르테논신전이나 제우스신전 등 문화재나 건축물을 그린 그림을 거리에서 15유로에 판매하고 있었다.
사라고 손짓하는 상인은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발길을 멈추고 내려다본 그림들은 하나같이 작품이다.
여행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려고 화지와 펜도 가져왔는데 아직 한 장도 못 그렸다.
'언제쯤 저렇게 그릴 수 있을까?'
지인이 그림을 사 올 수 있으면 사 오라고 해서 유심히 보고 섰는데 갑자기 수채화 선생님이 생각났다.
'우리 선생님 손이면 저 그림 보다 더 잘 그릴텐데.'
여기서 그림을 그려서 팔면 돈이 되겠네.
선생님 작품의 컵을 프리마켓에서 팔듯이...
여기에 같이 있었다면 꼭 그럴 것 같았다.
이벤트로 다양한 경험을 즐기는 수채화 선생님처럼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저 멀리 멋진 성 같은 게 보이길래 위로만 바라보며 그곳을 향해 열심히 30분 정도 걸어갔다.
오르막이라 숨이 찼지만 여러 꽃이 돌담 사이로 뾰족 얼굴을 내밀며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나무들도 멋지고 조화롭다.
그중 손바닥만 한 선인장에 노란 꽃과 빨간 꽃이 피어 있는 걸 처음 봤다.
아주 큰 선인장이 키가 커서 나무 같았고 꽃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어 신기하기도 했다.
한참 보다 꼬부랑길을 올라갔는데
"에게? 이게 어찌 된 셈이람."
이곳은 파르테논신전의 입구 반대쪽이었다.
마주치는 눈빛이 기가 찬 듯 바람 빠진 웃음이 새어 나온다.
모르면 고생이지요~~
공원과 아고라를 보며 아래로 내려왔다.
비치로드에 가려는데 1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배로 돌아가자고 합의했다.
해변도 좋지만 시간은 금인데 금광을 캐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시티버스에 올라탔다.
해가 늬엇늬엇 내려앉으니 시티버스는 2층이 제 맛이다.
양쪽으로 부는 바람을 맞으며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면서 시내 구경을 하고 있으니 우린 관광객이 틀림없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보던 2층버스의 주인공들...
교통체증이 생기면서 느려지는 버스에서 눈으로 사진을 잔뜩 담으면서 항구에 내렸다.
우리의 집 같은 아늑한 유람선.
오늘 밤의 쇼는 댄스파티였다.
화려한 춤의 향연으로 정신이 나갈 정도로 무대가 열정적이고 매력적이었다.
특히 두 남녀가 추는 살사댄스는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변화무쌍했다.
신나고 흥겨웠다.
우리도 댄스스포츠를 조금 배웠지만 몸동작이 저렇게 되려면 몇 년을 배워야 할까?
나이가 들어 댄스를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계속 배우자고 벼리는 말한다.
그러자고 했지만 하는 일이 많다고 미루는 건 핑계겠지.
쇼를 보고 갑판으로 나와 보니 배가 출항 준비를 하는데 앰뷸런스가 와 있다.
여행을 중도 포기하고 나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크루즈를 여러 번탔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누가 아파서인지 아님 돌아가신 건지 확인할 수가 없지만 가방 4개에 보호자가 두 사람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돌아가신 것 같다.
임신 10개월 보다 배가 더 부른 이들, 다리통이 허리보다 굵은 사랑, 엉덩이가 남산 만한 남녀들이 너무 많다.
저런 몸이면 분명 건강이 좋을 리 없다는 것까지는 생각했지만 크루즈에서 갑작스러운 일이 생길 거란 걸 미처 생각지는 못했다.
음식이 많으니까 보통 때 보다 더 먹어진다.
우리도 많이 먹으니 살이 통통 찐다.
건강을 위해 과식은 금물이다.
오케이~ 해리 벼리? 예쓸..
밤 10시에는 톰쿠르즈의 탑건 영화가 메인 수영장에 있는 대형스크린에서 상영한다.
나는 영화를 볼 예정이며 벼리는 춤과 음악이 있는 4층으로 갈 것 같다.
오늘은 각자 좋아하는 취미활동으로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