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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수 Dec 07. 2024

카이로의 얼굴 /23년6월29일(목)

내일 카이로의 북쪽에 있는 알렉산드리아로 가고 싶어 어젯밤부터 계속 인터넷 예약을 시도했는데 잘 되질 않았다. 

눈 뜨자마자 다시 시도.. 

또 안된다.

가만히 보니 카드사의 응답이 늦어 결제가 안 되는 것 같았다. 

카드를 교체하여 결제를 하니 바로 되네!!!

'나 원참'

아침 10시 30분 출발, 알렉산드리아에서 4시 30분에 돌아오는 표를 예매했다.

성공했으니 오늘을 위해 행동개시다.

카이로 시내를 돌아볼 작정으로 호텔 입구에서 우버택시를 부르니 택시가 통 잡히질 않는다. 

급기야 호텔 앞 도로변까지 나가서 잡아보려고 시도를 하니 인터넷이 안되네??

그야 그럴 것이 아직 유심을 구입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안되지. 

길가에 차를 대고 있는 총각인지 아저씨인지 몰라도 한 남자에게 가서 핫스파를 부탁했다.

다시 우버를 불러도 잘 안된다. 

그 와중에 교통경찰 견인차가 와서 도로변에 주차했다고 딱지를 끊으려고 한다. 

차주는 난색을 표하며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우리를 도우려고 끝까지 시도하며 함께 했는데...

이래 저래 차 잡는데 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데 겨우 지나가는 우버 비슷한 택시가 우리 앞에 선다.

이집트박물관까지 100 이집트파운드에 가자고 한다. 

우버택시를 잡아도 여기서 120파운드는 줘야 하니 그냥 오케이다. 

약 30~40분을 달려가는데 이집트의 거리가 매우 아름다웠다.

저택의 정원을 보는 듯한 크고 작은 가로수가 중앙과 가장자리에서 멋을 부리고 있었다.

길고 긴 길의 가로수들 모두 조경을 했을까?

잘 다듬어진 수목들을 눈으로 즐기며 감탄사를 내뱉는 벼리.

"와, 멋있다."

키가 크고 작은 가로수의 조화로움이 단조롭지 않아 보는 내내 즐거웠다.

즐기다 보니 다 왔다고 내리란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박물관으로 입장을 했다. 

가장 위대하고 강력한 파라오의 멋진 모습이 입구에 당당하게 서 있다.

'우러러 보이는구먼.'

이집트의 왕자인 람세스가 파라오로 등극하여 이집트를 통치한 람세스 2세다.

박물관의 여러 전시물 중 2층 전시실에 있는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가 제일 인상이 깊었다. 

이집트 박물관에는 거의 미라 전시가 많고 대부분의 중요한 유물은 영국에서 다 가져갔다고 들은 적이 있다. 

사실인지는 역사 유물에 관한 지식이 짧아 잘 모른다. 

오랜 시간 찬찬히 둘러보고 또 보고.

벼리는 무척 좋아하며 더 보고 싶어 했다.

박물관을 나와 내일 알렉산드리아로 가는 고 버스의 매표실에 가서 타는 방법과 장소를 확인하려니 인터넷 핫스파가 필요했다. 

고 버스는 이집트 장거리로 가는 버스로 길이가 엄청 길다.

고 버스 무료 와이파이가 분명히 휴대폰에 뜨는데 직원들이 없다고 잡아뗀다. 

내 휴대폰을 보여 주면서 비밀번호만 알려 달라고 하니 계속 없다고 한다. 

'어, 이런 불친절?'

휴대폰 사진기를 작동하며 

"너희들 사진을 찍어서 온 세상에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

사진을 찍으려니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 여직원은 책상 아래로 몸을 숨긴다. 

웃기지도 않는 장면이다.

벼리는 초상권 침해라고 그만 가자고 했다.

대충 일을 마무리하고 옆에 있는 여행사에 가서 휴대폰 유심 파는 곳을 물어보니 친절히 알려 주었다. 

10분 정도를 걸어가서 유심칩을 심고 새로운 디지털 혁명의 시대를 열었다.

유심칩 하나에 세상이 넓고 밝아졌다.

나라가 바뀔 때마다 유심을 사는 것에 애로점이 많다.

공항이면 바로 살 수 있는데 다른 교통수단으로 입국하면 찾아내야 한다.

시간과 노력이 동반되어야 살 수 있는 유심.

이제 유심과 함께 자유롭게 여행하자.

나일 강변으로 가던 중 벼리가 버스 기사와 이야기를 나눈다.

영어 말하기도 잘 안 되면서 단어만 툭툭 던지며 들이댄다.

용기는 100점이다.

시내버스 타고 카이로 한 바퀴 돌자고 제안을 해서 시내버스투어에 나섰다.

버스요금은 두 사람 왕복 약 1800원이다.

한 바퀴 돌아오면 3시간가량 걸린다니 그야말로 투어 맞네.

뉴카이로 행으로 버스 안에서 편하게 구경했다. 

차창관광이다.

뉴카이로는 카이로 옆에 새로 조성하는 도시였다. 

트램과 각종 주거시설 등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버스로 1시간 이상 지나는 넓은 땅에 많은 건물들이 수두룩 올라가는데 입주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멀리서 보면 멋있어 보이는 건물들이 가까이 가면 지저분한 게 많다.

이집트에는 파리가 많다.

버스 안에도 파리가 성가시게 한다.

못 먹어서인지 파리가 빼빼 마르고 작다.

"가만히 앉아 있어라. 살이 더 빠지겠다."

뉴카이로에서 카이로로 돌아오는 중에 웅장한 이슬람사원이 보여 버스에서 내렸다. 

이슬람 연구의 본산인 알 아즈하르(Al-Azhar) 모스크와 알 아즈하르 대학교, 알 후세인(Al-Hussein) 모스크가 있다.

수많은 모스크와 이슬람 학교, 책방들이 다 모였다. 

이 나라는 이슬람교가 90프로나 되니 이해가 된다.

사원에 들어가 이슬람 교인들이 메카를 향하여 절하는 모습도 보며 그들의 종교적 신념에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신선한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조금 옆에 있는 압딘궁전은 소박하게 보이나 내부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대통령관저로 사용하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개방된다.

수많은 예술 작품과 장식 시계들이 무함마드 알리 왕조의 사치 정도를 가늠하게 해 준다.

시대의 흐름에 변화하는 인생극을 보는 듯하다.

부귀영화를 누렸던 주인공들의 시대가 막을 내렸으니 그들 마음은 어떠할까? 

죽어서의 생활은 또 어떠한지?

궁금증을 가득 싣고 지중해로 흐르는 아프리카 최대의 강으로 가고 있다.

빨리 보고 싶다.

같은 물인데 왜 그럴까?

세계 4대 고대문명의 하나인 이집트 문명의 발상지라는 세계사적 의의를 갖고 있기 때문일까?

학창 시절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나일강이어서 일까?

세계사람들이 다 모였다.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겠지.

강 주변은 발 디딜 틈이 없고 오고 가는 차들이 쌩쌩 달리니 정신이 없었다.

이집트의 또 유명한 자동차 경적소리!

여기서도 "빵", 저기서도 "빵빵"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없어 서로 눈치껏 건너야 했다.

차량이 끊이지 않아 길을 건너려면 차 사이를 곡예하듯 피해 가야 했고 도로에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사람 우선이면 선진국, 차 우선이면 후진국이라던데...

그럼 이집트는?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강과 호흡하고 환호하고 있었다.

아래를 보니 유람선과 보트, 요트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간다.

나일강이 아프리카 많은 나라들의 식수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단다. 

특히 사막화 등 기후변화와 나일강 주변 국가들의 인구증가 등으로 인해 수자원으로서 나일강의 중요성은 더해지고 있다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이라고 알려져 왔으나 2008년 5월 리마 지리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아마존강이 나일강보다 긴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강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새로운 물줄기가 생기기도 하기 때문에 강의 길이는 유동적이며 따라서 순위는 언젠가 다시 바뀔 수도 있다.

나일강변 가까이에 가려고 발품을 팔아 멀리까지 걸어가서 강물에 손을 담그니 시원하다.

순간 우리가 간 곳 조금 앞에 물이 솟아오르며 묘기를 부리고 있다.

'이럴 수가.'

생각하지 못한 멋진 분수쇼를 보여주니 감격이다.

'행운의 여신이 우리가 온 걸 어떻게 알았지?'

강물 분수쇼를 보고 카릴리 시장으로 향하는데 모든 게 고맙게 느껴졌다.

시장의 냄새가 멀리서 풍겨온다.

카릴리 시장은 카이로의 중심부인 이슬람 구역에 있는데 이슬람 사원과 사람들이 많았다.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시끌벅적 말 그대로 시장통이다.

이집트는 서방세계와 동방세계를 이어주는 가교이며 그 중심에 알렉산드리아와 카이로가 있다. 

중세시기에 중계무역을 통해 막대한 세수입으로 번영했으나 페스트로 인해 서서히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이집트를 부흥시키기 위해 만든 시장이니 물건을 거래하는 장소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단다. 

근대 이후에는 이집트인들의 정신적 고향이 되기도 한다는 시장에는 계단이나 길에 앉은 사람들이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엄마 품에 안긴 듯이 평온해 보였다.

밤이 깊었는데 그저 앉아 있는 이집트인의 시장사랑은 대단하다.

수많은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되었고, 많은 시인들이 시장을 칭송하는 시와 노랫말을 지었단다.

"헬로" 라며 따르는 아이들 눈에는 신기함과 호기심이 가득하다.

나도 어릴 때 그랬었는데 같은 현상이다.

허름한 옷을 입은 아이는 종이컵을 내밀며 "마니" 라며 따른다.

대조적인 아이들의 모습이다.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니 어느 듯 캄캄해졌다.

우버택시를 잡으려니 또 잘 안 잡힌다. 

교통량도 많고 정체구간이 많은가 보다.

대기시간이 길어 포기하고 자가용 택시 기사와 협상하여 호텔로 돌아왔다. 

긴 하루 행복했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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