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의 나비들에게
무거웠을텐데
- 이태원의 나비들에게
날개마저 무거웠을텐데
바람에도 쉬이 휩쓸리는 일상은
이따금 돌처럼 무거웠을텐데
하루 벌어먹는 고단함과
또 하루 견뎌내는 막막함의 무게는
그 가느다란 다리로
너끈히 지탱하기 힘겨웠을텐데
왁자한 추억들은 낡아 바랬고
내일을 살아낼 웃음은 고파
너는 반짝이는 밤거리를 헤맸을텐데
무거운 것들은 버려두고
날개마저 벗어버린 그날 밤
죽음이 쏟아진 비탈길에서
그래서 너는 날지 못했나
아니 영영 날아가고 말았나
꽃이 피었다면 사뿐히 돌아올까
늙은 어미의 손에는 국화 한 송이가
얼마나 무거웠을까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