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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의곰 Jul 17. 2021

5. 뱃속의 아기를 생각하는 마음

공자와 맹자의 유교 윤리



유교는 공자를 존경하여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만든 사상입니다.

공자는 어떤 사람이었길래 2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을까요?

사람마다 공자의 가치를 달리 평가하겠지만, 쌤은 무엇보다 공자의 삶 자체를 존경한답니다.



공자는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70살의 남자와 16살의 여자가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 태어난 아이가 공자였습니다.

공자 나이 3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7살에 어머니마저 돌아가셨답니다.

가난했기 때문에 가축을 돌보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지만, 항상 틈나는 대로 공부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공자가 살던 시대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울 만큼 사회가 혼란스러운 시기였습니다.

당시에는 중국이 수십 개의 나라로 갈라져 500년 동안이나 서로 전쟁을 벌이던 춘추전국시대였습니다.

신하가 왕을 배신하고, 자식이 아버지를 죽이고, 권력자가 백성을 괴롭히던 시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자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왕을 배신한 신하도, 아버지를 죽인 자식도, 백성을 괴롭힌 권력자도 본래는 착한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혼탁한 세상 때문에 가려져 있는 그 착한 본성을 되살려 낸다면 세상에 질서가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공자는 자신의 뜻대로 세상을 바꿔보기 위해 중국 천하를 떠돌아다녔지만, 공자를 인정해 주는 왕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결국 공자는 제대로 뜻을 펼쳐보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지만, 그 길이 쓸쓸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공자의 인품과 사상을 존경하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랐기 때문입니다.


공자는 남은 생애 동안 제자들을 가르치며 자신과 같은 위대한 사상가로 길러냅니다.

공자가 죽고 난 후, 동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공자의 사상을 기틀로 세워집니다.

(조선 왕조가 대표적인 사례이죠.)

공자의 제자들은 그들의 스승을 너무 존경하여, 스승의 말과 행동을 꼼꼼하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그 기록을 엮은 책이 바로 <논어>입니다.


공자의 말과 행동을 기록한 책 <논어>



여러분들은 공자의 생애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잘 와닿지 않는다고요?

그렇다면 공자의 삶을 현대판으로 바꿔보겠습니다.

공구(공자의 실제 이름)는 미혼모로부터 태어난 사생아입니다.

구는 고1 때 소년 가장이 되어 세상에 홀로 남겨지게 됩니다.

구가 사는 나라는 끊임없는 전쟁으로 황폐화되었습니다.

옆 동네에서는 먹을 식량이 없어서 아버지가 자식을 잡아먹었다는 흉흉한 소문도 들립니다.

(실제 당시 역사 기록에 남아있었다는... ㅜㅜ)

구는 생계비를 벌기 위해 세차장에서 부잣집 아이들이 타고 다니는 외제차를 닦습니다.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구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습니다.

공직에 나가 다 같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게 꿈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무원 시험에 10년째 넘게 합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명 필기시험 점수로는 수석인데, 이상하게 최종 면접만 가면 떨어집니다.

면접관들은 구에게 "당신은 너무 이상적이야. 당신의 말은 전혀 현실성이 없어."라고 말하며 꾸짖습니다.

구가 꿈꾸던 공직은 외제차를 타고 놀러 다니던 부잣집 아이들이 대신 차지합니다.

고위 공직자가 된 부잣집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세금을 더 많이 걷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옆 나라의 땅을 차지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어떤가요?

뉴스에서 많이 보던 이야기 같지 않은가요?

공자가 죽은 지 2천 년이 넘게 지났는데 아직도 그가 살던 시대의 모습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참 씁쓸하네요.


여러분들은 사람이 착하게 태어난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악하게 태어난다고 생각하나요?

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갈팡질팡합니다.

어린아이의 해맑은 미소를 보다 보면 사람에 대한 믿음이 한없이 샘솟다가도, 그런 어린아이를 학대했다는 기사를 보면 한순간에 사람에 대한 믿음이 깨지기도 합니다.


공자는 사람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가지고 있던 사상가입니다.

공자 사상의 핵심은 '인(仁)'입니다.

지금은 '仁'이 '어질다'라는 뜻을 가진 한자로 해석되지만, 공자는 '인'을 다양한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마치 우리가 "걔는 진짜 착해."라고 말할 때, '착하다'라는 말 안에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좋은 인성을 나타내는 많은 표현들(배려, 협력, 성실, 신뢰, 양보, 예의, 효도, 공감, 정의, 지혜 등)이 있지만, 우리는 '착하다'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설명을 끝낼 수 있습니다.


교과서에는 인에 대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쌤이 가장 좋아하는 설명은 따로 있습니다.

최근에 '인'의 원형이 되는 글자가 아주 오래된 무덤에서 발견되었다고 해요.

그 글자의 뜻은 바로 '임신한 어머니가 뱃속의 아기를 생각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쌤은 이 설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지금까지 막연하게 느껴졌던 인이라고 하는 개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仁 - 임신한 어머니가 뱃속의 아기를 생각하는 마음


[논어]에는 '인'이라는 글자가 무려 106번이나 나온답니다.

다음은 공자가 인에 대해 설명한 대표적인 구절들입니다.

"인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인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이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윗사람을 공경하는 것이 인의 근본이다."

"자기 욕심을 버리고 예의범절에 따라야 인이 이루어진다.[극기복례]"


그러나 이러한 공자의 주장은 당시에 많은 비판을 받게 됩니다.

"이봐요 공구씨! 서로 죽이고 빼앗는 이 시대에 그런 착한 마음이 어디 있소? 있다면 증거를 대보시오."

공자는 그런 비판을 일일이 해명하지 않습니다.

모든 위대한 선구자들은 세상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질 뿐입니다.

선구자들의 메시지를 논리적으로 가다듬는 역할은 제자들의 몫입니다.

공자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공자의 제자인 맹자가 스승의 '' 사상을 '사단'이라는 개념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합니다.



맹자는 인간이 착하게 태어난다고 보았습니다.

인간의 타고난 본성(본래부터 타고난 성질)이 선하다고 본 것이지요.

이러한 맹자의 입장을 가리켜 성선설이라고 부른답니다.

맹자는 사단과 사덕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성선설을 설명하였습니다.

사덕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네 가지 도덕성[인의예지]을 말합니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남을 배려하고[인], 정의롭고[의], 예의 바르고[예], 지혜롭다고[지] 본 것이지요.



맹자의 말대로라면 인간은 다 도덕적이어야 할 텐데, 세상에는 왜 이렇게 나쁜 사람들이 많을까요?

나쁜 사람들에게는 사덕이 없는 걸까요?

맹자는 누구나 다 사덕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사덕은 땅속에 묻혀있는 씨앗과 같이 가능성으로 존재합니다.

씨앗을 잘 기르면 예쁜 꽃을 피울 수 있지만, 잘 기르지 못하면 땅속에서 씨앗이 썩고 말겠죠.

마찬가지로 사덕을 잘 기르면 성인, 군자와 같이 도덕적으로 완성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욕심 때문에 사덕이 가려져서 잘 길러내지 못하면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맹자의 사단과 사덕



그런데 땅속에 묻혀 있는 씨앗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텐데 어떻게 잘 기를 수 있을까요?

맹자는 유심히 관찰하면 씨앗에서 아주 작은 새싹이 자라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해요.

새싹을 보면 '아, 땅속에 씨앗이 들어있구나!'라고 알 수 있겠지요.

씨앗이 사덕이라면, 새싹은 사단입니다.

사단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네 가지 착한 마음을 말합니다.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이 바로 사단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착한 마음[사단]을 통해 인간의 본성 속에 착한 도덕성[사덕]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지요.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측은지심]을 보면, 배려하는 본성[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다른 사람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수오지심]을 보면, 정의로운 본성[의]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겸손하고 양보하는 마음[사양지심]을 보면, 예의 바른 본성[예]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옳고 그른 것을 가릴 줄 아는 마음[시비지심]을 보면, 지혜로운 본성[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얼마 전 8개월 된 여자아이를 입양한 양부모가 아이를 학대하여, 아이가 16개월이 되었을 때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정인이 사건을 뉴스에서 접한 많은 사람들은 분노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왜 우리는 나의 자식도 아닌 한 아이의 죽음에 이토록 슬퍼할까요?

왜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은 양부모의 행동에 분노할까요?

맹자의 입장에서 봤을 땐, 슬퍼하고 분노하는 마음이 인간이 선하다는 증거라고 보는 것이지요.

결국 맹자는 새싹[사단]을 잘 길러서[확충], 씨앗[사덕]에서 예쁜 꽃[성인, 군자]이 피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자, 다시 공자의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공자는 임신한 어머니가 뱃속의 아기를 생각하는 마음[인]으로 다른 사람을 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선 가까운 사람에게 인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여러분들과 가장 가까운 사람은 누구인가요?

아마 가족일 겁니다.

따뜻한 사랑의 마음인 ''이 부모에게 향하면 '', 형제나 친구에게 향한다면 '우애', 윗사람에게 향한다면 '', 공동체로 향한다면 ''이 됩니다.

공자는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알아야 그 사랑의 마음이 점점 커져 결국, 사회의 질서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공자는 철학자이기 이전에 현실 정치인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혼란스러운 사회의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개혁가였지요.

사회의 질서를 바로잡는 데는 형벌이 효과적일까요? 도덕이 효과적일까요?


여러분들이 만약 담임 선생님이 되었다고 상상해 봅시다.

그런데 학급에 속을 썩이는 학생들이 몇 명 있습니다.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고, 수업 분위기를 해치면서 학급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학생들이죠.

여러분들은 학급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요?


플랜 A : 엄격한 규칙을 만들고, 규칙을 어기는 학생들을 처벌한다.

플랜 B : 담임이 도덕적으로 솔선수범하여, 학생들이 변화하길 기대한다.


만약 여러분들이 담임 선생님이라면 플랜 A와 B 중 어떤 방법으로 학급을 운영하겠습니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플랜 A를 선택할 것입니다.

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갈 때에야 비로소 나쁜 행동을 멈출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엄격한 규칙을 만들어서 강하게 처벌한다면, 아마 한동안은 꽤 효과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눈치 빠른 아이들은 교묘하게 규칙을 피해나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벌을 받지 않는 것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반성을 하지 않게 되죠.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공자는 플랜 B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자는 정치에 있어서 형벌에만 의지하지 않고 통치자의 도덕과 예의로 백성을 교화하는 덕치를 강조하였습니다.

통치자가 먼저 군자다운 인격을 닦은 후에 백성을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수기이안인]

(왜 왕들이 공자를 싫어했는지 알겠죠?)

통치자가 도덕적으로 솔선수범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운 줄도 알고 스스로 바르게 된다고 본 것이지요.

선생님이 선생님답게 행동했을 때, 학생들도 선생님을 믿고 따르겠지요?

마찬가지로 공자는 왕이 왕답게 행동을 해야, 백성들이 왕을 믿고 따른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자신의 직책에 맞는 행동을 했을 때[정명], 사회적 혼란이 사라지고 안정을 이룰 수 있다고 본 것이지요.


또한 공자는 백성들이 도덕적인 마음을 잃지 않도록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쌤 경험상, 반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들은 알고 보면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랑을 받지 못하고, 가정 폭력을 당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면서 자라왔던 것이죠.

그렇게 힘든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모든 잘못의 책임을 돌릴 수 있을까요?

물론 모든 것을 환경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되겠지만, 적어도 바르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은 만들어 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공자는 고아,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비롯하여 누구에게나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대동 사회'를 이상 사회로 제시하였습니다.


여러분들이 공자처럼 혼란스러운 시기에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났나면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 것 같은가요?

솔직히 쌤이라면 부모를 원망하고, 사람을 증오하고, 세상을 향해 저주를 퍼부었을 것 같아요.

그러나 공자는 부모에게 효도해야 하고, 사람은 누구나 착한 본성을 가지고 있고, 다 같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전쟁통에 흙수저로 태어나 평생 백수로 살았던 사람의 입에서 그토록 따뜻한 말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사람과 세상에 대한 믿음이야말로 공자의 가장 위대한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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