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할머니는 글 몰르는 할머니다. 음성언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나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한다. 노형동 너븐들에 살며 시장에 다녀오려면 성안에 있는 동문시장에 갔다. 이때 할머니, 할아버지는 곤 옷을 입고 하얀 고무신을 신어 집을 나선다. 광평마을버스정류소에서 27번 고성 버스를 타면 시내로 향한다. 성안으로 가는 길에 한라의료원도 보이고 KBS 방송국, 제주도청을 지나 먹돌새기에 이르면 비행기가 보고 싶어 공항 활주로를 쳐다보다가 서문로에 들어선다. 어느덧 성안이다. 중앙로 주택은행 버스정류소에서 내린 후 동문시장으로 들어선다.
동문시장에서 가슴 설레는 일은 집에 올 때 떡볶이를 포장해서 비니루에 넣고 오는 것이다. 먼저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소간과 내장을 사고 반찬거리를 산 후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마지막으로 떡볶이를 포장한다. 그리고 중앙로 현대약국 앞 버스정류소에 앉는다.
“할머니! 버스 언제 올 꺼 마씨?”, “몰라~”
“이 버스 탈 꺼~?”, “몰라~”
“무사 몰라?”, “글 모르난 모르지.”
‘으이그 글도 모르는 할머니, 어휴~ 무식하고 답답해!’
할아버지가 버스를 타면 그 뒤로 할머니가 버스를 타신다. 왜냐하면 할아버지는 글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언젠가 내가 학교를 다녀왔을 때 집에 떡볶이가 있었다. 떡볶이를 본 순간 “앗싸~”하며 맛있게 먹는다.
“할머니, 오늘 시장 갔당 완~?”, “어~”
“올 때 어떵 버스 탕 완?”, “다른 할망들이 버스 타면 나도 같이 타지.”
‘버스 잘못 타면 어떵하려고, 어휴~ 할머니가 되도록 글도 못 읽고 으이그 화나!’ 하며 신경질이 나면서도 사온 떡볶이가 맛있어서 실경질은 금세 사그라들고 오히려 글도 모르는 할머니가 걱정이 된다.
"아빠! 이거 무슨 말이야?"
어느덧 내가 커서 방콕한국국제학교에 근무하며 태국에 살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글 몰르는 어른이 되었다. 글 몰르는 할머니는 그나마 음성언어로 의사소통을 하였지만 나는 심지어 태국 음성언어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태국에서 무식하고 답답한 사람이 되었다. 태국에서 “몰르기 세발자전거”가 되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물품을 구입할 때, 식당 이용할 때, 병원 이용할 때 등등 이곳저곳에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이러한 불편함을 느낄 때마다 할머니가 떠 올랐다. ‘할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그래도 할머니는 글은 몰랐지만 찾아갈 곳은 다 찾아다니셨다. 모슬포 고모집, 과납 고모집, 내가 엄마 따라 가서 살던 세화리 집까지 다 찾아다니셨다. 아마 나도 할머니를 닮아 태국말을 잘 사용하지 못하지만 태국에서 세발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아~ 글 몰르는 할머니’, 문자언어는 몰랐지만 마음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 지금 이 세상에 없지만 그 마음은 지금도 내 가슴에 전해져오고 있네요~ 할머니가 사다 주시던 동문시장 그 떡볶이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