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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윤화 Dec 02. 2023

9월, 순간의 사고 이후

순간의 사고


사고는 순간이다.

발을 헛디디는 순간 앞으로 넘어졌다.

그 순간 왼손에 잡고 있던 대나무 발 가장자리에 내 오른쪽 눈이 부딪혔다.

정확히 눈동자에 찔렸고 너무나 고통스러워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화장실로 달려가 물로 몇 번을 세척했다,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고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안약을 넣고 기다려 보았지만 차도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딸에게 전화했다.

딸은 여기저기 병원을 알아보았지만 일요일에 진료를 보는 안과병원은 없었다.

우선 집 앞에 있는 한라병원 응급실로 가는 게 최선책이라며 얼른 병원을 가라는 거였다.

오른쪽 눈이 너무 아파 왼쪽 눈도 뜨기가 힘들었다. 남편의 손을 잡고 아니 시야가 보이지 않아 이끌리다시피 병원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접수하고 대기하기를 30여 분이 지났다. 내 이름을 호명하고는 내 옆으로 와서 상황을 물어본다. 그리고 안과 진료담당의가 당직이 아니라 안과 진료는 안 보고 응급처치만 할 수 있다는 답변이었다. 그럼 접수할 때 안과 진료는 안 한다고 얘기해 주었다면 이렇게 고통스럽게 오랜 시간을 아무 대책 없이 앉아 있지 않았을 텐데......


 남편은 어디를 갔는지 옆에 없다. 전화를 하려니 내 가방은 남편에게 맡긴 상태였다. 아픈 눈을 붙잡고 옆에 계신 분에게 휴대폰 한번 쓸 수 있냐고 부탁하고 힘들게 번호를 누르고 있자 그분께서 번호를 눌러주셨다. 전화기 너머로 남편은 마스크를 구입하고  오고 있다고 한다. 경황없이 오다 보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병원에 도착한 상황이었다. 응급실을 나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하는데, 이곳에 응급환자를 모시고 온 후, 대기하고 계셨던 소방관님께서 친절하게 안과 진료 병원들을 지인들에게 수소문해 주셨다. 그리고는 오늘 5시 30분에 진료가 끝나서 지금은 제주대학병원만 안과 진료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앞 대기 환자가 8명이라 얼른 가보셔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당직 안과 의사가 10시에 퇴근하신다고 하며 그 이후는 안과 진료는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는 응급실 가도 응급처치 없이 대기하셔야 한다며 응급차가 있는 쪽으로 오시라고 하셨다. 소방관님께서 우선 식염수로라도 눈을 세척하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응급차에 있는 식염수에 호수를 길게 밖으로 꺼내서 눈을 세척해 주셨다. 몇 번 식염수로 눈을 씻었더니 통증이 조금은 덜한 것 같았다. 그리고 눈동자를 보시면서 다행히 육안으로는 눈동자에 상처가 안 보이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고 하신다.


너무나 고마웠다. 고맙다는 인사만 몇 번이나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는 남편이랑 저랑 경황이 없어 성함도 여쭤보질 못했다. 식염수로 씻어서 통증이 사라지는가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점점 더 심해졌다. 얼른 제주대학병원으로 가야 했다. 남편은 아침 운동 후에 마신 술이 깨진 않아 택시를 타고 가야 했다. 콜택시를 부르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다섯 번이나 전화를 했는데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결국 집 앞 도로로 나가 택시를 잡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주말 저녁 시간이라 택시는 오지 않는다. 또다시 콜택시로 수없이 전화했다. 그랬더니 연결이 되어 제대병원으로 갈 수 있었다. 병원은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병원에 도착하니 대기환자가 10명이다. 대기실에 침대가 부족하여 밖에 의자에서 1시간 정도 기다렸다. 그리고는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에서도 뾰족한 응급처치는 없이 그냥 침대에 누워서 대기하는 게 전부였다. 눈동자에 통증이 극에 달했다. 3시간쯤 지나자 어떤 증상으로 왔는지 문의하고는 안과 선생님에게 연락드린다고 하셨다. 그리고 30여 분 후 담당 선생님이 오시고 2층 안과 진료실로 향했다. 통증이 심해 눈을 뜰 수 없어서 어디로 가는지 남편의 손에 의지하고 갈 수밖에 없었다. 진료실에 도착하니 눈을 떠보라고 하신다. 너무 아파서 뜰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눈에다 안약 두 방울을 떨어뜨렸다. 통증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사라졌다. 신세계였다. 나는 의사 선생님에게 응급실에서 3시간 이상 대기할 때 이 약을 넣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응급실에서는 왜 투약해 주지 않았냐고 원망했더니 급속 마취제라 처방을 함부로 할 수 없다고 하셨다. 위급한 상황에서만 허용되는 약품이라 하셨다. 급속 마취제 효과로 눈을 뜰 수 있어 주변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는 검사가 시작되었다. 진료실에서 검사실로 가서 촬영들을 하고 또다시 진료실로 돌아와서 진료하고 설명을 해 주신다. 육안으로는 상처가 없는데 촬영해서 화면을 보면서 설명을 듣는데 눈의 손상이 장난이 아니었다. 의사 선생님은 안구 모형을 가지고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다. 전문 용어도 있었지만,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이해할 수가 있었다. 다행히 시신경에 손상이 없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런데 대나무 발에 찔리면서 상처에 곰팡이균이 감염되면 실명될 수도 있다고 하셨다. 혹시 모르니 번개처럼 반짝거릴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암막커튼이 치듯 갑자기 안 보이면 바로 병원으로 오시라고 했다. 마취제가 풀리면 통증이 심할 거라며 렌즈를 끼워주셨다. 네 종류의 약을 처방해 주시면서 응급실로 내려가시면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목요일 진료 예약을 잡았다. 진료를 끝나고 응급실로 돌아가는데 넓은 병원에 조명들이 몇 개 켜져 있지 않아 조금은 무서웠다. 그리고 시각장애인들의 고통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었다. 남편 손을 잡고 장소를 이동하는데 바닥에 달리 표시된 부분이 없었다. 시각장애인 분들이 통행에 불편이 많을 것 같았다. 20여 년 전, 애들이 어렸을 때 유모차를 끌고 다니면서 불편한 점들이 많았다. 


 돌아오는 택시에서 기사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한라병원에서 친절을 베풀어준 소방관님의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랬더니 기사님도 예전에 본인도 친절한 경찰관 미담에 대해 얘기하셨다. 너무나 고마웠다며 세상에는 친절하고 착한 사람들이 많은데, 1~2명이 잘못으로 욕을 먹는 거라고 하신다. 그리고 집 앞에 한라병원 있는데 멀리 제대병원까지 오셨냐고 하신다. 안과 진료가 당직이 아니라서 이곳까지 왔다고 했더니 종합병원 응급실에서는 모든 진료를 다 보시는 줄 알았다고 했다. 나도 오늘이야 이 사실을 알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주말 응급실로 가야 할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당직의사가 있는지 문의하고 방문해야 됨을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눈이 완치되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따뜻한 사람이 많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나도 누군가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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