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 21명의 단체여행이 시작되었다. 여행지 선택에 있어 의견들이 오갔다. 국내, 일본, 동남아 등……. 여행 장소 선정 결과, 다낭으로 결정이 되었다. 3월이면 제주에서도 다낭 직항이 재개된다는 항공사 소식이 있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3월 이후,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다낭을 원하셨고, 어린 조카들이 학생이었기에 방학 기간에 다녀와야 했기에, 2월에 3박 5일의 일정으로 다낭으로 결정했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여행사 인솔자와 3시에 미팅하고 부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부산 국제공항에서 다낭행 비행기 수속을 마치고 저녁을 해결해야 했다. 대가족이 이동해야 했기에 식당 좌석을 잡기 곤란한 상황이 벌어졌다. 몇 명이 발 빠르게 빈자리가 나면 얼른 가서 자리를 잡았기에 큰 문제없이 저녁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한국이랑 2시간 차이가 나는 다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현지 가이드랑 미팅하고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장거리 이동이라 뒷날 오전은 자유시간을 시작으로 5일 동안에 여정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던 중 인솔자분께서 비행기 지연이라 한다. 부산공항이 폭우로 비행기가 회항했다고 한다. 공항에서 짐을 부치고 5시간 대기한 후, 탑승수속을 할 수 있었다. 부산공항에 내리니 또다시 청천벽력 같은 소리, 항공권이 없어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몇 장씩은 가능한 데 단체이다 보니 불가능한 상황이다. 부산 공항에서 식사를 하고 2시간쯤 대기했다. 인솔자의 안내로 리무진을 타고 광주공항으로 이동하던 중 항공사에서 연락이 왔다. 광주공항에 테러 발생 요지가 있어 오늘 자정까지 공항을 폐쇄한다는 소식이었다. 인터넷 검색에는 아무런 내용이 없는데…… (테러가 아니었다는 게 저녁이 되어서야 뉴스에 보도가 되었다.)
인솔자는 기사님에게 청주공항으로 이동해 달라고 부탁하신다. 드디어 청주공항 도착할 때쯤 연락을 받는다. 제주공항 폭우로 운항 정지. 이건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나는 문뜩 여행 오는 날 제주공항에서 만났던 동창이 생각났다. 그 친구도 단체로 다낭여행을 가고 있었다. 항공편이 우리랑 일치했었기에 그 일행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전화해 보았다. 그쪽 일행들은 광주공항으로 가다가 항공사 연락을 받고 여수로 내려가 배로 내려간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인솔자에게 선박으로 갈 수 있는지 문의했다. 인솔자는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다. 여행사와 조인된 모텔에서 투숙했다가 내일 제주로 가는 방법과 목포로 가서 배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목포로 가면 내일 새벽이면 도착할 수 있기에 배로 간다고 일치를 보고 목포로 향했다. 새벽이 되어서야 무사히 제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가족이 함께하는 여행이라 무엇보다 무사히 다녀와야 한다며 떠나기 전부터 걱정을 많이 했었다. 살면서 이런 경험은 다시는 없을 것 같다. 다낭공항에서 5시간 노숙, 부산공항에서 광주, 광주에서 청주공항, 청주공항에서 목포, 목포에서 제주로 기나긴 여정이었다. 돌발 상황으로 집에 무사히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던 여행이었다.
다시는 없을 21명 대가족 (80대 부모님을 시작으로 9개월 된 조카까지 3대) 해외여행
부모님을 비롯하여 6남매 내외와 어린 조카들과 함께한 6일 동안. 많은 우여곡절, 돌발 상황, 해프닝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흐뭇해하셔서 즐겁게 효도해 드린 것 같아 내심 뿌듯하다.
한 남자와 결혼하면서 가족이 된 지 29여 년, 큰며느리란 자리가 무겁기도 하지만, 가족의 화목을 위해 서로서로 배려하며 생활하다 보니 큰 문제없이 지낼 수 있었다. 형제가 많아 불편한 점도 많지만, 조금씩 양보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부모님에 대한 효도라 생각한다. 6일 동안 있었던 두번다시 없을 상황들을 두서없이 긁적여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