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윤화 May 31. 2024

내 마음의 정원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반려 식물들이 있기에 일상이 행복하다. 

의학적으로도 식물의 지닌 초록색은 인간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가시성이 좋아 눈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초록빛이 선명한 식물은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식물들이 성장하며 변화하는 모습과 철 따라 피어나는 꽃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기에 일상이 행복하다.   반려 식물을 보살피며 물을 주고 가지를 쳐주고 영양제를 준다. 그 친구들은 고맙다며 파릇파릇한 새순을 뿜어준다. 다양한 색깔의 예쁜 꽃들을 피우며 아름다운 자태로 우리 가족에게 선물을 선사해 준다.     

  

 춘란과 자란의 그윽한 향기, 카라와 스파트필름과 아마릴리스의 아름다운 꽃의 자태, 튤립과 둥굴레의 수줍은 미소를 머금으며 꽃을 피워준다. 보랏빛 춤사위를 보여주는 자란, 모양을 잡아준 철사 줄을 타고 올라온 넝쿨에서 피워주는 화려한 장미꽃의 향연. 초록 잎이 무성한 홍콩야자, 관음죽, 행운목, 녹보수, 고무나무, 소철나무, 소나무 분재, 동백 분재, 형형 색색의 다육식물, 돌콩과 아이비로 둘러싸인 석부작, 다양한 모양들의 수석, 코끝을 타고 몸속으로 퍼지는 상쾌한 로즈메리와 페퍼민트의 향기, 장마철이면 하얀 치자꽃의 향기, 여름이면 보라색 구슬을 꿰어놓은 듯 피워주는 맥문동 꽃, 가을이면 나비가 춤사위를 펼치듯 빨갛게 피어나는 상사화 등, 다양한 종류의 꽃과 나무들의 향연으로 평안한 날들을 보내며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     

 요즘은 우리 집 실내가 백합으로 장식되어 있다.

주방 식탁 위에, 욕실 세면대 앞에, 거실 테이블 위에서 아름다운 자태와 그윽한 향기로 우리를 반겨준다. 백합 향기에 너무나 행복한 계절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 백합이다. 2순위로 하얀 목련, 카라, 스파트필름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반려 식물로 우리 집 정원에는 백합이 무리 지어 심어 있고, 카라와 스파트필름이 자리를 잡고 있다. 백합은 뿌리도 꽃 모양이라 특이하지만, 향기도 좋고 하얀 순백색 꽃잎 속에 초록색 실타래에 맺혀있는 노란 꽃가루가 너무나 아름답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릴 적 아름다운 추억이 있어 더더욱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어릴 적 우리 집 울타리에 빨갛게 피어나는 장미꽃과 그 아래 하얗게 피어나는 백합꽃이 향연은 환상적이었다.


 부모님께서는 정원을 아름답게 꾸며주셨고, 우리 형제들에게 식물의 성장 과정을 말씀해 주시며 삶의 이치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이야기로 철학적인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아버지께서 들려주셨던 명언들은 수없이 많다. 그중에 몇 가지 얘기하자면   

  

  “이렇게 내리는 고래장비도 때가 되민 그치는 것처럼, 사름덜 사는 것도 매 한 가지여. 아명 지꺼진 일도 한때고, 아명 힘든 일덜도 순간이난 늘 겸손 허멍 살아사 헌다."

      

  “사름이 모가 나민 조끄디 사름들이 어신다. 경허난, 둥글둘글 허게 살아사 되는 거여”


  “나이 먹어 가민 귀도 멀고 생각 허는 것도 조금 흐려지난 입은 졸라메곡, 보개띠는 열어사 헌다.”


   “놈말 허기 좋댄 허당 보민 같은 사름 되난, 맘에 안들어도 맘 속으로만 생각허곡, 놈 흉이랑 보지 말라.”


  “사람은 손해 보듯 살아사 헌다. 욕심 부령 살아도 훼께 잘 살지 못 허는 거여.”


  “어신 사름안티 호쏠 준댄 굶어 죽지 안허난, 베풀멍 살아사 삶이 편안헌다.”


 비가 오는 날이면 앞마당을 바라보며 들려주셨던 많은 이야기.

 아버지께서는 살아있는 명언 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철학적인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눈 쌓인 날이면 함께 만들었던 우리 집표 눈사람. 칭찬과 채찍질을 조화롭게 해 주셨기에 자존감 높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다. 내가 부부 싸움했을 때, 부모님과 신랑 흉을 보다 보면 어느새 웃게 만들어 주셨던 해결사. 감정이 풍부하셔서 말씀 하나하나가 시적이고, 재미있고 맛깔나게 이야기해 주셨고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겸손함을 강조하셨던 다정다감하신 부모님의 계셨기에 우리 집은 늘 웃음꽃이 만개한 행복의 정원이었다. 온화하고 인자하신 부모님의 정원은 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며 행복한 우리 가족의 정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는 없을 돌발 상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