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일지에 앞서 조심스러운 말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들 사이에서 한결같이 방황하는 사람입니다. 갈등은 출산 후 더욱 심해졌습니다. 나'만' 생각하던 상황에서 아이와 관련해 희생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났고, 포기하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을 주기적으로 토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아프게 됐습니다. 이제는 제법 하고 싶은 것을 잘 누르는 사람이 됐습니다. 나의 하루를 기꺼이 아이의 치료에 바칩니다. 그런데도 아쉽지 않습니다. 아이와 씨름하며 병원으로 향할 때 몸이 고되긴 하지만 마음이 지치진 않습니다.
일지 본론에 앞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내 아이가 겪고 있는 백반증은 '생명'에 직접적으로 위협이 되는 병이 아닙니다. 앓는다고, 번졌다고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닙니다. 또 생각보다 흔한 병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으며 '뭐 이렇게까지 심각해?'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작은 상처에도 마음이 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아이의 병은 우리 가족에게 큰 문제로 다가옵니다. 이제 겨우 13개월 차 아기가 겪기엔 절대 일반적이지 않은 일입니다. 변해가는 아이의 외모를 지켜봐야 하는 부모의 처지에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아이의 병은 이제 시작입니다. '까만 엄마, 하얀 아이'는 아이가 완치되는 순간까지 꾸준히 써 내려갈 작정입니다. 그렇게 쌓인 기록을 보며 훗날 내 아이가 엄마와 아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상기하길 바라며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