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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Dec 06. 2023

부정적인 감정의 긍정적  표현

직장의 이해


올해는 어느 때보다 임원 진 발표가 빨랐다.

11월부터 내가 있는 에서 2명의 임원 승진이 있을 거라는 루머가 돌았다.

지금 그룹장으로 계신 분이 상무로

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루머였다.

임원 승진은 발표 나기 전엔 사자도 르기에

진에 대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함께 나돌았다.


최고의 케이스는 두 명 다 진하는 것,

보통이스는 두 명 다 승진하지 않거나

부사장 승진은 하지만 상무 승진은 하지 않는 것,

최악의 케이스는 상무 승진은 하지만

부사장 승진은 실패하는 것이었다.

연예인 걱정만큼이나 쓸데없는 걱정이 

임원 걱정이라지만

상사의 승진 여부는 팀원으로써 그룹원으로써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슈이다.


상무 승진, 부사장 승진 실패를 최악으로 꼽은 이유는

팀장은 부사장, 그룹장은 상무 이 형태가 가장 이상적인 형태인데 

팀장도 상무, 그룹장도 상무이면 조직구조상

그리 아름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상무가 된 그룹장이 팀장을 대할 때 상사가 아닌 동료처럼 대한다던가, 

직급상 동등한 상무가 된 팀장이 그룹장을 견제하여 무조건 권위적으로 대한다던가.

그 무엇이든 두 사람 사이의 껄끄러움은 팀원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임원 승진 시즌에 누구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이 있으니 각 부서 총무들이다.

의전을 잘하는 총무들은 발표 전날부터 승진축하 플래카드며, 꽃다발, 케이크를 예약하고, 

소고기를 주력으로 취급하는 식당을 알아보느라

눈치작전을 펼친다.

옆에서 봤을 때 같은 팀 총무도 일련의 준비를 하는 듯했다.


대망의 발표날

오전 9시쯤 회사 시스템에 공지가 떴고 

다 틀 명단에 익숙한 두 사람의 이름이 있는지 없는지 열심히 찾았다.

그 결과는 최악의 시나리오 케이스였다.

상무 진급은 있었으나 부사장 진급은 없었던 것이다.

부서에서 임원 승진 케이스가 있으면 다들 손뼉 치며 축하하고 

자리로 찾아가서 인사를 건네는 분위기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다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사무실은 조용했다.

신임 상무에게 메신저로 축하 인사를 보내느라

타다닥 키보드 소리만 날 정도였다.


10분쯤 지났을까,

팀장이 그룹장 자리로 와서 

"000 상무 축하해"라고 말을 꺼냈고, 

농담을 섞어 

"고기를 먹어야 앞으로 00 상무라고 부를 거야. 

오늘 회식 가능하죠? 바로 축하회식 합시다"
라고 말을 이었다.
그제야 팀원들이 다들 일어나서 

기립 박수를 치며 큰 소리로 

"000 상무님 축하드려요" 인사를 했다.
어색하고 긴장되던 분위기가 

그제야 누그러지는 듯했다.


그리고 약속된 저녁 시간,

고기집으로 이동하여 팀장의 축하소감을 

먼저 말했다.
그날 오전 팀장이 업무 회의를 하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그룹장이 들어와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고 말했다.
팀장은 업무 회의 중이었기 때문에 

게시판에 공지를 보지 못했고, 

임원 발표가 난 것도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팀장은 그때 알았다고 했다.
인사말이 '축하드립니다'가 아닌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것이
나(팀장)는 부사장 진급을 못했고, 

그룹장은 상무 진급했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그리고 사무실이 축하인사 말이나 

박수소리 없이 조용한 것이 

모두 나(팀장)의 눈치를 보고 있구나 느꼈고,
나는 솔직히 괜찮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구나 생각이 들어
이런 자리도 만든 것이라고 이어 말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한 그 말을 들으며 

팀장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자신의 패배(?)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본 많은 선배들은 이런 경우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하거나 외면하거나
결근함으로써 조직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고 

무언의 항의, 반항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팀장은 자신의 좌절을 솔직하게 말함으로써 

오히려 주변의 경직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인간적인 호감도를 높였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다른 동료들도 

회식자리에서의 팀장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 역시도 이전에는 실망, 좌절,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여 바람직하지 않으니
최대한 억누르거나 표현하지 말아야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 또한 에너지이고 잘 다룰 수 있으면
오히려 갈등을 누그러뜨리거나 분위기의 반전을 

꾀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는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지 말고

잘 다루어서 솔직하게 드러내고 

긍정적으로 승화하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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