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이해
최근 H대 학생의 코칭을 종료했다.
대학 총장 주도로 코치를 모집하고
코칭을 받을 H대 학생과 매칭하여 지난 겨울 방학 동안
코칭을 진행한 것이다.
내게 매칭된 고객은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폴란드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4학년 여학생이었다.
마지막 한 학기를 남겨두고 취업 및 사회 진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
그것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H대 학생 이전에 마지막으로 코칭했던 고객이 있는데
두 사람 사이에는 공교롭게도 공통점이 있다.
성별이 같고 연령대도 비슷했으며
무엇보다 코칭 주제가 동일했다.
그러다 보니 두 고객 사이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H 대는 내가 대학 진학을 준비할 그 시절에도
신흥 명문대로 알려져 누군가 H대에 진학했다고 하면
"와, 공부 잘했구나"라는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곳이었다.
한마디로 코칭에 임하는 고객이 무척 스마트했다.
그 사람의 백그라운드에 대한 후광효과였는지 몰라도
가까운 미래 내가 되길 원하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
그 모습에 다다르기 위한 액션 아이템을 도출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았다.
이미 훈련된 고객처럼 거침없이 답이 나왔다.
1회기만 진행해 보아도 평소 생각이 깊고 성숙하는구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왔구나 느낄 수 있었다.
반면 이전 고객의 백그라운드는 자세히 모르지만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위를 취득한 케이스였다.
원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라, 상상해 보라는 질문을 하면
말문이 막히고 대답하기 힘들어했다.
그 모습에 초보 코치인 나도 당황하고 어떻게
다음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지 식은땀이 나기도 했다.
원하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어려우니,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그 부분에 도움을 줘서 어찌어찌 이끌어나가
실천해 볼 것들을 도출해 보아도
다음 회기 때 만나면 실행이 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회기 때 실행되지 않는 부분을
복기해 보자고 하면 나에게 죄송하다고 하는 것이
여전히 학생 마인드를 가졌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자신감도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되었다.
사실 공부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익혀야 할
수많은 스킬 중 하나 일뿐이고
공부를 잘하는 것이 세상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느낀 것은
공부를 잘 한 사람들은 대체로 공통적인 특징이 있음을 발견했다.
첫째는 시간관념이다.
코칭은 시간 약속을 정해 만나는 것이다 보니
전화로 고객을 만날 때 컴퓨터 시계나 휴대폰 시계를 보고
딱 시간이 바뀌는 순간 바로 전화를 걸게 된다.
그러면 고객 또한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통화음이 두세 번 울리고 전화를 받았다.
사전 예고 없이 약속시간에 펑크 내거나,
(전화 연결이 아예 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약속 시간에 전화 연결은 되었지만
전화받을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는 상황을 만드는 사람은
(자다가 깼거나 누군가와 싸우고 있던 중이라던가 등등)
대체로 스스로 저는 공부를 못했어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다.
둘째는 모르는 분야는 배워서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손사래 치며
"어우 내가 어떻게 그걸 해?"라며 겁내지 않은 것이다.
수학 일타강사인 정승제 강사도 비슷한 메시지의 말을 했다.
아직 사회생활이 전무한 10대 시절에
공부를 했다는 경험은
성공에 대한 경험을 맛본 것이라고.
참고 인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성공 경험은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자양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공부를 잘한다는 것이
사회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부를 하지 않고 사회에 바로 진출했을 때에 비해
실패할 확률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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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을 하면서 이렇게 다시 한번
공부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공부하는 자세에 대한 겸허한 자세를
가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