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에서의 일정이 오후 4시쯤 끝났다. 운이 좋게도 현지인이 직접 차로 데려다준다고 해서 여러 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타지마할을 가려면 적어도 하루의 시간은 필요해서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고 주재원에게 이곳에서 딱 한 군데만 간다면 추천해 줄 곳이 어디냐 물었을 때 후마윤툼이었다.
샤 자한만 알지 후마윤은 누군지 세계사 책에서 본 적이 없다. 후마윤은 인도 무굴제국의 2대 황제, 샤자한은 5대 황제이니 후마윤은 샤자한의 할아버지뻘쯤 된다고 보면 될듯하다.
내가 방문했던 7월 마지막 주는 만나는 사람마다 날씨 좋을 때 왔다는 말을 했다. 34도의 습한 온도인데 날씨 좋다니... 그래도 비 오지 않고 하늘은 깨끗했다.
외국인 입장료는 몇 배나 더 비싸다.
티켓을 사서 한참을 걸어 들어가니 분수가 나오고 메인건물도 보였다.
사진으로만 봤지만 타지마할과 건축양식이 비슷했다. 그리고 내부에는 말 그대로 무덤이 3개씩 놓인 방이 많았다. 아마 후마윤의 자식들, 후처들, 가족이 아닐까.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 가족, 지인들과 여유로운 피크닉을 즐기기에 딱인 장소이다.
그리고 향한 곳은 인도의 MIT라 불리는 IIT 대학이다. 인도 법인 내 IIT출신이 많다고는 익히 알고 있었는데 슈카월드에도 IIT 소개 영상이 나온 이후로 가보고 싶었다. 샌프란시스코 출장을 가면 스탠퍼드 캠퍼스를 둘러보는 게 추천코스이듯 인도 = IIT 코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출장을 함께 한 동료는 굳이 가 볼 필요 없다고 말했다. 십 수년 전 IIT 봄베이에 간 적이 있는데 6.25 이후 대충 급하게 지어진 학교 같은 곳이라는 것이다. 창문 없는 교실에 나뭇결이 거친 책걸상은 교도소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지금도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현지인은 그것보다 상태 좋다고 하여 IIT 델리로 향했다.
가는 길에 인디아게이트도 들러 차 안에서 사진 촬영 잠깐 하고
IIT에 도착. 마음을 단단히 먹었던 탓에 캠퍼스 안으로 들어서서 내가 받은 첫 느낌은 '생각보다 괜찮은데?'였다.
잔디밭도 펼쳐져 있고 그 위에서 담소 나누는 학부생들, 편안한 옷차림에 슬리퍼 끌고 다니는 석박사들도 보였다. 가장 상징적인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은 후 저녁식사 장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