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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Sep 21. 2024

유행은 돌고돌아...롱샴

일상의 이해

한때 롱샴 브랜드가 국민 기저귀 가방인 적이 있었다. 가볍고 많이 들어가서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베트남 출장 중 주말에 짝퉁 시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남자 선배도 와이프 줄 거라고 롱샴을 샀으니 '국민'이라는 타이틀에 손색이 없었다.

나에게도 롱샴 가방이 있는데 내가 10년 넘게 쓰고 그 이전에 엄마도 한창 썼으니 이 가방의 나이를 추정하자면 30대 중반은 될 테다. 한창 해외여행과 출장을 다니던 시절 국기 배지를 사 모으면서 하나씩 달았더랬다. 이스라엘, 브라질, 남아공... 남들이 흔히 가지 않는 나라의 배지가 점점 늘어나는 것은 뿌듯한 일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며 배지 통째로 떨어져 나가는 것도 생기고 몸체는 가방에 매달려 있지만 국기 부분이 빠진 것도 생겨났다. 그렇다고 배지를 빼자니 가방에 곰보처럼 구멍이 생겨 미워졌다. 버리지도 않고 옷장 구석에 처박혀 있던 세월이 n 년. 그리고 롱샴은 트렌드에서 지나가 버렸다.




유행은 돌고 돈다더니 롱샴이 다시 부활했다. 스트랩 같은 부자재도 사기 쉬워졌다. 그 가방을 어떻게 다시 살려볼까 궁리를 했더니 요즘은 와펜을 많이 붙이는 게 아닌가! 국기 모양 와펜을 사서 곰보 자리에 붙였더니 생각보다 찰떡이었다! 와펜 하나당 2천 원, 몇 만 원 들이지 않고 죽었던 가방을 부활시켰다.


물론 내가 찾는 사이즈의 국기 와펜을 모두 살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이 가방의 쓰임새를 다시 찾았다는 것에 무척 뿌듯하다. 가방을 들 때마다 잊고 있었던 여행과 청춘의 한 자락도 조금씩은 추억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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