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이해
내가 하는 일이 신기술을 소개하는 일이다 보니 부서 사람들도 각종 신규 디바이스를 많이 사용한다.
워치와 링을 넘어서 최근 유행이 된 것이 연속혈당측정기이다. 옆자리에 앉은 동료는 모델처럼 키가 크고 말랐음에도 불구하고 당뇨 전단계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 연속혈당측정기를 착용하면서 식단을 철저하게 관리하는데 그가 한 번씩 알려주는 식습관 관련 팁들은 나의 상식을 벗어나는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김밥과 국수, 누룽지, 죽이혈당이 높은 음식이라는 것이다.야채가 많이 들어가고 밥보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메뉴라 생각했지만 혈당 측면에서는 아니었던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나의 궁금증은 증폭되었고 연속혈당측정기 2+1 행사할 때 동료와 공구했다. 그리고 식욕이 고삐 풀린 말처럼 나대고 입이 본격적으로 터지는 추석 연휴 때 착용했다.
갈비찜, 튀김, 전, 나물, 생선구이, 삼겹살, 떡, 약과, 강정 등 다양한 명절 음식을 먹어보며 변화하는 혈당을 체크해 봤다.
연속혈당측정기의 장점은 현재 나의 혈당과 음식을 먹은 후 변화하는 혈당 수치를 그래프로 보여주고 수치가 180이 넘으면 알람을 띄워 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거하게 먹었다 여겨지는갈비찜, 삼겹살, 고기 국밥은 의외로 혈당이 급상승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고기 종류는 괜찮은데 양념을 했느냐, 양념을 했어도 간장 양념이냐 고추장 양념이냐에 따라 차이가 컸다. 특히 제육볶음은 아주 위험한 음식인데 상추쌈 같은 야채를 곁들이지 않고 먹을 때는 치명적이다.
나에게 혈당 경고 알람을 준 음식은 열무국수와 고구마튀김이었다. 열무와 오이채를 듬뿍 넣었으니 괜찮겠지 여겼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을 뿐.
이처럼 건강한 식습관이라 여겨지는 한식은 탄수화물 폭탄이 많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한끼 가볍게 간단하게 먹자고 국수를 먹을 바에야 밥을 차려 먹는 게 낫고,국수에 만두나 전을 곁들이기보다는 고기를 같이 먹는 게 낫다.
식사 전후 혈당을 기록해 보니 다음처럼 변화했다.
샐러드 + 말차라테 (식후 휴식) 110 → 167
쭈꾸미볶음 + 애플치즈망고설빙 (식후 산책) 94 → 122
돼지숯불갈비 100 → 118
닭죽 108 → 140
콩나물국밥 110 → 140
양지해장국 100 → 122
뉴욕스트립 114 → 148
닭볶음탕부추전 111 → 177
열무국수 + 고구마튀김 123 → 184
어구리(어묵너구리) 105 → 124
전어구이 118 → 150
돼지고기순두부찌개 134→ 154
보름 동안 착용하면서 얻은 교훈은
- 야채 > 고기 > 탄수화물 순으로 먹으면 안전하다
- 떡볶이를 먹을 때도 어묵 먼저, 떡은 나중에
- 간식을 먹을 때는 최소 식후 1시간 이후
- 밥과 함께 먹는 습관에서 야채 먼저 먹고 그다음
밥을 먹도록 먹는 순서에 신경 쓰자
(그런 의미에서 김밥, 비빔밥은 좋지 않은 음식)
- 라테 종류 중에서 그나마 카페라테가 낫다.
말차 라테는 치명적
- 식사 후 앉아서 쉬지 않고 걷거나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면 혈당 스파이크를 잡을 수 있다.
스쿼트도 효과적
다른 식이요법 없이 정말 2주 동안 먹는 순서와 시간만 신경 썼을 뿐인데도 2kg 감량 효과가 있었다!
물론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연속혈당측정기를 떼는 순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때껏 시도했던 무수한 다이어트, 그에 따른 요요와 비교해 보면 얼마나 경제적이고 안전한 방법인가!
스위치온 다이어트를 소개한 박용우 교수도 1년에 한 번씩 한다고 한다. 나도 연속혈당측정기를 1년에 한 번씩 착용하면서흐트러진 식습관을 다시 잡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