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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Nov 15. 2023

농담과 다큐 사이

인간관계의 이해

인간관계의 비극 중 하나가 농담을 다큐로 받아들일 때가 아닌가 한다.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다큐는 다큐로 받아들인다면  그야말로 별 것 아닌 일일 텐데 그러지 않다면 너와 나의 사이는 딱 거기까지인 것으로 확인하고 관계의 종결로 되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 법한 농담과 다큐사이의 관계

 

상황 1. 연인관계에서 생일을 앞두고 어떤 선물을 갖고 싶은지 물어보는 상황

남 : 조금 있으면 생일이네? 뭐 특별히 갖고 싶은 거 있어?

여 : 음... 로봇 청소기...? 이게 있으면 실용적일 것 같은데... 음... 근데 오빠, 온 세상을 다 갖다 줄 수 있어? 

남 : 아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내가 온 세상을 다 가질 수 없는데 어떻게 너한테 갖다주냐? 차라리 가방을 사달라고 해.

여 : 오빠! 내가 진짜 무얼 바라고 말한 건 아니잖아. 그냥 농담이라도 말해주는 것도 안 되는 거야?(이미 마음 상했음,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

남 : 현실적인 걸 말해야지... 애도 아니고 밤하늘에 별을 따달라고 하는 것처럼  

여 : (눈물 주르륵) 오빠 정말 실망이야. 우리 그만하자.


여자는 농담을 원했고 남자는 다큐로 받아쳤다. 여자가 원했던 것은 간질간질 달달한 멘트, 그 속에 숨겨진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었을 것이다.  자는  속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여자는 실망했다. 정말 별 것 아닌 것이었지만 이렇게 서로가 다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버렸다.

 

상황 2.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친구에게 전화하는 상황

A: 너 내일 결혼식에 좀 일찍 와서 신부 대기실에서부터 사진 찍어주면 안 돼?

B:  내일 마침 근무하는 토요일이네. 근무 마치고 가면 예식 시작할 때 딱 맞게 도착하겠는걸.

A: 에이 아쉽네. 너 항상 모임에도 자주 빠지고 항상 늦게 와서 내일 사진 찍어주면 죄를 사해주려고 했는데.

B: 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죄를 사해주냐?

A: 너 항상 다른 친구들 약속일 때는 근무 스케줄 조절하고 그러던데 우리 만날 때는 안 그러더라. 그게 한 두 번이 아니야. 결혼식인데 카메라 기사가 없어서 그런 말 했겠어?

B: 그만 말하자. 좋은 날 앞두고 싸우는 것도 아닌 것 같다.


A는 농담으로 말했고 B는 다큐로 받아들였다.  웃고 넘어갈 수 있었던 해프닝을 잘잘못을 따지는 태세로 받아들여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말 그대로 웃자로 한 이야기에 죽자고 달려드는 셈이다.


농담이 농담으로 핑퐁 되지 않고, 농담이 다큐로 받아들여진 상황. 물론 듣는 사람은 그전에 무언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쌓인 것이 있었을 것이다. 상황 1의 연인도 상황 2의 친구관계도 인연은 딱 거기까지였던 것이다.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농담을 받아들일 수 없는 관계는 인연을 끊으려고 이으려고 하지 말고 그냥 그대로 두면 된다고 했다. 누구를 탓할 것도 아니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냥 그대로 두는 것. 그것이 현명한 인간관계 처세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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